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동물암센터 KACC 설립하는 한재웅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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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보조요법이 있지만, 종양치료는 크게 외과적 제거(수술), 항암치료 그리고 방사선치료 등 3가지 방법으로 이뤄집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동물병원에서 종양환자에 대해 방사선치료를 하는 곳은 없습니다. 방사선 치료기 도입의 가장 큰 장벽인 비용문제 때문입니다.

‘방사선치료 없는 종양치료는 완벽하지 않다’는 많은 의견들 속에 국내 수의계에도 동물 종양환자에 대해 방사선치료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동물병원,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동물병원 등이 방사선 치료기 도입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 국내 최초로 동물 암환자만 진료하며 방사선치료를 병행하는 ‘한국동물암센터(Korea Animal Cancer Center, KACC)’가 곧 설립됩니다. 데일리벳에서 한국동물암센터 설립을 준비 중인 한재웅 원장님을 만나 동물암센터를 시작하는 계기, 기존 치료와의 차이점,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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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국동물암센터(KACC)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반려동물의 개념이 장난감이 아닌 가족으로 바뀌었음은 모든 이들이 알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현직에 있는 소동물 임상수의사로 하여금 큰 역할 변화를 가져오게 했다. 10살 이상의 노령동물 내원 비중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종양 진단율 또한 증가했다. 보호자들은 이제 수의사에게 종양이 발견되었을 때 안락사를 해야 할지 묻기 보다는 어느 정도까지 치료가 가능하고 남은 생을 편히 보낼 수 있도록 어떻게 돌봐야 하는 지 묻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이에 대한 다양한 대답들이 나와 있으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에서 제안해 줄 만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오래전부터 이 상황에 대해 많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수의학계의 많은 분들과 교류를 나누고 늦은 나이에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서 이에 대한 답을 찾고자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종양 환자들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종양학 분야에 있어 전문적인 조직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마침 함께 이 일을 시작할 만한 인력이 존재했기에 한국동물암센터 설립을 추진하게 됐다.

Q. 어떤 인력과 시설이 들어서는가?

한국동물암센터의 가장 큰 장점은 전문화된 인력이다. 내과, 외과, 방사선과에 박사 4명, 석사 3명 외 수의사 6명으로 인력구성이 됐다. 모두 수의과대학 부속 동물병원에서의 임상 경험이 많기 때문에 암환자 치료경력이 풍부하다. 장비도 중요하지만 결국 암환자의 진단과 치료에는 인력이 가장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 국내 최고수준으로 구성했다.

외과 과장은 박사학위 수여 후 미국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친 우수한 인재고, 내과 과장은 수의과대학 부속동물병원 종양과 팀장이었으며, 방사선과 과장은 국내에서 방사선치료 케이스를 가장 많이 경험한 인재다. 암환자의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에 관해서는 특급요원이라고 할 수 있다.

센터는 180평 규모로 현재 공사중이며, 내년 1월부터 운영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오로지 종양 환자만 진료하며 수술, 항암치료 외에 방사선치료까지 진행한다. 이외에도 면역치료, 광역동치료(PDT, Photodynamic Therapy), 초음파 장비 등을 통해 종양치료에 관련된 보조적인 요법까지 수행하게 된다.

Q. 종양치료에 있어서 기존의 치료방법과 차별화되는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암 치료의 가장 기본은 수술이지만, 항암치료 또한 중요하다. 항암치료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쉽게 적용 가능하고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 치료법이다. 수술 후 항암치료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악성종양의 경우 재발, 전이가 쉽게 나타날 수 있으며 이 경우 보조적인 항암치료로 이를 최대한 억제할 수 있다. 특히 표적항암제 또는 혈관신생억제요법 등을 통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치료효과를 높이는 방법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한국동물암센터에는 이러한 항암치료요법에 특화된 시설(항암제 준비실, 항암제 투여실)과 전문화된 인력을 갖추고 있다.

방사선치료가 기존의 치료법과 가장 크게 차별화 되는 부분일 것이다.

방사선치료는 방사선동위원소나 X-ray와 같은 전자 충돌에 의해 발생하는 감마선을 고 에너지로 종양에 노출시켜 종양의 크기를 줄이거나 사멸시키는 방법이다. 동물에서 종양에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수술 및 항암치료와 병행했을 때 치료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이미 북미, 유럽, 일본 등지에서 동물 종양치료에 많이 이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몇 수의과대학에서 인의기관과 연계하여 증례를 보고한 적은 있으나 일반 임상기관에서 실시된 사례는 없다.

