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동물행동학은 일본 수의대 핵심 과목` 무라타 카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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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수의사회가 최근 일본의 유명 동물행동학 전문가인 ‘무라타 카오리(Murata Kaori)’수의사를 초청해 행동학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모미노키 동물병원 부원장으로 근무중인 무라타 카오리 수의사는 동물행동학을 20년간 공부한 수의사로 현재 일본 동물임상의학연구소 분과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 동물병원 복지협회 퍼피케어스탭 강좌 메인강사, 동물의료구명구조센터 행동과 담당수의사, 환경부 동물적성 사양강습회 검토위원, 일본 수의동물행동연구회 핵심멤버 등을 지녔으며, 산케이 시민 사회복지상, 효고현민 자원봉사활동상, 일본동물병원복지협회 뷰티스트 어워드 등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저서로는 ‘마음의 백신, 강아지와 가르치는 사람이 행복하게 지내는 법’이 있습니다.

데일리벳에서 무라타 카오리 수의사를 만나 동물행동학에 대한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서수행동학_Murata kaori1

Q.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인가?

아니다. 지난 2011년 제주도에서 개최된 WSAVA(세계소동물수의사대회)에 참가했었다. 서울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Q. 동물행동학은 언제부터 공부했나? 그리고 동물행동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도 궁금하다.

어릴 때부터, 혹은 수의사가 되면서부터 동물행동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다. 다만 동물이 너무 좋아서 동물에게 해줄 것이 뭐가 있나 고민하고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동물행동학을 하게 됐다.

본격적으로 동물행동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건 20년 정도 된 것 같다.

Q. 일본에는 동물행동학 전문의 제도가 있는건가?

그렇지는 않다.

동물행동의학 전문의 제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JAHA(일본동물병원복지협회, Japan Animal Hospital Association)에서 발급하는 인증서가 있다. 개인적으로 JAHA의 퍼피케어 스탭 양성 강좌의 메인강사와 양성강좌 위원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Q. 근무하는 병원의 행동 관련 케이스는 얼마나 되나?

우선 행동치료 케이스보다 일반 케이스가 훨씬 많다.

행동의학과 관련된 치료는 원인 파악을 위한 상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행동치료 케이스는 하루에 1~2개 정도 수준이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문제 행동을 치료하는 것만이 행동학 케이스라고 볼 수는 없다.

우리병원에서는 퍼피 클래스 등 개의 문제행동을 예방하고, 보호자와 개의 유대관계를 구축하게 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이런 프로그램의 장점은 개와 보호자, 그리고 동물병원(수의사) 간의 신뢰를 구축하게 해준 다는 점이다. 퍼피 클래스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유치원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마음의백신_무라타카오리
무라타 카오리 수의사의 저서 ‘마음의 백신’

Q. 동물병원에서 진행하는 퍼피 클래스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달라.

퍼피 클래스는 생후 4개월까지, 최소 1회 이상의 백신 접종 및 건강검진이 완료된 강아지들만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사상충 및 진드기 예방도 실시하며, 원내 감염 예방을 위해 입양 후 2주일이 지나지 않은 강아지들은 받지 않는다.

퍼피 클래스의 목적은 1. 개의 문제행동 예방 2. 보호자와 개의 유대 구축 3. 보호자와 개의 신뢰관계 구축 등 3가지다. 개와 보호자가 즐거운 분위기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하면서 서로 친해지게 되고, 자연스레 개의 사회화 과정도 긍정적으로 진행된다.

어느 정도 지식과 경험만 있으면, 큰 시설과 장비 없이도 개인 동물병원에서 충분히 퍼피 클래스를 진행할 수 있다.

퍼피 클래스에 참가한 그룹의 경우 백신 접종률, 사상충 접종률이 100%에 이르고, 중성화 수술 실시율도 60~70%로 퍼피 클래스에 참가하지 않은 그룹(30~38%)보다 훨씬 높다. 또한 평균 내원 빈도 역시 1년에 14.9회로 참가하지 않은 그룹(6.7회/1년)의 2배 이상 많았다.

따라서 퍼피 클래스는 개를 위해, 보호자를 위해, 그리고 동물병원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이외에도 질환의 조기발견 및 치료가 가능하고, 진료 및 치료가 쉬워지며, 스텝들의 동기가 강화되고, 질환의 예방률이 증가하는 등 다양한 장점이 있다.

Q. 최근 한국 수의계에도 동물행동의학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이 있다면?

우선 한국에서 실제 동물행동 케이스를 보지 못해 케이스에 일본과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일본에서는 개 보호자의 90%이상이 개를 산책시킨다. 그 정도로 보호자들의 수준이 높으며, 산책이 개의 행동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잘 인지하고 있다.

내가 듣기로 한국의 경우 산책시키는 비율이 그렇게 높지 않다고 들었다. 이런 부분에서 차이가 있을 것도 같다.

그렇다고 일본의 개들이 문제 행동이 없는 것은 아니다. 치료가 필요한 문제 행동 케이스는 일본에도 많다.

Q. 동물행동학의 전망은 어떠한가?

동물행동학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은 앞으로 점점 커질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동물행동학에 관심을 갖지 않는 수의사들은 도태 될 수도 있을 것 같다(웃음).

실제 일본 수의계에서도 동물행동학의 중요성을 많이 인지하고 있으며, 그 결과 최근 일본 수의과대학 핵심 과목(Core Curriculum)에 동물행동학이 포함됐다.

각 수의과대학마다 커리큘럼의 차이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반드시 가르쳐야 하는 핵심 과목이 있다. 그 핵심 과목에 ‘동물행동의학’이 포함된 것이다. 그만큼 행동학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과거에 우리 수의사들은 보호자에게 “개보다 사람(주인)의 서열이 높아야 문제 행동이 일어나지 않는다”며 “보호자가 개보다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우위성 이론(일명 Alpha Syndrome)을 강조했다.

하지만 AVSAB(미국 수의행동학회)에서 개의 문제행동의 치료지침으로 우위성 이론을 적용시켜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발표했다. 행동수정을 위해서는 단순한 서열관계보다 과학적인 학습원리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이 바로 우리 수의사들이 동물행동학에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서수행동학_무라타카오리3
강의를 마치고 서울시수의사회 회원들과 촬영한 단체사진

 

 

[인터뷰] `동물행동학은 일본 수의대 핵심 과목` 무라타 카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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