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뇌에 미친 외과수의사 4명을 만나다

뇌수술을 연구하는 스터디 모임 VBSS 결성한 곽상우, 김우경, 오지원, 정나래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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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반려동물도 사람처럼 뇌수술을 받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과거에는 ‘뇌수술’이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고난도 의료행위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수의학의 발전과 함께 반려동물도 뇌종양 수술을 받고 있습니다.

첨단 영상장비의 보급, 마취 및 수술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뇌종양, 뇌염, 수두증, 간질 등 반려동물의 복잡한 신경계 질환에 대한 진단. 관리, 치료가 가능해진 것이죠.

동시에 신경외과를 전문적으로 전공하고 공부하는 수의사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수의과대학에 신경외과 전공 트랙이 운영되고 있고,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신경외과 전담 수의사가 생겨나고 있죠. 이들은 최신 기술과 장비를 활용해, 반려동물의 생명을 구하고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뇌 수술’에 열정을 가진 외과 수의사들이 뭉쳤습니다. 바로 뇌 수술을 연구하는 수의사 스터디 모임(Veterinary Brain Surgery Society, VBSS)이 그 주인공입니다.

데일리벳에서 VBSS의 곽상우(리더스 동물의료원 외과 원장), 김우경(이안동물신경센터 신경외과 팀장), 오지원(해마루이차동물병원 외과 과장), 정나래 수의사(일산동물의료원 외과 과장)(가나다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4명의 수의사는 모두 병원에서 뇌종양 제거 수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제35차 대한뇌종양학회에 참가한 VBSS 멤버들

저희 3명(김우경, 오지원, 정나래 선생님)은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정형신경외과 대학원 출신인데요, 대학원 시절부터 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었습니다. 대학원 졸업 후 로컬동물병원에 일하면서도 서로 뇌 수술에 대한 디스커션을 많이 했어요.

그러던 차에 정나래 선생님이 뇌수술 코스에서 곽상우 선생님을 만났고, 함께 공부해 보자고 제안해서 올해 3월 스터디 모임을 결성했습니다. 정나래 선생님이 구심점이 되었네요.

저희가 뇌수술을 잘해서 모인 것이 아니라, 뇌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을 가지고 함께 공부하고, 또 공부해서 알게 된 내용을 공유하는 동아리 같은 모임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우선 책을 함께 공부했습니다. 수의학분야에 뇌수술에 관한 책은 많지 않은 편입니다. 뇌를 자세하게 다루는 책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의학 분야 책을 선택했습니다. 뇌수술의 A to Z를 다루는 책인데, 일주일마다 각자 한 단원씩 공부해서 소개하는 방식으로 공부했죠. 처음 보는 생소한 내용도 많았지만,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뇌 접근법도 알게 됐고, 수의학분야에서 뇌수술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의견도 나눌 수 있었죠.

VBSS가 함께 공부한 뇌종양 관련 책

대한뇌종양학회 정기학술대회에 참석했었는데요, 정말 놀랍고 신기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초음파로 BBB를 열어서 항암제를 투입하는 치료법이 소개됐는데 인상적이었습니다. 나중에 수의학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표적항암제 케이스도 많이 보고 왔습니다.

사람은 뇌종양만 제거하는 게 아니라, 생리학(physiology)도 같이 고려합니다. 뇌의 신경망 연결 구조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커넥텀(connectome), 뇌의 신경섬유경로를 3차원적으로 시각화하는 트랙토그래피(tractography) 등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현재 수의학에서는 뇌종양만을 생각하고 있는데, 저희도 앞으로 신경해부학(neuroanatomy), 생리학까지 함께 고려해서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지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네. 9월 19~20일 열린 2025 BVS Neurosurgery Summit이라는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처음 열리는 코스였는데, 인스트럭터 중 한 명을 알고 있어서 메일을 보내 참석을 요청했습니다. 한국 수의사는 신경전문의인 UC DAVIS 수의과대학 임지혜 교수님(미국수의내과전문의(신경학), DACVIM(Neurology))과 저희밖에 없었어요.

사람의 척추수술부터 최소침습수술, 3D 프린팅을 활용한 신경외과수술, 두개내 수술 및 두개골 재건, 신경외과 합병증 관리, 뇌수막종 백신, 퍼그 척수병증 등 다양한 강의와 드라이랩(Dry-lab)이 진행됐는데요, 가장 인상 깊었던 강의는 수의학 분야 뇌하수체종양수술의 개척자 3분*이 함께 진행한 뇌하수체종양 강의였습니다. 세 분의 강의를 들으니 성공한 덕후가 된 느낌이었습니다(웃음).

