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장교 절벽에 군에서도 뒷전..이재명 ‘국가봉사동물 처우 개선 공약’ 거꾸로 가나
수의장교 부족해지자 ‘진료 대신 식검’..군동물병원 매개로 수의장교 모집·국가봉사동물 국정과제 실현 ‘두마리 토끼 잡아야’
국가봉사동물 처우 개선은 이재명 대통령의 동물 공약에서 중요한 일익을 차지하고 있다. 은퇴한 국가봉사동물을 위한 은퇴견센터를 설립하고, 공공동물병원을 통해 봉사동물에 대한 진료를 지원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현재 국가봉사동물을 진료하는 핵심기관인 군(軍)동물병원은 절벽에 내몰리고 있다. 기존에도 진료 인력수급이 원활하지 않았지만, 단기 수의장교 임관이 급격히 사라지며 수의사를 충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의장교 기피 현상은 함께 선발되는 공중방역수의사의 급격한 미달로도 연계됐다. 단기 수의장교를 확보하는 일은 군의 공중보건뿐만 아니라 가축방역, 축산물 위생 관리에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
수의장교 지원을 유도하기 위해 군동물병원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밖으로는 임상수의사를 희망하는 병역 자원이 수의장교에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지원·복무 체계를 개편하고, 안으로는 군견을 포함한 국가봉사동물의 처우개선을 약속한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을 실현하자는 제안이다.
식품검사, 위생점검 등 수의장교가 담당하는 비임상 업무에 대한 개선 필요성도 제기된다. HACCP 인증을 받은 식재에 굳이 관능검사를 하거나, 김치의 pH를 측정하는 등 무의미한 업무는 없애고 임무를 고도화해야 수의대생이나 젊은 수의사들의 병역 옵션으로 선택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의장교 감소하자 진료 직위는 뒷전
수의장교 기피 현상이 공방수 미달과 가축 방역 위기로 전이
국군의무사령부 소속 국군의학연구소 군동물병원은 군용동물을 진료하는 대표 기관이다. 매년 600여마리의 작전 군견을 진료한다. 군견뿐만 아니라 인명구조 활동을 펼치는 구조견, 대테러 작전에 투입되는 경찰견 등 국가봉사동물 전반에 대한 의료지원도 수행하고 있다.
기존에도 진료 인력은 늘 부족했다. 진료보조인력도 거의 없어 몇 안 되는 수의사들이 사실상 모든 일을 도맡아야 했다.
수의장교로 군동물병원에 처음 왔다가 지금은 민간인 신분인 전문군무경력관으로 머물고 있는 박경국 수의관을 제외하면 늘 단기 수의장교들이 오고 간다. 그나마 4명 내외로는 유지됐던 단기 수의장교도 이제는 1명뿐이다.
지난해 수의장교 임관자는 0명이었다. 현재 군사훈련을 받고 있는 임관예정자는 10명에 그친다. 100명은 있어야 할 단기 수의장교가 1/3 토막이 나면서, 수의병과는 식품검사·위생점검 위주로 인력을 배치했다. 군동물병원의 진료는 뒷전으로 밀렸다.
수의사가 없으면 진료는 불가능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봉사동물에 대한 처우개선을 공약했지만, 오히려 그나마 있던 의료지원마저 후퇴할 판이다.
악순환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수의장교는 애초에 민간인인 공중방역수의사에 비해 군인 신분인데다 실질 소득도 더 낮았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선호됐던 자리나 임상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진료 보직은 없어졌다. 최전방이나 힘든 자리만 남는다. 이대로는 수의장교 기피현상을 되돌리기 어렵다.
현행 수의사관후보생 제도는 수의장교를 먼저 뽑고, 남은 사람을 공중방역수의사로 편제한다. 수의장교를 너무 기피하다 보니 공중방역수의사 지원 기회까지 포기하게 되는 구조다. 올해 임용 예정인 공중방역수의사가 단 2명뿐인 것도 이 때문이다. 가뜩이나 일선 지자체에 가축방역관 부족이 만성화됐는데, 그나마 있던 공중방역수의사도 사라질 지경이다.
수의장교와 공중방역수의사의 선발 제도를 분리하지 않는 한 결국 해결의 실마리는 수의장교에 있다. 군 복무를 앞둔 수의대생들이 ‘수의장교도 나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장교 복무기간이 3년에서 2년으로 줄어들지 않는 한, 현역병보다 1년 6개월 이상을 군에 더 머무를만한 가치가 수의장교에 있어야 한다.
