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전남대동물병원으로 본 권역 거점 동물병원의 가능성과 과제

응급·중증 진료, 공공동물의료, 원헬스까지…전남대동물병원의 권역 거점 동물의료를 위한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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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동물의료를 둘러싼 논의가 ‘동물병원이 얼마나 있는가’의 문제를 넘어, ‘응급·중증 진료를 지역 안에서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반려동물의 고령화와 중증 질환 증가, 보호자의 기대 수준 향상으로 인해 지역에서도 전문진료와 응급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응급 상황에서는 진료 접근성이 더욱 중요해 진다. 야간이나 휴일에도 진료받을 수 있는 동물병원이 있는지, 중환자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 내과·외과·영상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가 함께 대응할 수 있는지가 보호자와 환자에게 중요한 문제가 된다. 단순히 병원이 가까운지를 넘어, 지역 안에서 골든타임을 지키고 고난도 치료까지 이어갈 수 있는지가 지역 동물의료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사람 의료에서 논의돼 온 ‘지역완결형 의료체계’와도 비교해 볼 수 있다. 사람 의료에서는 응급의료기관 부족, 수도권 병원 쏠림, 비수도권 의료진 부족, 원정 진료 부담이 지역 의료의 주요 문제로 다뤄져 왔다. 수의계에서도 중증 환자의 장거리 이동, 보호자의 시간적·경제적 부담, 지역 병원에 대한 신뢰 문제가 지역 의료 문제와 유사하게 논의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지역 대학동물병원의 ‘권역 단위 응급·중증 진료 거점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대학동물병원은 진료뿐 아니라 교육과 연구 기능을 함께 갖고 있어, 중환자 치료와 전문 인력 양성, 고난도 진료 경험 축적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여기에 공공동물의료, 취약동물 지원, 방역·감시, 지역 동물병원과의 협력까지 더해지면 원헬스(One Health)를 향한 지역 동물의료 체계의 중심축으로 기능할 가능성도 크다.

전남대학교동물병원 24시 동물의료센터 개소식

전남대학교 동물병원의 최근 변화는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전남대동물병원은 지난해 5월부터 24시 응급의료센터를 본격 가동하며, 기존의 평일 주간 예약 진료 중심 운영에서 벗어나 야간과 휴일 진료 공백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료체계를 확장해 왔다. 이는 지역 보호자들이 중증 질환이나 응급 상황에서 수도권 등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했던 부담을 줄이고, 응급 대응과 중환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남대학교동물병원 24시 응급의료센터는 개소 1년 만에 반려동물 혈액투석 50례와 누적 투석 500시간을 돌파했다. 또한 중환자 퇴원 생존율을 62.5%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혈액량이 적어 투석이 까다로운 10㎏ 미만 소형견에게도 안전하게 적용할 수 있는 독자적 프로토콜을 완성했다는 점은, 지역 대학동물병원이 단순한 응급진료를 넘어 고난도 중환자 치료 역량을 축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남대학교동물병원 줄기세포 치료센터 개소식

전남대학교동물병원 야생특수동물 진료센터 개소식

전남대동물병원의 변화는 응급의료센터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줄기세포 치료센터는 관절염, 아토피, 탈모 등 노령·난치·퇴행성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재생의료 기반 맞춤형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줄기세포 전공 교수진이 치료 전 과정을 직접 총괄하고, 검증 절차를 통해 안전성을 높였다는 점은 대학동물병원의 연구·진료 연계 기능과도 연결된다. 연구 역량과 결합된 난치성 질환 및 노령동물 진료 수요에 대응하려는 대학동물병원의 노력이다.

올해 4월 30일에는 호남권 최초로 야생·특수동물 진료센터도 공식 개소했다. 조류와 파충류 등 특수동물에게 지역 내 전문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도다. 지역 대학동물병원의 역할이 반려견·반려묘 중심 진료를 넘어 다양한 동물종과 진료 사각지대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전남대 동물병원은 점차 지역 거점 동물병원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전남대동물병원 응급의료센터는 진료 의뢰서 없이도 365일 24시간 상시 방문이 가능하다. 야간이나 휴일에도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등 각 분야 수의사가 즉각 협력하는 온콜 시스템을 통해 대응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응급 상황에서 보호자가 여러 병원을 거치지 않고 바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보호자에게 실질적인 안정감을 주는 구조다.

또한, 전남대동물병원 월례 증례보고회와 초청 세미나를 통해 고난도·특수 케이스를 교수진, 전공의, 학생이 함께 공유하고 있다.

여기에 지역사회 기부 행사, 해외 대학과의 의료봉사 및 학술교류까지 이어지면서 전남대 동물병원은 예방의학, 특화진료, 교육, 지역사회 연계, 국제협력 기능을 갖춘 권역 거점 동물병원으로 변화하고 있다. 대학동물병원이 응급·중증 진료뿐 아니라 공공성, 전문성, 교육 기능까지 함께 요구받는 흐름에 잘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전남대학교 수의과대학 NEO 해외봉사단의 캄보디아 봉사활동 모습
베트남국립농업대학교 관계자들에게 동물병원을 소개 중인 이봉주 원장

전남대동물병원의 변화는 지역 동물의료의 흐름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지역 동물의료의 핵심 과제인 응급·중증 진료, 고난도 치료, 전문 인력, 공공성 등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24시 응급의료센터와 혈액투석은 지역 응급·중증 진료 공백을 줄이는 핵심 축이고, 줄기세포치료는 예방의학과 노령·난치 질환 대응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야생·특수동물 진료센터, 증례보고회, 지역사회 연계 활동, 해외봉사 및 교류까지 더해지면서 전남대 동물병원은 지역 대학동물병원이 요구받는 전문성, 공공성, 교육 기능을 함께 갖춘 대표 사례가 되고 있다.

