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학회·컨퍼런스, 해법은 통합..임상수의학회·동물병원협회 협약

한국임상수의학회·한국동물병원협회, 학술 컨퍼런스 공동 기획·개최 위해 MOU 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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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학 컨퍼런스·학회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수의학이 발전하면서 학술 공유의 장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종합 학술대회의 경우 강사 중복, 후원업체 부담, 수의사 피로 누적 등 다양한 부작용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미 있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한국임상수의학회(회장 정성목)와 한국동물병원협회(KAHA, 회장 최이돈)가 23일(목) 학술컨퍼런스 공동 기획·개최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이다.

한국임상수의학회와 한국동물병원협회가 공동 학술 컨퍼런스 개최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10여 년 전부터 수의 분야 학술 컨퍼런스가 난립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일명 컨퍼런스 홍수다.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한다.

우선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 여러 단체가 비슷한 시기에 컨퍼런스를 개최하는데, 강사진과 주제가 겹치는 현상이 반복된다. 참가자 입장에서는 ‘어디를 가도 비슷한 강의’를 듣게 된다.

후원업체 부담 증가도 큰 문제다. 국내 수의 컨퍼런스는 기업 후원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수의사·수의대생들의 참가비만으로는 운영이 어렵다 보니 과도한 후원 요청이 이어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시장은 작은데, 후원해야 할 학회·컨퍼런스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다.

동물병원 전용 제품을 출시했다가 계속되는 후원 요청에 불만을 토로하면서, 보호자 대상으로 사업 방향을 변경한 사례도 있다. 해당 회사 대표는 기자에게 “B2B 마케팅·후원 비용을 B2C 마케팅에 쓰면 훨씬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수의사들이 이 부분을 생각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동물병원을 통한 사료·간식·용품 유통 비율이 감소하는 데, 업체 쥐어짜기까지 계속되면, 동물병원 시장을 포기하는 기업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후원 비용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부스 설치·철거 비용도 상당하고, 나눠줘야 할 샘플·제품 비용도 많다. 장비나 제품을 학회가 열리는 지역까지 배송하는 것도 돈이고, 직원들이 주말에 쉬지 못하는 문제도 크다. 주말 근무에 대한 대체휴무를 주거나 인건비를 1.5배 지급해야 하는데, 회사 차원에서는 이 모든 것이 비용이다.

수의사의 삶의 질도 떨어진다.

이미 임상수의사는 장시간을 일하는 직군으로 분류되는데, 컨퍼런스 대부분이 주말에 개최되며, 휴식 대신 컨퍼런스에 참여해야 한다.

임원진의 중복 현상도 심각하다. 학술단체는 지속적으로 생기는 데 일 할 사람은 한정적이다 보니, 한 사람이 여러 단체에 임원을 맡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명이 4~5개 학회·협회 활동을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쉬는 날 없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날짜 쟁탈전도 벌어진다. 인기 있는 날짜(주말, 특정 시즌)에 컨퍼런스를 개최하기 위해 수개월~1년 전부터 날짜를 ‘찜’해 놓고, 그 날짜에 개최 예정인 다른 학술대회에 “날짜를 변경하라”고 요청까지 한다.

참가자 확보도 쉽지 않다. 참가자가 분산된다.

컨퍼런스 강사·주제가 비슷한데, 일정까지 겹치면 ‘참가자 분산’은 당연한 수순이다. 행사의 규모와 질이 저하되고, 네트워크 기능도 감소한다. 한 마디로 ‘내실’이 없다.

결국, 현재 국내 수의계 학술대회 현황은 “컨퍼런스 양적 확대 → 질적 중복 + 비용 부담 + 피로 누적 + 내실 감소”로 정리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학회·컨퍼런스를 함께 운영하자’는 대안이 여러 차례 제기됐으나, 실질적으로 공동 학술대회가 꾸준히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다. 오히려, 올해도 새로운 컨퍼런스들이 기획되고 있다는 소식마저 들린다.

