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MID 2026 참관기] 감염병 대응의 새 흐름, 데이터·AI·원헬스의 결합 : 김소현
해마루반려동물의료재단 이사장/대한수의사회 원헬스위원회 위원장 김소현
ESCMID 2026, 감염병 대응의 새 흐름, 데이터·AI·원헬스의 결합 – 해마루반려동물의료재단 이사장/대한수의사회 원헬스위원회 위원장 김소현
ESCMID(European Society of Clinical Microbiology and Infectious Diseases, 유럽 임상미생물 및 감염학회)가 주관하는 ESCMID Global 2026이 독일 뮌헨에서 4월 17일부터 21일까지 개최되었다. ESCMID는 임상미생물학과 감염병 분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학술단체로, 전 세계 감염병 전문가들이 참여해 최신 연구 성과와 임상적·정책적 이슈를 공유하는 국제적 영향력이 큰 학회이다. 이번 학회에는 16,000여 명의 전문가들이 참석했으며, 감염병 대응을 둘러싼 최신 흐름과 다양한 관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학회를 통해 현황을 살펴보고 향후 방향을 고민해 보고자 하였다.

이번 ESCMID 2026은 임상미생물학과 감염병 분야의 현재를 보여주는 동시에, 향후 감염병 대응이 나아갈 방향을 보다 분명하게 드러낸 자리였다. 여러 세션을 통해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점은 감염병 대응이 더 이상 개별 병원이나 개별 국가의 문제에 머무르지 않고, 데이터, AI, 정책, 그리고 원헬스(One Health) 개념이 결합된 보다 통합적인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흐름이었다.

특히 항생제내성은 기존에도 원헬스 관점에서 중요한 의제로 다루어져 왔지만, 이번 학회에서는 그 접근 방식이 더욱 정교해지고 확장되고 있었다. 특정 항생제의 효능을 확인하는 전통적 방식을 넘어, 내성균의 사회적·경제적 부담(burden)을 정량화하고, 국가별 항생제 사용 데이터를 통합하여 이를 정책과 거버넌스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들이 이어졌다. 감염병 대응 전략이 데이터 기반으로 고도화되고 있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항생제 내성이 인간, 동물, 환경이 하나로 연결된 시스템 속에서 ‘silent transmission’의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제시되었다. 즉, 내성 문제가 개별 병원이나 국가, 그리고 특정 미생물 단위에서만 바라보는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수준에서의 이해와 함께 보다 통합적인 감시(surveillance) 체계와 시스템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원헬스 관점에서 항생제 내성 외에도 다양한 주제들이 다루어졌다. 축산, 식품, 인간 감염이 연결된 사례로서 우유 및 식품을 통한 감염 위험을 다룬 세션에서는 Brucella, Coxiella, Avian influenza, Listeria, Clostridium botulinum 등이 함께 논의되었다. zoonotic hepatitis E와 하수 기반 감시와 같은 주제들은 사람·동물·환경 간 경계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병원 운영자의 입장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감염관리 세션들이었다. Implementation science를 기반으로 한 논의에서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실제 실행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는 ‘조직 문화’와 ‘리더십’이라는 점이 강조되었다. 이는 감염관리의 성과가 지식이나 지침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내부에서 어떻게 실행되느냐에 달려 있음을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관점은 병원에서 감염관리 체계를 운영해 나가는 과정에 중요한 시사점을 주며, 현재 운영 중인 해마루의 감염관리 체계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학회에서 또 하나 두드러진 키워드는 AI의 활용이었다. 항생제 스튜어드십(Antimicrobial Stewardship)과 감염관리 영역에서 AI를 접목하는 시도들이 소개되었으며, 감염병 진단과 관리가 데이터 기반 정밀의료의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단순히 진단의 속도와 정확도를 높이는 수준을 넘어, 병원 감염관리와 항생제 선택 전략 전반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한편, ‘Pathogen X’ 세션에서는 미래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한 글로벌 대응 전략이 논의되었다. 특히 감염병의 출현은 임상 현장에서 환자가 확인되기 이전, 동물과 환경 단계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언급되었으며, 이는 감염병이 단순한 미생물학적 문제가 아니라 인간, 동물, 환경이 긴밀하게 연결된 원헬스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할 문제임을 시사하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싱가포르의 PREPARE(Programme for Research in Epidemic Preparedness and Response) 프로그램이 소개되었는데, 감염병 유행에 대비해 평상시부터 연구, 임상, 진단 역량을 통합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유사시 이를 신속하게 가동할 수 있도록 설계된 체계적인 접근이 인상적이었다. 이는 감염병 대응이 사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에 준비된 시스템과 인프라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또한 신뢰할 수 있고 접근 가능한 진단 기술의 중요성과 함께, 감염병 대응이 특정 국가나 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협력과 준비 체계가 필요한 영역임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논의는 향후 원헬스 기반 감염병 대응 전략에서 수의계의 역할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였다.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다룬 세션에서는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전문가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는 환경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나 과장된 정보가 함께 퍼질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가가 근거 기반의 정보를 보다 명확하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이 언급되었다. 이는 연구나 진료를 넘어, 대중과의 소통 역시 전문직의 중요한 역할임을 시사하는 부분이었다. 특히 최근에는 SNS와 AI 기술의 확산으로 정보의 생산과 유통 구조가 크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수의사 역시 이러한 환경 속에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사회적 논의에 참여하는 역할에 대해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음을 느끼게 했다.
이번 ESCMID 2026은 감염병 대응이 단순한 의료 영역을 넘어 정책, 데이터, 기술, 그리고 원헬스가 결합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이러한 흐름을 한국 수의계와 반려동물 의료 현장에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며, 향후 원헬스를 기반으로 한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