지역 대학동물병원의 공공성은 선언만으로 완성되기 어렵다. 24시간 응급실 운영에는 전문 인력과 장비, 야간·휴일 근무체계, 재정 지원, 의료진의 지속가능한 근무 환경이 필요하다. 또한 민간 1차 동물병원과의 역할 분담, 의뢰·회송 체계, 지자체와의 협력, 공공 동물의료에 대한 제도적 지원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대학동물병원이 모든 지역 동물의료 문제를 혼자 해결하는 게 아니라, 지역 동물병원과 공공기관, 보호자, 학계가 연결되는 권역 플랫폼으로 기능할 때 지속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최근 몇 년간의 전남대 동물병원이 보여준 사례들은 지역 동물의료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이다.

지역 안에서 응급·중증 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는가? 보호자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고도 고난도 치료를 받을 수 있는가? 국립대 동물병원이 민간병원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지역 동물의료를 뒷받침하는 공공적 거점이 될 수 있는가?

전남대 동물병원의 변화는 이 질문들에 대한 대표적인 실제 현장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봉주 전남대학교동물병원장

데일리벳에서 이봉주 전남대학교 동물병원장을 만나 24시 응급의료센터 개소 이후의 변화, 지역 보호자들이 체감하는 진료 환경, 전남대 동물병원이 최근 넓혀온 전문진료의 의미, 그리고 국립대 동물병원이 지역 거점으로서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들어봤다.

이제 지역 동물의료는 병원 수보다 응급·중증 환자를 지역 안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진료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고령화와 보호자의 기대 수준이 높아지면서 야간·휴일 응급진료, 중환자 관리, 전문진료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응급 상황에서는 골든타임이 중요하기 때문에, 보호자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고도 지역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대학동물병원은 교육·연구 기능과 전문진료 역량을 바탕으로 권역 거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지역 동물의료 체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24시간 응급진료를 운영하려면 전문 인력, 장비, 재정 지원, 안정적인 근무 환경이 함께 마련돼야 합니다.

1차 동물병원과 대학동물병원의 역할 분담도 중요합니다. 1차 병원은 예방의학과 일반진료를 담당하고, 대학동물병원은 응급·중증·고난도 진료를 맡는 의뢰·회송 체계가 필요합니다. 여기에 취약계층 반려동물, 유기동물, 야생동물, 재난 상황 대응까지 포함하는 공공 동물의료 지원 체계가 논의돼야 합니다.

가장 큰 배경은 지역 보호자들이 응급·중증 상황에서 겪는 진료 공백을 줄이기 위해서였습니다. 야간이나 휴일에 중증 환자가 발생했을 때 지역 안에서 전문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부족했고, 보호자들이 타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전남대동물병원은 국립대 동물병원으로서 지역사회에 기여해야 할 공공적 책임이 있습니다.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등 여러 전문 진료과가 협진할 수 있는 장점을 바탕으로, 응급환자를 신속하게 진료하고 중환자 치료까지 이어지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보호자들이 응급 상황에서 지역 안에서도 치료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갖게 된 점입니다. 과거에는 야간이나 휴일에 중증 환자가 발생하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응급센터 개소 이후에는 환자가 더 빠르게 병원에 도착하고, 필요한 검사와 치료가 신속하게 이뤄지는 사례가 늘었습니다. 특히 혈액투석, 중환자 관리, 수술 후 집중치료 등 전문 인력과 장비가 필요한 진료를 지역 안에서 시행할 수 있게 된 점이 큰 변화입니다.

또한 대학동물병원 내부적으로도 응급·중증 진료 경험이 축적되고 있습니다. 교수진, 전공의, 학생들이 실제 응급 상황과 고난도 케이스를 함께 경험하면서 교육적 효과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현재 환자를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지역 동물의료를 이끌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기반이 됩니다.

가장 우선적으로 보강돼야 할 영역은 응급·중증 진료 인프라와 전문 인력입니다. 24시간 응급의료센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단순히 문을 열어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응급수의사, 중환자의학 전문 인력, 영상진단 인력, 수의테크니션, 야간 근무 인력 등 다양한 전문 인력이 필요하고, 이들이 지속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재정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합니다.

두 번째는 시설과 장비입니다. 중환자실, 혈액투석 장비, 고급 영상진단 장비, 감염관리 시설, 특수동물 진료 장비 등은 지역 거점 대학동물병원이 갖춰야 할 필수 인프라입니다. 이러한 장비들은 초기 도입 비용뿐 아니라 유지·관리 비용도 크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는 공공동물의료 기능에 대한 지원입니다. 국립대 동물병원은 민간병원과 경쟁하는 기관이 아니라, 지역 동물의료를 뒷받침하는 공공적 거점으로 기능해야 합니다. 취약계층 반려동물 진료, 유기동물과 야생동물 진료, 재난 상황 동물의료 대응, 인수공통감염병 감시, 지역 수의사 보수교육 등은 공공성이 강한 영역입니다. 이러한 역할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학동물병원법을 통한 제도적 근거와 국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민규 기자 mingyu040102@naver.com

[특집] 전남대동물병원으로 본 권역 거점 동물병원의 가능성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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