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데이터는 수의사의 것” KAHA, 동물병원 EMR 데이터 권리 명확화 이끌어내
동물병원 전자차트 갈아타기 쉬워지나...KAHA 중재에 전자차트 회사 3사 “데이터 이관 협조”

동물병원 전자차트(EMR)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동물병원협회(KAHA, 회장 최이돈)가 동물병원 진료데이터의 소유권을 명확히 하고, EMR 변경 시 데이터 이관 협조를 끌어냈다.
최근 동물병원 EMR 시장은 인투씨엔에스와 우리엔(+이프렌즈) 중심 구조에 벳칭(플러스벳)이 가세하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업체 간 고객 유치 경쟁이 심화되면서 회사 간 소송전까지 벌어졌으며, 사용료 인상 문제까지 겹치며 동물병원의 EMR 변경 수요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개원가에 따르면, 동물병원이 전자차트를 변경하려고 할 때, 진료데이터 이관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발생한다고 한다. 현재, 정부가 마련한 표준코드 대신 개별 동물병원에서 자체 코드 체계를 사용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코드 값이나 매칭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을 경우 진료 연속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문제의 배경에는 일부 약관 조항이 있었다. 특정 EMR 업체 약관에는 계약 종료 시 데이터베이스를 삭제하거나 반납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고, 이 같은 약관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약관 내용 : 프로그램 사용 계약이 만료되거나 해지될 경우에는 회사가 제공하는 프로그램 및 이와 관련된 모든 제작물(데이터베이스)을 삭제 또는 반납하여야 하며, 회사 저작물을 허락 없이 타사에 제공하거나 변경할 수 없습니다. 이를 위반시 저작권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해당 EMR 업체는 “(약관에 그런 조항이 있었어도) 지금까지 전자차트 변경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왔고, 데이터베이스 삭제·반납을 요청한 사례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해당 약관 조항은 당사가 개발·제공하는 프로그램 및 해당 프로그램에 포함된 기초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을 명시한 것”이라며 “당사를 제외한 제3자가 소스, 코드, 저작물 등을 탈취하거나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항일 뿐, 동물병원이 직접 작성·기록한 진료데이터를 당사 소유라고 규정하는 내용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프로그램 자체 및 구성 요소에 대한 지식재산권이 당사에 있음을 명시한 것인지, 병원의 진료 데이터와는 구별되는 개념이라는 설명이었다.

KAHA, 진료 데이터 소유권 명확화 및 전자차트 변경 시 원활한 협조 요청
EMR 3사 “진료데이터 소유권, 동물병원에 있어”, “전자차트 변경 시 데이터 이관에 적극 협조할 것”
개원가의 우려와 민원이 커지자 한국동물병원협회(KAHA)가 나섰다.
한국동물병원은 지난달 주요 3개 EMR 업체(인투씨엔에스, 우리엔, 벳칭)에 공문을 발송해 ▲진료데이터 소유권 명확화 ▲EMR 변경 시 원활한 데이터 이관 협조를 공식 요청했다.
KAHA는 공문에서 “동물병원의 진료기록 및 관련 데이터는 해당 병원이 직접 생성·축적한 자산으로 법적 소유권은 동물병원에 있다”며 약관에 이를 명문화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업체가 데이터 소유권이나 저작권을 주장하거나, 상업적 활용 가능성을 열어두는 조항에 대해서도 재검토를 요청했다.
또한 KAHA는 ▲Excel·CSV 등 범용 포맷 데이터 제공 ▲계약 종료 후 최소 30일 이상의 데이터 이관 유예기간 보장 ▲제3자 기술인력 접근 허용 ▲과도한 비용 및 기술적 장벽 금지 ▲데이터 삭제 강요 조항 삭제 등을 요구하며, 동물병원이 전자차트를 변경할 때 아무런 걱정 없이 수월하게 변경할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했다. KAHA는 이러한 요구의 근거로 수의사법, 약관규제법, 공정거래법, 개인정보보호법, 저작권법 등을 제시했다.
이에 3개 회사 모두 “진료데이터 소유권은 동물병원에 있다”고 명확하게 답했으며, “전자차트 변경 시 데이터 제공도 빠짐없이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약관이 논란됐었던 회사도 ‘회사가 제공하는 프로그램 및 관련 제작물의 저작권 및 지적재산권은 회사에 있으며, 병원에서 작성한 데이터의 소유는 해당 병원에 있습니다.’라고 약관을 명확하게 변경하겠다고 답했다.
다른 동물병원 전자차트 회사는 “차트 전환에 필요한 데이터는 누락 없이 제공돼야 하며, DB 컬럼·속성·코드값 등이 빠져 데이터 매칭이 어렵게 되어서는 안 된다”고 확고하게 밝혔다. 또한 “정부 또는 관련기관의 기본 처치코드를 사용한 데이터의 경우 해당 코드 또는 이를 연결할 수 있는 매칭값(Key값)까지 함께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앞으로도 이러한 기조하에 동물병원의 차트 전환에 협조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회사 역시 “진료데이터는 계약 종료 후 병원 소유”라고 명시한 약관 내용을 설명하며, “원본 데이터 제공 및 데이터 변환 지원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실제 타 EMR사 요청에 따라 Excel·CSV 형식 데이터 변환 사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동물병원협회가 주요 EMR 업체들로부터 데이터 소유권 명확화와 데이터 이관 협조에 대한 긍정적 답변을 이끌어내면서 “수의사가 작성한 진료데이터의 소유권은 명확하게 동물병원·수의사에게 있다”는 것이 명료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수의사들이 특정 EMR에 종속되지 않고 병원 상황에 맞는 차트를 자유롭게 선택·변경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EMR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결국 핵심은 데이터 이동성과 병원의 선택권”이라며 “이번 논의는 동물병원 진료데이터의 권리 주체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허찬 KAHA 병원경영혁신위원장은 “동물병원은 진료기록을 보관하는 것이 의무다. 차트 선택에 있어 데이터 이관이 자유롭지 못하다면 운영에 큰 리스크가 생긴다”며 “동물병원의 차트선택 자율권을 명확하게 보장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