왼쪽부터) 한국임상수의학회 정성목 회장, 한국동물병원협회 최이돈 회장

한국임상수의학회와 한국동물병원협회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두 단체 모두 수의컨퍼런스가 분산되지 않고 통합적으로 개최됐을 때 긍정적인 영향이 크다는 점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한국임상수의학회는 한국수의임상교육협의회 주관으로 컨퍼런스 형식의 학술대회를 오래전에 선보였다. 학계뿐만 아니라 임상수의사들도 ‘단순한 세미나 수준을 벗어난 형태의 종합학술대회’의 필요성을 인식하던 시기였다. 한국임상수의학회 컨퍼런스는 학계와 개원가 모두에 큰 호응을 얻었다.

한국동물병원협회는 제1회 KAHA 컨퍼런스를 무려 21년 전인 2005년 3월에 개최했다. 지부수의사회 컨퍼런스가 지금처럼 늘어나기 전이었다. KAHA 컨퍼런스를 통해 반려동물 임상수의사들이 양질의 정보를 얻고 성장했다. 하지만, 비슷한 형식의 컨퍼런스가 증가하면서 차별성이 떨어졌다.

마침, 지난해 큰 성공을 거둔 제13차 아시아·태평양 소동물수의사대회(FASAVA Congress 2025)가 도화선이 됐다.

2025년 FASAVA 콩그레스는 제21회 한국동물병원협회(KAHA) 컨퍼런스, 제83회 한국임상수의학회 추계학술대회, 제15회 영남수의컨퍼런스, 대구광역시수의사회 연수교육이 한 장소에서 공동 개최되면서 ‘33개국 4,587명 참가’라는 역대급 성적을 거뒀다. 국내 참가자만 2,778명에 달했다.

컨퍼런스가 통합됐을 때 얼마나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잘 보여준 사례다.

두 단체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내실 있는 대규모의 컨퍼런스 개최’를 목표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의 목적은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동 학술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이를 통해 국내 수의학의 학문적 깊이와 임상 실무의 질을 동시에 높이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학술컨퍼런스 공동 기획 및 개최 ▲학술대회 및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연자 추천 및 정보 교류 ▲양 기관의 회원 제도와 인적 자원의 제도적 연계 ▲임상 현장용 진료 가이드라인 공동 개발 및 보급 등을 추진한다. 공동 컨퍼런스 운영 시 역할 분담에 관한 내용도 협약서에 담겼다.

당장, 오늘 10월 17~18일(토~일) 경주에서 영남수의컨퍼런스·한국임상수의학회 추계학술대회·한국동물병원협회 추계컨퍼런스가 공동으로 열린다. 한국임상수의학회는 이미 영남수의컨퍼런스와 학술대회 공동 개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수년 전부터 여러 차례 공동 컨퍼런스를 개최한 바 있다.

최이돈 한국동물병원협회(KAHA) 회장은 “이번 업무협약은 국내 수의 임상 분야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한 의미 있는 이정표”라며 “임상 현장을 기반으로 하는 협회와 학문적 기반을 갖춘 학회가 서로의 강점을 공유하고 긴밀히 협력하면 실질적인 임상 수준 향상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협약이 수의계가 같은 목표를 위해 하나로 뭉치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성목 한국임상수의학회 회장은 “컨퍼런스가 1년 내내 전국적으로 이뤄지는 실정에 이르렀다”며 “후원업체 부담, 강사·주제 중복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많은 단체에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한 단체와의 공동개최만으로 현재 (컨퍼런스 난립의) 문제점을 해결하기에 실효성이 적은 상황에서 한국동물병원협회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며 “여러 단체가 주최하는 컨퍼런스들을 하나로 모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내실 있는 대규모 컨퍼런스를 만드는 것을 이상적인 목표로 삼고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넘쳐나는 학회·컨퍼런스, 해법은 통합..임상수의학회·동물병원협회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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