(*Annie Chen 미국수의내과전문의(신경학) – Veterinary Referral Center of Central Oregon, Tina Owen 미국수의외과전문의(DACVS), Linda Martin 미국수의응급중환자과전문의(DACVECC) – 이하 워싱턴주립수의과대학).

주최 측에서 내년에 컨퍼런스를 더 확대할 예정인데, 아시아에서도 많은 수의사가 참석하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데일리벳 인터뷰 기사가 도움이 될 거라고 답했습니다(웃음).

왼쪽부터) 정나래, Annie Chen, 오지원 수의사
왼쪽부터) 정나래, Linda Martin, Tina Owen 수의사

수의학에서 뇌가 흥미로운 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뇌수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어요.

그런데, 아직 레퍼런스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정확한 정답을 일방적으로 가르친다기보다 저희가 공부하고 경험했던 케이스를 나누고 함께 고민해 보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곧 열리는 FASAVA2025 콩그레스에서도 발표합니다. 2명이 구두발표, 2명이 포스터발표를 하는데요, 그중 3개의 주제가 뇌입니다.

곽상우 선생님은 뇌실종양 케이스에서 뇌 안으로 국소함암제를 투약한 케이스를 발표합니다. 김우경 선생님은 뇌수술을 할 때 현미경을 썼던 케이스를 통해 왜 뇌수술에 현미경이 필요한지 알리고자 합니다. 정나래 선생님은 지금까지 뇌수술했던 환자들의 MRI 상 볼륨 차이를 발표합니다. 오지원 선생님은 척추에 관한 발표를 준비 중입니다.

(편집자 주 :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개별적으로 들어봤습니다).

곽상우 리더스 동물의료원 원장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특히 아프거나 힘든 상황에 처한 동물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아팠고, 그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자꾸 커졌습니다. 당시에는 그저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였을 뿐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마음이 자연스럽게 수의사라는 직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수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와 노력이 필요했지만, 동물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건강을 회복시켜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수의사로서 제 일을 하는 순간마다, 제 선택이 정말 잘한 것이라고 느낍니다. 동물들과 보호자에게 희망을 주는 그 역할이 바로 제가 이 길을 선택한 이유입니다.

학부 시절부터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졌지만, 외과는 제가 가장 끌린 분야였습니다. 물론 다른 과도 마찬가지지만, 저에게 외과는 단순히 동물을 치료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직접적으로 생명에 영향을 미치고, 수술 후 동물의 삶에 즉각적인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특히, 수술을 통해 통증을 완화시키고,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활동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그 순간이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또한, 외과는 높은 수준의 기술과 정확한 판단이 요구되기에 끊임없이 발전하고 배워야 하는 분야라는 점에서 저의 성장을 도울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외과를 전공하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그 선택이 옳았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외과 중에서도 뇌수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 복잡성과 섬세함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뇌는 매우 중요한 기관이고, 그만큼 작은 실수나 판단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전적이지만, 동시에 매우 보람 있는 분야라 생각합니다.

특히 뇌수술을 통해 동물들이 기존의 기능을 회복하거나, 삶의 질이 향상되는 모습을 보면 그만큼 큰 성취감을 느낍니다.

병원에서 주로 다루는 뇌수술은 뇌종양 제거, 뇌수두증, 뇌혈종 치료, 그리고 외상으로 인한 뇌 손상 수술입니다. 각 수술은 매우 세밀하고 정교한 기술을 요구하며, 무엇보다 환자의 빠른 회복을 위해 지속적인 관리와 관심이 필요합니다. 수술을 통해 동물이 회복된 후 다시 뛰어놀거나 보호자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 그 순간이 수의사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죠.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먼저, 스터디모임 차원에서 김우경, 정나래, 오지원 선생님과 함께 지속적으로 연구와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희는 각기 다른 병원에서 다루는 환자들의 질환이 다를 수 있지만, 공통된 목표는 동물들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지속적인 학습과 연구를 통해 더 많은 동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그리고 더욱 향상된 치료 방법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갈 계획입니다.

개인 차원에서는 중요한 변화가 있습니다. 이번에 24시 동탄 리더스 동물의료원에서 외과 대표원장으로 개원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도 뇌와 신경 수술을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이며, 뇌 질환으로 고통받는 많은 환자를 위한 치료에 힘쓸 것입니다. 동물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데 있어 제 역량을 발휘하고, 동물들이 고통 없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동물들이 다시 활기찬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저에게 가장 큰 보람이고, 앞으로도 연구와 경험을 바탕으로 더 많은 동물이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김우경 이안동물신경센터 신경외과 팀장

어릴 때부터 생명을 살린다는 일은 제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아픈 동물을 보면 ‘저 고통을 덜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고, 그 마음이 결국 저를 수의사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본과 2학년 시절, 막연히 수의사가 되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을 때, 제 마음을 강하게 흔든 분야가 바로 신경외과였습니다.

