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공의 수련기회 뺏는 PA? 동물보건사는 어떻게

등록 : 2021.05.21 17:04:23   수정 : 2021.05.21 17:45:02 데일리벳 관리자

의료계가 PA(physician assistant) 논란으로 뜨겁다. 의사의 진료를 보조해야 할 간호인력의 불법적인 의료행위에 의사·간호사 양측의 문제제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PA 양성화에 대한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최근 서울대병원은 PA를 임상전담간호사(CPN: Clinical Practice Nurse)로 명명하고 아예 소속을 간호부에서 진료부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의료계는 ‘국립대병원이 불법의료행위를 하겠다고 선언한 꼴’이라며 규탄하고 있다.

진료보조인력으로 불리는 PA는 간호사이지만 담당업무는 간호에만 그치지 않는다. 의무기록 작성, 동맥관 삽입 등 의사의 역할까지 일부 대체한다. 불법 의료행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의사 부족, 왜곡된 수가체계, 전문간호사제도 등 원인도 해법도 제각각이다.

*   *   *   *

수의사가 밖에서 이해하기 힘든 깊은 사정들이 있겠지만, 최근 PA와 관련해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적한 문제는 눈길을 끈다. 불법 PA로 인해 수련교육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느끼는 전공의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대전협은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 시행 후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동일한 내용의 설문조사를 실시하며 수련환경 변화를 추적했다. 4년간 누적인원 15,029명의 전공의가 조사에 참여했다.

조사 결과 설문참가자들이 수련하는 병원에서 PA가 진료에 참여한다는 응답은 2016년 87.7%에서 2018년 74.7%로 줄었다.

반면 ‘PA로 인해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느끼는 비중은 같은 기간 17.5%에서 25.6%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대전협 집행부 출신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JEEHP에 게재한 관련 논문에서 PA가 전공의 수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전공의법 시행 후 병원 관리 측면에서는 PA가 더 매력적인 대안이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Sangho Sohn et al. Changes in the working conditions and learning environment of medical residents after the enactment of the Medical Resident Act in Korea in 2015: a national 4-year longitudinal study, JEEHP 2021)

아직까지 동물보건사가 진료 현장에서 어떤 업무를 담당하게 될 지는 명확하지 않다. 정부는 동물보건사의 업무범위를 법령에 세부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대신 유권해석이나 판례를 통해 구체화하는 의료법 체계를 준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주사·채혈 등 침습행위를 허용할 지 여부를 가릴 법령해석은 연말까지 판가름날 전망이다.

일선 진료현장의 수요나 동물보건사 양성기관의 교육환경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지만, 초임수의사의 수련 여건도 생각해 볼 문제다.

반려동물 임상수의사의 졸업 후 수련은 대부분 개인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수의사는 사설 동물병원의 봉직수의사로서 출발한다.

수의학교육의 졸업역량, Day 1 Competency를 이야기하지만 아직 요원하다. 갓 졸업한 수의사에게 단독진료를 맡기기는 어렵다. 다만 주사, 채혈을 포함한 침습적인 환자 처치나 입원 관리는 담당할 수 있다.

선임 수의사의 지시를 받아 진료를 수행할 인력이 필요하다는 동물병원의 수요와 수련 환경을 찾는 초임 수의사들의 수요가 이렇게 맞아 떨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동물보건사에게 침습적인 업무가 허용되고, 전자의 수요를 상당 부분 충족시키게 되면 어떻게 될까. 과연 일선 동물병원들이 임금 부담이 훨씬 덜할 동물보건사 대신 여전히 초임 수의사를 고용하려 할까.

인턴-레지던트 제도의 뒷받침을 받는 전공의들조차 PA로 인한 교육기회 피해를 이야기하고 있다. 자력갱생 해야 하는 봉직수의사들은 돈의 논리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기왕 만든 동물보건사 제도를 어떻게 많이 써먹을까부터 고민하기 앞서, 수의사를 어떻게 잘 양성할지에 개선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설문조사] 동물보건사 침습행위 허용한다면, 1년차 수의사에게 영향은? 참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