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로 위협받고 2년간 송사 시달려..위험 현장에 내던져진 공수의

럼피스킨 긴급백신 과정서 흉기 협박에 폭행 역고소까지..정당방위 인정까지 홀로 법정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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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나나 모녀는 지난해 11월 15일 새벽 경기도 구리시 자택에 침입해 금품을 요구하며 흉기로 위협한 A 씨를 몸싸움 끝에 제압해 경찰에 넘겼다. A 씨는 구치소에 수감된 채 오히려 나나를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역고소했지만, 경찰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배우 나나의 정당방위는 경찰 단계에서 인정돼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지만, 비슷한 일을 당한 남기준 원장은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해당 농장의 소들이 모두 보정되어 있지 않았다. 피하주사가 요구되는 럼피스킨 백신 특성상 보정 없이는 접종이 불가능하다. 남 원장은 ‘접종이 어렵다’고 알리고 다음 농장 접종을 위해 떠나려 했다.

그러자 농장주 C 씨가 보정되어 있지 않은 소들의 접종을 강력히 요구했다. 남 원장이 거부하자 화가 난 C 씨는 욕설과 함께 불만을 표시하고 주먹을 휘두르려는 시늉을 했다. 심지어 현장에 있던 쇠망치(총길이 약 30cm)를 오른손으로 잡아 들어 올리며 “죽여버린다”고 협박하기에 이르렀다.

낫과 망치 등 위험한 농기구들이 널려 있는 환경에서 흉기를 든 C 씨에게 살해 위협을 받자 남 원장은 자신과 동료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C 씨를 끌어안아 바닥에 눕혀 제압했다. 동행했던 동료 수의사와 공무원 B 씨가 망치를 뺏고, 경찰에 신고했다.

C 씨는 쇠망치로 남기준 원장을 협박한 혐의로 특수협박죄 약식명령을 받아 확정됐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C 씨는 오히려 남기준 원장이 자신을 폭행했다며 역으로 고소했다. 망치를 들고 ‘죽여버린다’고 외쳤던 협박범이 피해자로 둔갑했고, 피해자였던 남 원장은 폭행혐의자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을 담당한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재판부는 2024년 10월 남 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C 씨의 특수협박범행을 방어하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2심에서도 재판부(대구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검사 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남 원장의 정당방위를 인정했다. 이후 추가 상고 없이 무죄가 확정됐다.

   

자택을 침입한 강도를 막는 것도, 망치를 들고 살해를 위협하는 사람을 막는 것도 법정 다툼을 떠나 상식적이다. 배우 나나도 남기준 원장도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몸싸움을 벌이면서, 강도나 협박법으로부터의 역고소를 미리 걱정하진 못했을 것이다.

배우 나나에 대한 강도 A 씨의 역고소는 관할 경찰의 불송치로 빠르게 일단락됐다. 이어 나나의 소속사가 A 씨를 무고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남기준 원장은 2년간 송사에 시달리고 나서야 무죄를 인정받았다. 무죄가 확정된 2심 선고일은 배우 나나가 사고를 당하기 이틀 전인 11월 13일이었다.

남기준 원장은 “해당 농장은 이전부터 백신이나 방역조치를 둘러싼 갈등과 민원이 반복된 곳이었다”면서 “가축전염병 방역을 위한 공공 업무를 수행하다 목숨까지 위협받았는데, 지자체와 경찰은 이를 외면했다”고 꼬집었다.

행정당국은 ‘민원인과 수의사의 갈등’으로 여기며 거리를 뒀고, 사법당국은 ‘어쨌든 몸싸움이 있었다’는 식으로만 바라봤다는 것이다. 남 원장은 알아서 법정 다툼을 벌여야 했다.

남기준 원장은 “공수의의 공공성과 지위가 제도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위험한 현장에 사실상 단독으로 내보내고, 문제가 생기면 수의사 개인에게 책임과 부담을 떠넘기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한국소임상수의사회는 지난해 연말 남기준 원장에게 회원들의 성금을 모아 전달했다. 비단 개인이 아닌 일선 수의사의 권익을 상징하는 사안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진료행위를 하는 수의사를 폭행·협박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폭행 피해 정도에 따라 중형에 처하는 수의사법 개정안을 2025년 3월 대표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국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공수의는 중간에 있다. 백신접종, 항체예찰 등 정부가 정한 방역정책을 현장에서 실행하는 공적 인력이면서, 농장과 정부의 사이에 있다.

긴급백신을 빠짐없이 접종하고, 농장의 실제 상황을 유의미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무작위 예찰을 벌이려면 공수의 1명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농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일단 소를 보정해야 백신을 놓든 피를 뽑든 하는데, 공수의나 외부 인력이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개체별 상황을 잘 아는 농장이 담당해야 할 역할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방역조치를 달가워하지 않는 농장이 협조를 거부하면 백신을 제대로 접종하지 못하거나, 예찰이 왜곡될 위험이 커진다. ‘알아서 잡은 소까지만 접종하고 가라’, ‘묶어 둔 소만 채혈하면 된다’는 식이면 긴급백신이든 질병예찰이든 허점투성이가 될 뿐이다.

이처럼 농장의 협조가 방역의 실질적 신뢰도를 좌우하지만, 농장의 협조 거부를 공수의 개인이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번 사례처럼 극단적인 갈등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욕설과 협박을 받아도, 역고소를 당해도 ‘공수의 개인이 알아서 할 일’로 외면 받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남 원장이 2심에서 무죄를 확정받기 일주일 전이었던 지난해 11월 5일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열린 한국소임상수의사회 2025 컨퍼런스에서도 이와 관련한 문제가 제기됐다.

농가들이 구제역 백신접종을 회피하면서도 백신항체 예찰에 걸리지 않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는데, 여기에 보정 문제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농가 입장에서 채혈됐으면 하는 소만 보정해줌으로써 ‘무작위’ 예찰을 방해하는 식이다.

예찰 대상이지만 평시 고객이기도 한 농장을 대상으로 공수의가 무작위 채혈을 위한 추가 보정을 밀어붙이기는 어렵다. 극단적인 예시이긴 하지만 ‘보정이 안 되어 백신을 접종할 수 없다’고 한 공수의에게 망치를 휘두르려 했던 이번 사례를 보면 더욱 그렇다.

정부가 공수의를 통해 농가에서의 예찰·접종을 제대로 시행하려면, 공수의 업무에 대한 공무상의 법적 지위를 확립하고, 가축 소유주의 보정 협조 의무를 법이나 관련 규정·지침 상 명문화하는 등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소임상수의사회 총무이사를 맡고 있는 남기준 원장은 “공공 업무를 수행하는 공수의에 대한 폭언·폭행 등은 가중처벌해야 한다”면서 “위험한 농장에는 2인 1조로 방문하고 필요 시 철수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안전망 정비를 촉구했다.

이번 사건 이후 2024년부터 농식품부 장관이 공고한 럼피스킨 백신접종 명령에는 ‘접종 지원 대상 가축의 소유자등은 원활한 백신접종을 위하여 소 보정 등 적극 협조할 것’이라는 단서가 추가됐다.

남 원장은 “그 단서 한 줄 추가하기 위해 정말 많은 설득 작업이 필요했다”며 “럼피스킨 백신뿐만 아닌 공수의의 방역활동 전반에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장의 보정 협조 의무를 명시한 럼피스킨 백신접종 명령

망치로 위협받고 2년간 송사 시달려..위험 현장에 내던져진 공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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