어릴 적 저는 레고를 조립하는 걸 무척 좋아했습니다. 작은 블록 하나하나를 맞추며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 즐거웠고, 자연스럽게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일’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죠. 그런 제게 외과는 단순한 진료가 아닌, 직접 손으로 생명을 이어주는 섬세한 작업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뇌와 척수 같은 신경계는 그 자체로 섬세함의 극치입니다. 조금만 실수해도 치명적일 수 있기에, 오히려 그만큼 더 가슴이 뛰었고, 관련된 공부를 하면 할수록 깊은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저는 “신경외과 수술이야말로 내가 평생 몰입해야 할 분야”라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원 시절, 저는 뇌수술에 대한 강렬한 갈망을 느꼈습니다. 수의학 교과서에는 “두개골을 열어 종양을 제거한다”는 식의 단순한 설명만 있었지만, 사람의학에서는 뇌혈관, 신경, 두개골의 접근 경로 하나하나가 세밀하게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심지어 사람의학에서는 현미경을 이용해 정밀한 수술을 하고 있었지만, 수의학에서는 현미경조차 쓰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 괴리 속에서 저는 홀로 사람의학책을 파고들며 공부했습니다. 그러던 중, 저처럼 뇌를 공부하고 싶어 하는 젊은 수의사들을 만나게 되었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모여 VBSS(Veterinary Brain Surgery Society)라는 이름의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습니다.

현재 이안동물의학센터에서는 현미경을 활용한 뇌종양 수술, 최소침습 신경수술 등 한 단계 더 정밀한 수술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건, “동물도 사람처럼 정밀한 뇌수술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믿음입니다.

저는 지금이야말로 수의학 뇌수술의 방향성이 정해지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VBSS는 단순한 학술모임이 아니라, 올바른 공부와 연구를 통해 수의학 뇌수술의 ‘정석’을 제시하는 집단이 되고자 합니다. 사람의학에서 이미 정립된 술기를 바탕으로, 수의학 뇌수술이 정밀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도록 길을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인의 신경외과에서 배운 현미경 술기를 현재 수의학 수술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의학에서는 뇌수술에서 현미경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당연시되었지만, 저는 현미경을 도입하여 훨씬 세밀하고 안전한 수술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단순한 MRI 촬영을 넘어 MRA(Magnetic Resonance Angiography), MRV(Magnetic Resonance venography), Tractography와 같은 다양한 시퀀스를 활용하여 두개내 동·정맥 구조를 면밀히 평가하고, 중요한 신경회로를 피해서 접근하는 술기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수의학에서는 시도되지 않았던 방식으로, 사람의학에서 발전해 온 뇌수술 패러다임을 그대로 반려동물에게 옮겨오고 있는 과정입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계속 이어가며, 더 많은 환자에게 안전하고 정밀한 수술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동시에 후배 수의사들에게도 이러한 철학과 술기를 나누어, 언젠가는 “수의학에서도 뇌수술은 사람의학 못지않게 정밀하고 안전하다”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저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오지원 해마루이차동물병원 외과 과장

막연히 의대를 준비하던 학창 시절에 고등학교 1학년 때 슬럼프를 겪게 되었는데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의 ‘고교생 수의학아카데미’에 참여했었습니다. 자율학습 안 해도 되겠다는 어린 마음으로 참여했는데, 그 첫날부터 매료되어 수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학부생 로테이션 때, 정형신경외과 파트를 돌게 되었는데요. 불가능할 것 같은 수술도, 가능하게 하는 원인을 집요하게 찾는 모습이 정말 멋져 보였습니다. 교수님과 대학원생들이 같이 최선의 수술 방법을 준비하고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해 플랜 a, b, c까지 세울 정도고요. 결국 그 수술이 환자를 치료케 하는 과정에 반해 외과에 들어오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뇌종양 수술은 막연하게 미지의 세계라고 생각했어요. 책에도 소개된 내용이 적은 분야이기도 하고요. 처음 고양이 전두엽 뇌종양 수술을 하게 되는 기회가 있었는데, 초심자의 행운인지 감사하게도 환자가 잘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그 계기로 뇌수술에 눈을 뜨게 된 것 같아요. 수술을 하면 할수록 책에 적힌 내용으로는 궁금증이 해소가 안 됐고 그러다 보니 사람의 뇌종양 책을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저희 모임을 하다 보니 다들 뇌수술하면서 비슷한 부분을 잘 모르고 같은 위치에서 고민하더라고요. 서로 경험을 공유하면서 스스로 술후 피드백을 공유하는데 이 디스커션이 간접 경험을 삼을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다음 수술할 때 술기의 디테일을 보완할 수 있고요.