무의미한 관능검사, 김치 pH 측정에 ‘철저한 거부’
임상·비임상 투트랙 리뉴얼해야
최근 수의장교로 복무했던 신정협 수의사는 단기장교가 할 수 있는 업무 전반을 모두 경험했다. 임관 첫 해는 사단의 수의장교로 식품검사·위생점검·수질검사 등 비임상 업무를 담당했다. 레바논에 파병을 다녀온 후에는 국군의학연구소에서 군동물병원 진료에 임했다. 심지어 복무를 1년 추가로 연장했을 정도로 군동물병원 진료에 진심이었다.
신정협 수의사는 “우리나라의 장교 입대가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군의관마저 수급이 어려워지고 있다지만, 어느 병과도 수의병과처럼 단숨에 ‘0명’을 기록하지는 않는다”면서 “수의사들이 얼마나 수의장교를 철저히 거부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수의사들이 이토록 철저히 등을 돌린 이유는 단기 수의장교 대부분이 담당하는 비임상 업무의 시대착오적 비전문성에 있다고 지적했다.
군동물병원의 진료보다 식품검사를 우선하면서도 실제로는 HACCP 인증을 받은 식품에 형식적인 관능검사를 하거나, 김치의 pH를 측정하는 등 전문성이 요구된다고 보기 어려운 요식행위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신정협 수의사는 “6년의 학업 끝에 면허를 취득한 전문가를 ‘시료 배달부’나 ‘단순 행정 보조원’으로 소모하는 조직에 어떤 인재가 자신의 미래를 맡기겠느냐”고 비판했다.
군동물병원의 진료 기능이 마비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신정협 수의사는 “수의병과는 군견과 군마의 사진을 앞세우며 홍보하지만, 정작 이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수의학적 전문성에는 무관심하다”면서 “(단기 수의장교) 인력이 줄어들자 남은 인원을 단순 행정 직위에 우선 배치하고, 군동물병원의 진료 기능은 마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의장교 업무를 임상과 비임상으로 명확히 구분하고, 양측 모두 고도화하는 투트랙 리뉴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임상과 비임상 모두 젊은 수의사들이 경험할 가치가 있는 업무로 재편하고, 선호하는 자리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까지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료할 수 있다면 수의장교 매력도↑
국가봉사동물 국정과제와도 부합
식품검사·위생점검, 무의미한 업무 없애고 소수정예 고도화해야
우선 단기 수의장교로 군 복무를 해결하면서 군견이나 기타 국가봉사동물들을 진료할 수 있다면 임상수의사를 희망하는 다수의 수의대생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다만 애초에 진료할 수 있는 자리는 적다. 수의장교가 선발 절벽을 맞이하기 전에도 동물을 진료하는 직위는 춘천의 군견훈련소와 대전 국군의학연구소 동물병원, 진주의 공군교육사령부까지 포함해도 12명 가량에 그친다.
수의장교 지원을 유도할 수 있는 경쟁력이 되려면, 진료 직위의 비중을 늘리거나 적어도 안정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3년 내내 진료 직위에 배치해 둘 수 있는 정도까지 인원을 늘리기 어렵더라도, 최전방·격오지 근무나 파병 등을 거쳐 일정 기간의 진료 직위 복무를 공략할 수 있는 정도의 배분은 확보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봉사동물에 대한 처우개선·공공동물의료 제공을 공약과 국정과제에 반영한만큼 군동물병원의 기능을 강화하면 군견 진료 고도화와 함께 인명구조견, 경찰견 등 타 부처 국가봉사동물에 대한 의료지원도 확대할 수 있다.
군동물병원이 이미 군견을 포함한 봉사동물에 대해 진료 경험과 나름을 체계를 갖추고 있는 만큼 즉시 가동할 수 있는 공공동물의료 인프라로 중심을 잡을 수 있다. 국가봉사동물 복지 정책의 출발점은 결국 현장에서 봉사동물을 진료할 수 있는 수의인력을 확보하는 일부터 출발한다.
신정협 수의사는 “군동물병원을 국가봉사동물 전용 동물의료센터로 격상시키고 수의장교가 실제적인 진료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군 복무가 경력 단절이 아닌 전문가로서 역량을 키우는 시간이 될 때 지원자는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검사·위생점검 등 비임상 업무의 고도화 필요성도 함께 제언했다. 관능검사나 단순 시료 배송 등의 비전문적 업무 관행은 과감히 폐지하고, 방역 전문가이자 식품위생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정협 수의사는 “제대로 연구하고, 정책을 설계하고, 실질적으로 교육·점검하는 업무를 맡긴다면 올 인원은 온다”며 소수 정예로의 고도화가 수의장교 개편의 해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