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정책 주무부처는 그대로 농식품부
총리실 산하 반려동물 정책위원회 출범..반려동물 동반출입 업소 ‘예방접종 확인 규제’ 비판도
이재명 대통령의 질문에서 촉발된 반려동물 정책 주무부처가 일단 농림축산식품부에 그대로 머물게 됐다.
대신 총리실 산하에 ‘반려동물 정책위원회’를 만들어 여러 부처와 연관된 반려동물 관련 정책을 조정·추진할 방침이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3월 30일(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반려동물 정책위원회 첫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김민석 총리는 “(반려동물 관련 정책은) 현재로선 특정한 부서에서만 다루기 어렵다”면서 “기존의 주무부서인 농식품부가 그대로 하되, 총리실 산하에 ‘반려동물 정책위원회’를 두고 다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첫 회의에는 반려동물 보호자를 대표한 시민 3인과 설채현 놀로행동클리닉 원장(대한수의사회 대변인),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조윤주 한국보호동물의학연구원 대표, 박애경 한국애견협회 부회장이 참석했다.
정부 측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보건복지부·성평등가족부·식품의약품안전처의 차관·차장이 자리했다.
김민석 총리는 “(반려동물 정책을)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가족, 사람 중심으로 바라보려 한다”며 “몇 차례의 회의를 통해 주요 의제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위원회는 ▲반려동물 동반출입 음식점 제도 ▲국가봉사동물 복지 증진 및 예우 강화 ▲노인·가정폭력 피해자 반려동물 관련 대책을 테이블에 올렸다.

(사진 : 국무조정실)
은퇴봉사동물 민간입양 활성화 뒷받침
진료비 등 돌봄 부담 완화 돕는다
현재 군, 검역본부, 경찰, 소방청 등 6개 부처가 1,120마리의 봉사동물을 운용하고 있다. 군견, 탐지견, 구조견 등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는 동물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김종구 농식품부 차관은 “활동 중인 봉사동물에 대해서도 적절한 휴식 보장, 생활 환경 조성 등의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면서 6개 부처가 최근 협약을 맺고 도입·선발·훈련·활동·은퇴에 이르는 생애주기별 돌봄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김 차관은 “은퇴한 봉사동물은 노화·질병에 따른 돌봄 비용 부담으로 인해 입양률이 낮다”면서 관련 단체와 협력한 진료비·사료비 지원, 민간입양 활성화를 위한 상시입양신청제 운영에 더해 은퇴봉사동물지원센터 설립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검역탐지견 센터로부터 은퇴견을 입양한 유동재 씨는 “좋은 보호자를 선별해 매칭해주는 역할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면서 서류·현장 심사와 사후 관리까지 이어지는 검역탐지견 센터의 훌륭한 입양 체계를 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동재 씨는 “질병 등에 의한 경제적 부담이 덜어질 수 있도록 실질적인 혜택이 있으면 좋겠다”면서 “나라를 위해 봉사한 동물에게는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동물병원협회(KAHA)에서 동물복지이사를 맡고 있는 조윤주 대표는 “은퇴봉사동물을 위한 협력에 나서는 동물병원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지원 체계를 효율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관련 정보가 공유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은퇴봉사동물의 입양률과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은퇴 시점을 인도적으로 앞당기고, 가정에서 반려견으로서 살 수 있도록 전환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설채현 원장은 은퇴봉사동물을 위한 기부도 타진했었는데 관할 기관이 오히려 조심스러워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가 차원의 관리가 부족하다는 점이 알려질까 우려한다는 것이다. 설 원장은 “(은퇴봉사동물을 위한 대책을) 나라가 먼저 시작해야 민간의 도움도 더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훈련 과정 중에 탈락하는 개체 발생을 줄이고, 은퇴 이후에도 반려견 생활을 잘 영위할 수 있는 봉사동물을 선발할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연구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점도 제언했다.
조희경 대표는 국가봉사동물의 다수를 차지하는 중·대형견은 국내 여건 상 입양으로 다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적절한 보호시설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지목했다.
김종구 차관은 “올해 4월부터 은퇴봉사동물을 입양한 가정에 진료비 등 10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처음으로 시작한다”며 “내년에는 좀더 확대되고 혜택도 다양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반려동물 동반출입 제도화, 오히려 노펫존 확산
“예방접종 확인 왜 하는지 모르겠다” 실효성 지적
식약처가 이달 시행한 반려동물(개·고양이) 동반출입 음식점 제도’는 이날 위원회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와 민간의 시각차는 여전했다. 기존에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던 반려동물 동반출입을 허용했다는 게 식약처의 관점이다. 반면 민간위원들은 ‘오히려 노펫존(no pet zone)이 늘었다’, ‘예방접종 확인은 무의미한 규제’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보호자 대표로 참여한 김혜리 씨는 “반려견 동반출입 업소라고 해도 막상 가보면 소형견만 허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형견 보호자는) 문 앞까지 가서 발길을 돌려야 한다”며 “사소한 실수로 인해 영업정지를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노펫존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설채현 원장은 그간 불법인 줄 모르고 진행됐던 동반출입을 법적으로 허용해주려는 과정 중에 일선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기준이 포함됐다는 점을 꼬집었다. 행정처분을 우려한 소상공인들이 앞다퉈 노펫존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방접종 확인 문제가 대표적이다. 반려견에 백신을 접종하는 질병 중 실질적인 인수공통감염병인 광견병뿐이다. 국가동물방역통합시스템(KAHIS)에 따르면, 2013년 이후에는 국내에서 광견병 발생 사례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 백신을 접종하는 다른 전염병은 통상 사람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설 원장은 심지어 동물병원에서도 예방접종 여부를 출입 조건으로 걸지 않는다는 점을 지목하며 “필요성을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거듭했다. 정 규제가 필요하면 유예기간이라도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희경 대표도 “식당에 동반할 정도의 보호자는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긴다. 백신도 알아서 한다. 인수공통감염병도 아니라면 굳이 영업주가 확인하게 하는 과정은 필요하지 않다”고 거들었다.
반면 김용재 식약처 차장은 “(동반출입 업소는) 반려인뿐만 아니라 비반려인도 오는 공간이다. 관리되고, 안전한 반려동물만 온다는 신뢰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 대표적인 요소가 예방접종”이라며 입장 차를 드러냈다.
김용수 국무조정실 제2차장은 “국조실에서 관계부처와 함께 개선안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