[헤리티지로펌] 린치, 진료행위의 존엄을 해치는 범죄

동물병원 수의사라면 꼭 알아야 할 소송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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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벳이 법무법인 헤리티지와 손잡고 ‘동물병원 수의사라면 꼭 알아야 할 소송’ 연재를 시작합니다.

법무법인 헤리티지는 사람에 대한 의료과실 소송에서 쌓아 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동물병원 수의사들의 입장에서 동물병원 관련 계약, 각종 민사소송, 형사소송 등에 이르기까지 실제 사례에 기반하여 알기 쉽고 손에 잡히는 법률이나 소송 관련 지식을 여러분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최신 판례, 최신 국제동향, 최신 입법 흐름 등에 기반을 두고 동물병원 수의사 여러분들이 궁금해하는 여러 사례와 법률 지식들을 해석하고 함께 탐구합니다. 여러분들의 지지와 열독을 기대합니다.

<린치, 진료행위의 존엄을 해치는 범죄> 변호사 최재천

반려견에게 중성화 수술이 시행됐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수술 도중 반려견이 죽게 됐다.

격분한 피의자가 수의사의 팔을 수술용 가위로 찔렀다. 한바탕 폭력을 행사하고 떠난 피의자는 30분 뒤 다시 동물병원으로 돌아와 가져온 소주병으로 병원장의 머리를 내리쳤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양천구의 한 동물병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충격적인 범죄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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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치(lynch)라는 단어가 있다. 우리말로 표현하면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쯤 될 것이다.

미국의 사법체계가 완비되기 전인 18세기경, 버지니아주의 치안판사 겸 농장주였던 찰스 린치는 정적들을 처벌하기 위해 법적 절차를 벗어난 폭력을 동원하곤 했다. 판사의 이름에서 린치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과거 한때 미국에서는 린치를 필요악으로, 심지어는 대중민주주의 한 형태로 간주한 적도 있다. 어느 역사학자는 “그것은 몸에 퍼질 위험을 극소화 시키면서 화농을 제거하는 능숙한 외과의사의 손에 쥐어진 날카로운 칼(Hubert H. Bancroft)”이라 찬양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적정절차를 벗어난 이러한 처형 방식은 어느 순간 인종차별에 악용되며 흑인들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 수단이 되고 말았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린치가 금기어다. 인종차별의 고통스러운 역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린치라는 단어를 사용한 정치인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그는 2019년 10월 자신에 대한 의회 탄핵조사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린치’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비난이 빗발쳤다. 그간 트럼프가 인종차별적 언행을 일삼아 왔기에 비난은 더욱 가중됐다.

양천구 동물병원 폭력 사건은 불행히도 아직까진 한국 사회가 전근대를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극단적 폭력이자, 비극이다. 린치라는 단어를 이렇게 꺼내게 될 줄은 몰랐다.

도둑질을 하면 손을 자르고, 가족을 죽이면 보복으로 응징하던 역사도 있었다. 하지만 근대국가 이후로는 아니다. ‘자력구제(self-help)’는 금지된다.

근대국가가 성립하면서 국가는 개인들이 가지고 있던 폭력과 관련된 권한을 국가권력으로 통일시켰다. 그래서 경찰과 검찰, 군사제도가 창설되었고 인신구속 및 재판과 관련된 사법제도를 통해 정의를 실현하게 됐다.

자력구제는 결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극단적인 범죄행위일 뿐이다.

형법 제258조의2 ‘특수상해죄’에 의하면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상해죄를 범한 때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우리 대법원은 ‘가위’나 ‘소주병’은 사람을 살상할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따라서 이 건 범죄행위는 ‘상해죄’가 아닌 ‘특수상해죄’로 규율함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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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의료현장에서 의료결과에만 집착한 나머지 폭력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 이제는 반려동물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애착을 넘어 극단적 폭력사건화 되기도 한다.

동물병원 진료행위의 전문성과 독립성만이 아닌 안전성을 어떻게 담보 받을 수 있을지 함께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참고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12조는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폭행·협박 등의 방법으로 방해한 경우, 또는 의료시설을 손괴, 점거한 경우 특별히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한다.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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