뇌수술의 범위는 다양한데, 일반적인 뇌종양 절제 수술뿐만 아니라 비강종양에 의해 침습된 뇌종양같은 뇌종양, 뇌혈종에 의한 개두술 및 뇌혈종 제거술, 두개골 골절 수술, 두개골 종양 절제술 등 뇌를 포함한 구조물 수술을 집도하고 있습니다.

항상 숨 쉬고 있는 뇌를 수술할 때마다 절벽 사이 흔들 다리를 건너는 기분입니다. 한 발만 미끄러져도 안 된다는 긴장과 몰입감이 엄청나죠.

뇌종양 환자들은 뇌압이 높기 때문에 뇌가 크게 튀어나오고, 실질 종양의 경우 종양과 정상 뇌가 구분이 잘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수술 후에 대부분 중환자 치료를 받게 되고요. 뇌압 조절이 잘되지 않는다면 환자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지기도 합니다. 매 순간 어떻게 환자 상태가 달라질지 모르기 때문에 환자가 퇴원할 때까지는 안심할 수가 없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수술 숙련도를 높이고 다양한 환자군 데이터를 습득해서 어떤 환자든 정확한 decision making을 하고, 확신을 갖고 환자를 꼭 살리는 수의사가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이 스터디모임을 통해 내실을 다질 수 있도록 진정한 공부방처럼, 앞으로 뇌 수술 공부에 매진할 예정입니다.

정나래 일산동물의료원 외과 과장

너무 진부한 대답이긴 하지만, 어릴 때부터 동물을 너무 좋아했어요. 강아지, 고양이, 토끼, 기니피그, 햄스터, 소라게, 도마뱀, 물고기 등등… 부모님을 졸라서 여러 동물을 키우다 보니 자연스레 어른이 되어서도 동물과 같이 지낼 수 있는 직업을 찾게 되었어요.

외과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건 동아리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 중성화수술 봉사활동을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구들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우게 되고, (지금 생각해 보면 하나도 잘한 게 없지만) 조금 잘한다고 느끼니 더 재밌어지고.. 또 수술이랑도 잘 맞는 것 같아요. 사람마다 잘 맞고 안 맞는 분야가 있기 마련인데, 전 외과 말고 다른 과목은 사실 너무 재미가 없었어요.

정형신경외과 대학원에서도 사실 정형외과보다 신경외과에 더 흥미를 느끼곤 했지만, 당시만 해도 뇌수술은 지금보다도 훨씬 더 접하기 어려운 수술이었어요. 신경외과 책에서도 아주 적은 분량의 몇 챕터로만 구성되어 있는 미지의 영역 정도였죠. 필드에 나와서 첫 뇌종양 환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었는데, 그 환자를 잘 치료해 보고자 하는 마음에 더 깊은 공부를 시작했던 것 같아요. 물론 그 환자의 수술은 제 기준에서는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많이 원망했어요. 이만큼 준비했는데도 손에 익지 않으니, 시간도 오래 걸 리도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거든요. 식은땀이 나는 수술이었죠. 근데 너무 아쉬운 거예요. 다음번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근데 또 케이스가 워낙 적은 영역이니 언제 또 다음 환자가 올지는 모르고….

그래서 다음 환자가 오면 진짜 제대로 더 잘 해내겠다는 마음으로 더 공부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실제로 두 번째 환자가 왔을 때, 첫 번째 수술과 비교하면 결과적으로 훨씬 나은 수술이 되었었죠. 그때의 쾌감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아요. 뇌를 공부하고 수술하는 게 너무 즐겁습니다ㅎㅎ

현재 병원에서의 모든 뇌수술은 제가 담당해서 하고 있어요(다양한 위치의 뇌종양 수술, 뇌수두증수술, 후두골이형성, 뇌병변 생검 등)

단기적인 계획은 저희 스터디모임을 알리고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습니다. 저희끼리 공부하는 게 너무 재밌는데, 이 재밌는 걸 저희끼리만 알려고 하니 좀 아쉽더라고요. 지금 수의학에서 이루어지는 영역보다 훨씬 더 넓은 세계가 있고 더 많이 발전해야 하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뇌수술 관련된 학회나 코스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물론 이 분야에 많이 관심을 가져 주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ㅎㅎ 다들 관심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또 단순 공부와 정보제공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수의학에서의 뇌수술에는 사실 빈틈이 많아서, 그 빈틈과 기준을 채워나가는 사람 중 한 명이 될 수 있다면 큰 영광일 것 같아요. 물론 그 과정도 너무 재밌을 것 같고요.

개인적으로는 뇌수술 케이스를 많이 쌓아서 논문도 내고, 지금은 국내학회 위주로 발표하고 있지만 해외 학회에서 발표하는 것도 하나의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인터뷰] 뇌에 미친 외과수의사 4명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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