본원 또한 자체적으로 방사선치료기를 구비하고 있지는 않으나 한 연구기관과 업무양해각서를 통해 지속적으로 방사선치료를 실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여 안정된 환경에서 꾸준히 방사선치료를 실시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본원에서 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은 체부정위적 방사선치료(stereotactic body radiation therapy, SBRT)다. 이는 일명 ‘사이버나이프’로 알려져있다.

기존의 방사선치료는 종양을 중심으로 360도 방향에서 종양의 단면적 만큼의 방사선을 면 단위로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종양의 치료효과를 높일수록 피부 및 점막 등 정상조직에 대한 피폭 부작용이 증가하여 피부화상, 각결막염, 점막박리 등 심한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에 비해 사이버나이프는 로봇을 이용하여 최소 직경 6mm의 방사선을 최대 1200여 개의 방향에서 3차원적으로 종양에 집적시켜 주변 조직에 대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기존 방사선치료는 종양치료와 정상조직 부작용 간의 균형을 위해 1회당 방사선 세기를 일정 수준이상 증가시키지 못하고 14~20회 가량 치료를 여러번 진행해야 하지만, 사이버나이프는 1회당 방사선 세기를 훨씬 높이더라도 정상조직에 대한 부작용이 적어 대개 1~4회 치료만으로 효과를 보기 충분하다.

2014년 개의 비강종양에서 기존 방사선치료 대비 유사한 치료효과를 보이면서 부작용은 훨씬 적은 것으로 보고되었으며, KACC 설립전 N동물의료센터에서 방사선동위원소를 이용한 방사선치료 1건, 사이버나이프 치료 4건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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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운 과장과 한재웅 원장은 건국대 수의대와 함께 개의 비강 부분 이행상피암에 대해 사이버나이프로 방사선치료한 케이스를 최근 임상수의학회에서 발표했다. 11살 령의 중성화 수컷 말티즈 케이스였는데, 사이버나이프를 통한 체부정위적 방사선치료를 통해 치료 96일 후 환자의 비강 종양을 60.63% 수준까지 감소시켰다.

외과수술 또한 최대한의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수술실의 양압 시스템 도입과 준비실 및 다수의 수술실을 마련하여 환자가 최적의 환경에서 수술받을 수 있게 할 것이며, 술전 마취 및 술후 진통처치까지 철저한 관리를 통해 노령견이나 종양환자에서 안전한 마취 및 통증관리가 가능하도록 목표하고 있다.

Intervention Radiology, Minimally Invasive Procedure 등 현재 종양치료의 최신 기법 도입을 위해 해외 연수, 세미나 등을 통한 외과 팀원들의 교육을 실시하여 전문화된 인력을 구축하고 복강경, 카테터, 스텐팅 등을 도입하여 종양환자에게 다양한 치료의 기회를 주는 것뿐 아니라 치료를 할 수 없는 환자에게도 남은 기간 동안 삶의 질을 개선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것이다.

이외에 종양수술 후 재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재활시설, 통증 감소 및 술부 회복을 위한 레이저치료, 약물 통증치료, 고압산소 치료 등으로 환자의 상태를 관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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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나이프)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앞으로 방사선치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되면 자체적으로 시설을 갖출 것이다. 업무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는 하나 아무래도 장비를 자체 보유한 상태가 아니다 보니 치료일정을 세우는 데 제한이 있다.

사이버나이프 자체 도입은 기기 값만 60억 원이 넘으며 차폐시설 공사비용 및 선량보증기기 구비, 기타 전문인력 확충 등을 고려했을 때 100억 원이 넘는 거대 계획이다. 정확한 수요가 파악되지 못한 현재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하기에는 부담스럽다. 또한 기기 수명연한인 10~15년간 안정적으로 방사선치료시설이 설치될 수 있을 만한 공간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빠르면 내년 늦어도 후년에는 장비를 직접 도입하여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예정이다.

일반적인 방사선치료기는 일본, 태국 등 아시아 지역 동물병원에 꽤 있지만 사이버나이프 장비는 없다고 알고 있으며, 뉴욕에 2개 정도 있다고 알고 있다.

Q. 쉽지 않은 도전인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두려움도 있지만,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좋다. 센터를 준비하는 과정도 매우 즐겁고 행복하다. 수익도 창출해야 겠지만 그것보다 처음 시도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초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하겠다.

[인터뷰] 한국동물암센터 KACC 설립하는 한재웅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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