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회에서 수의대 신설을 강요하려는 폭력적 시도를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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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철 대한수의사회 사무총장

최근 부산대학교가 보이고 있는 수의과대학 신설 움직임에 수의계가 뜨겁다.

전국 10개 수의과대학 체제가 자리잡은 지 오래지만, 수의대를 신설하려는 시도는 2, 3년마다 반복되고 있다. 매번 지역특성화를 내세우거나 정권 실세와 연관되기도 했다.

융합과학의 시대에 대학으로서 다양한 학문 분야의 학과를 보유하고 싶다는 점은 이해할 만하다. 고학력자가 몰리는 인기 학과라면 더할 나위 없다.

물론 그간의 수의대 신설 시도에서 이런 순수성을 인정해 줄 만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부산대도 마찬가지다.

생명을 다루는 기술과 소양을 갖춘 면허자를 양성하는 의대, 수의대 등의 신설은 극히 신중해야 한다. 단지 대학이 원한다고 만들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정신은 이미 고등교육법에 잘 드러난다. 교육부뿐만 아니라 면허 주무부처(수의사의 경우 농식품부)와 협의토록 한 것이다.

그동안 반복됐던 수의대 신설 움직임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모두 걸러졌다. 이미 국내에 수의사가 과잉 배출되고 있고, 수의사가 일하는 현장이나 수의사를 양성하는 교육 환경은 척박하다는 점이 검토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부산대의 수의대 신설 시도는 법에 규정된 정상적인 절차조차 벗어나려 하고 있다. 정치공간인 국회에서 정치인과 짜고치기 질의응답을 펼쳤다. 국정감사장에서 국회의원이 운을 띄우면 부산대가 수의대가 필요하다고 답하는 식이었다.

급기야 최근에는 농식품부를 관할하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부산대학교 수의학과 설립을 위한 촉구 결의안’을 의결하려는 기습 시도까지 벌였다.

특정 대학에 특정 학과를 신설하라는 요구를 국회 차원에서 의결하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지난 20대 국회는 물론 2000년 이후 5차례의 국회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일본의 아베 전 총리가 떠오른다. 아베정권의 대표적인 부패행위로 알려진 가케학원(加計學園) 수의대 설립 사건이다. 일본에서 52년만에 강행된 수의대 신설에 아베 전 총리가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이 같은 방식은 정당한 절차와 논리가 아니다. 힘의 논리다. 힘의 논리의 본령은 폭력이다.

폭력에는 논리나 설명, 설득으로 대응할 수 없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반드시 따라온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

[기고] 국회에서 수의대 신설을 강요하려는 폭력적 시도를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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