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이 근육이완제 주사해 동물 수십 마리 죽였는데 불기소?” 대한수의사회, 검찰 규탄

대수 ‘안락사가 아닌 동물 살해 행위에 불과’..위험 약물 유통 수사·관리체계 강화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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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의사회(회장 허주형)가 근육이완제를 주사해 동물 38마리를 죽인 동물장묘업체 운영자와 직원을 두고 법 위반이 아니라며 불기소한 검찰을 강력 규탄했다.

비수의사의 안락사를 동물진료행위로 보지 않은 것은 물론 위험한 근육이완제가 어떻게 유통됐는지에 대한 수사도 충분치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지목했다.

대한수의사회는 3일(화) “(검찰의 불기소 처분은) 수의사가 아닌 자가 약물을 주사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한 행위를 사실상 용인한 결정으로, 안락사가 수의사만 수행할 수 있는 진료행위라는 법적·사회적 인식을 정면으로 부정했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앞서 울산지방경찰청은 근육이완제 ‘썩시팜’을 주사해 동물 38마리를 죽음에 이르게 한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울산 소재 동물장묘업체 대표자와 직원을 1월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이들이 수의사가 아님에도 썩시팜을 이용해 2021년 1월부터 2022년 8월까지 38마리의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동물을 진료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한수의사회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동물의 안락사는 동물이 질병·상해로부터 회복될 수 없거나 지속적으로 고통을 받으며 살아야 할 것으로 ‘수의사가 진단한 경우’ 등에 한해, 수의사가 보호자와 충분한 상담을 거치고, 동물의 생명과 복지를 고려해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고도의 의료행위라는 것이다.

동물의 삶의 질을 평가하고, 고통·예후·윤리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뤄지는 ‘최후의 진료행위’에 해당한다.

대수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장묘업체 전 직원이 동물병원에서는 안락사를 시행하지 않는, 거동이 가능하거나 건강에 큰 이상이 없는 동물들까지도 장례를 이유로 장묘업체에서 임의로 안락사한 사례가 있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며 “이는 안락사가 아닌 불법적인 동물 살해 행위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이들 일당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기 위해 사용한 약물이 근육이완제뿐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목했다. 안락사 과정에서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려면 반드시 적절히 마취한 후 심장정지와 호흡마비를 유발해야 한다.

근육이완제만 투여하는 경우 동물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표현하지 못할 뿐 극심한 고통 속에서 죽음에 이르게 된다. 대한수의사회는 “명백한 동물학대 행위로, 어떠한 경우에도 ‘안락사’로 불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미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의 인도적 처리는 수의사가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진료행위가 아니니 수의사가 아닌 자가 해도 문제없다는 검찰의 판단은 동물보호법의 취지에 맞다고 보기 어렵다.

기존 사례와도 충돌한다. 수원지방검찰청은 2023년 9월 대규모 구조로 이어졌던 화성 번식장의 운영진과 직원 일당을 이듬해 동물보호법 및 수의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근육이완제를 투여해 자견을 낳지 못하는 노견을 안락사시키는 등 잔혹한 수법으로 동물을 학대했다”고 밝혔다.

기소 단계에서 검찰 스스로가 자기 농장의 모견을 근육이완제로 죽이면 불법으로, 남의 반려동물을 받아 근육이완제로 죽이면 불법이 아니라고 본 셈이다.

대한수의사회는 “검찰은 안락사가 진료행위가 아니라는 판단에 더해, 무자격자가 동물을 고통 속에 죽음에 이르게 한 행위조차 동물학대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이는 수의사만 수행할 수 있는 동물진료행위의 범위를 사실상 무력화하고, 동물의 생명을 비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도록 하는 매우 위험한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약물의 불법 유통 가능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이들 일당이 썩시팜을 어떻게 손에 넣어 활용했는지 수사가 충분치 않았다는 것이다.

골격근이완제인 썩시팜은 마취제로서 수의사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으로 지정되어 있다. 다만, 약사예외조항에 의해 동물약국에서 수의사 처방 없이도 합벅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

대한수의사회는 위험한 근육이완제를 장묘업체 관계자가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농식품부가 재발 방지를 위해 동물용의약품 유통 체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수의사회는 “검찰이 항고 절차에서 동물의 생명 보호와 안전 보장, 복지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동물보호법의 입법 취지와, 동물의 생명에 대한 처치는 전문 자격을 갖춘 수의사만이 수행해야 한다는 수의사법의 근본 정신을 엄중히 고려해야 한다”면서 반려동물 수십 마리를 임의로 죽음에 이르게 한 동물장묘업체 관계자들에게 합당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인이 근육이완제 주사해 동물 수십 마리 죽였는데 불기소?” 대한수의사회, 검찰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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