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빙자한 먹이주기·만지기 체험 여전한데..2028년 동물원 폐업 대란 우려

2028년 유예 끝나면 미허가 동물원서 2만 마리 쏟아진다..해법은 아직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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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동물원수족관법이 개정되면서 동물원 허가제가 도입됐다. 동물복지, 안전 관련 문제가 지적된 무분별한 먹이주기, 만지기, 올라타기도 금지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교육’을 빙자한 먹이 주기, 만지기 체험이 여전하다. 2028년까지로 예정된 유예기간 동안 허가를 받지 못한 동물원이 폐업하면 2만 마리에 달하는 동물원 동물이 쏟아져 나올 것이란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이학영 국회부의장과 동물복지국회포럼, (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3월 9일(월)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동물원 개선 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동물원 21개소를 조사한 결과 20개소가 체험용 먹이를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 : 어웨어)

이날 발제에 나선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현장에서는 ‘동물원수족관법이 개정된 게 맞나’ 의문을 가지게 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개정 동물원수족관법이 오락·흥행을 목적으로 불필요한 고통·공포·스트레스를 가하는 올라타기·만지기·먹이주기를 금지하면서도 법 시행령에서 ‘교육 계획’에 포함된 경우에는 할 수 있도록 열어줬는데, 이를 악용한 일선 동물원들이 별 규제 없이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웨어가 2025년 6월부터 2026년 2월까지 3차에 걸쳐 전국 동물원 21개소를 대상으로 현장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20개소(95%)에서 관람객에게 먹이를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한 종이라도 급여량이나 장소·시간에 제한을 두는 곳은 5개소(24%)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조사대상 동물원이 사실상 무제한적인 먹이주기가 가능한 형태였다. 풀려 있는 동물들이 먹이 경쟁을 벌이며 구걸 행동이 강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아울러 18개소(86%)는 사육사 입회 없이도 관람객이 동물을 상시적으로 만질 수 있도록 방치하고 있었다. 사막여우를 아기처럼 안아 보거나, 뱀을 목에 둘러보는 등의 체험이 ‘교육 계획’ 없이도 버젓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체험용으로 사용하는 개체는 개·고양이용 이동장에 두고 물건처럼 쓰였다.

이형주 대표는 “(먹이주기·만지기 등) 체험을 교육으로 보고 프로그램을 만들면 허용해 주는 체계 자체가 문제다. 관람객이 직접 만지거나 먹이는 형태의 교육은 금지해야 한다”며 “동물원에서의 교육이 무엇인지부터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주동물원 김정호 진료사육팀장은 “저희도 과거에는 했다. 적당히 굶겨서 먹이 주기 체험에 동원했다. 유아부터 초등학교 저학년이 주된 대상이었다”면서 “지금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그 자리에 소나무를 심고, 소나무와 비슷한 보호색을 지닌 올빼미를 찾아보는 생태 교육의 장을 마련했다. 몇 초 흘깃 보고 지나갔던 맹금류에 ‘보호색’과 ‘청각이 예민하니 조용히 대화하자’는 스토리를 부여하니 아이들과 보호자의 태도가 달라졌다.

김정호 팀장은 동물원 고객도 자연과 야생동물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교육 콘텐츠’를 원한다고 지목했다. 청주동물원이 시도하고 있는 공개 건강검진을 사례로 제시했다. 김 팀장은 “뱀의 심장 소리를 들려주니 깜짝 놀란다. 사람과 똑같은 심장 소리를 들으면, 그 때부터 물건이 아닌 심장이 뛰는 생명으로 인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청주동물원은 동물복지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관람객이 오히려 증가했다”면서 오락적 체험 대신 좋은 교육을 원하는 고객을 대상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김경석 생물다양성과장은 “체험 프로그램의 최대 수요자인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모 분들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쉽지 않다. 단기간의 해결도 어렵다”면서 초등교육과정에 동물복지와 관련한 콘텐츠를 반영하기 위해 환경교육 담당부서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 어웨어)

2026-2030년 제2차 동물원 관리 종합계획 주요 내용을 소개한 국립생태원 김영준 실장은 ‘동물원 허가제 도입 안착화’를 중점과제 중 하나로 지목했다.

이날 발제에 따르면 2028년까지 허가를 취득할 계획을 제출한 국내 동물원은 76개소다. 현재 전국 동물원 123개소에서 1,789종 58,234개체를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허가 취득 계획을 가진 동물원이 모두 실제로 허가를 받는다 해도 그 비율은 60%대에 그친다.

김영준 실장은 “2028년에 도달했을 때 (허가제 이행이) 준비되지 않은 동물원이 굉장히 많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허가 받지 못해 폐업하는 동물원으로부터 2만 마리 이상의 동물들이 나올 것이라 우려했다.

개식용 금지나 웅담 채취용 사육곰 금지처럼 유예기간 동안의 ‘소비’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동물원들이 인프라 투자를 늘려 허가를 받도록 유도하지 못한다면, 유예기간 종료 후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김영준 실장은 국립생태원의 유기·방치 야생동물 보호시설 확장, 거점동물원을 중심으로 한 공간 확보 등을 사전 준비작업으로 제시하면서도 “연착륙 준비를 사전에 하지 않으면 (유예기간 종료 시) 굉장히 큰 고민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허가제 시행에 대한 시각차는 이날 토론회에서도 드러났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김봉균 구조본부장은 “유예기간 내에 모든 동물원이 허가를 받는 유토피아적 상상은 불가능하다”면서 “최저 수준에 해당하는 상당수의 동물원은 오히려 이번 기회에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남우성 강릉쌍둥이동물농장 대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급격히 법제화된 규제에 대해 현장의 반발과 고충이 크다고 토로했다. 일선 동물원장들을 모아 실현 가능한 규제 이행 수준에 대한 실질적인 조사를 벌일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김경석 과장은 2028년 이후 벌어질 동물원 폐업 대란에 대한 고민을 내비쳤다. 허가제 이행 100%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준 미달 폐업으로 동물이 쏟아져 나올 텐데, 적절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동물원으로 보내는 것도 한계가 있는데다 추가 사육부담으로 인해 허가제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 별도의 보호시설을 추가로 마련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김경석 과장은 “예산 당국과 협의해 보면 ‘밑 빠진 독의 물 붓기’ 식의 답이 없는 예산 취급을 받는다”며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사진 : 한정애 의원실)

교육 빙자한 먹이주기·만지기 체험 여전한데..2028년 동물원 폐업 대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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