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도 2027학년부터 예1+본5로..수의대 학제 개편 ‘속속’
수의교육학회, 대학별 교육과정 개편 사례 공유..실습과목 통합, 임상교육 강화 공통점
국내 수의과대학의 학제 개편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2025학번부터 1+5학제를 도입한 충북대와 전북대는 올해 본과 1학년의 중첩 운영을 앞두고 있다. 강원대는 2026학번부터 통합 6년제를 적용한다. 건국대도 2027학번부터 1+5학제 도입을 확정했다는 새 소식을 전했다.
이처럼 전북대, 충북대에 이어 올해 강원대와 건국대까지 학제 개편을 확정하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조제열 서울대 수의대 학장은 “서울대도 통합 6년제 개편을 위한 TF를 만들어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22일(목) 서울대 수의대에서 열린 한국수의교육학회 2026년 학술세미나에서는 강원대·건국대·충북대 수의대가 학제 개편 경험을 공유했다.

강원대, 올해부터 통합 6년제..2032년까지 개편 이어간다
전임 학장으로 학제 개편작업을 주도한 최정훈 강원대 교수는 “아직 통합 6년제 과정을 완벽히 구성했다고는 절대 말씀드릴 수 없다. 매년 시간표 조절을 포함한 세부 개편을 진행해야 한다”면서 첫 통합 6년제로 입학한 2026학번 학생들이 졸업하는 2032년이 되어야 학제 개편 성과를 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강원대 수의대는 예2+본4 규정 삭제를 담은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예고된 2023년부터 학제 개편 논의를 시작했다. 2024년 9월 교수회의에서 ‘2026년 통합 6년제 도입’을 결정하고 곧장 TF를 구성해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2025년 4월 통합 6년제 시행을 담은 학칙 개정에 성공했다.
최정훈 교수는 “(기존 예2+본4) 분리형 편제에는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전공교과목을 저학년으로 내리기 어렵고, 교수진의 수는 제한되어 있는데다, 예과생은 수의대생으로서의 소속감이 부족해진다”며 “3주기 수의학 교육 인증기준이 상당히 상향된 것도 학제 개편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통합 6년제는 기본수의학을 다룰 1~3학년과 임상수의학을 다룰 4~6학년으로 나뉜다.
초반 3년은 졸업논문을, 후반 3년은 실기시험을 졸업요건으로 요구한다. 먼저 시행될 졸업논문부터 운영 방식을 구체화하고 있다. 1학년 2학기에 논문기초 이론 수업을 듣고 지도교수를 배정한다. 3인 이하의 1팀이 1개 이상의 논문을 작성한다.
26학번 입학생은 1학년 1학기부터 전공과목을 배울 예정이다. 여기에 실습과목 통합을 더한다. 가령 해부학·조직학·발생학은 ‘형태학’을 주제로 한 기본수의실습 과목으로, 생리학·생화학·면역학은 ‘기능학’을 주제로 한 기본수의실습 과목으로 통합하는 방식이다.
학기별로 전공과목 이론·실습 수업을 모아 다른 요일로 배치하는 방식으로 유연성을 확보한다. 나머지 시간에 듣고 싶었던 교양 과목을 공략하거나, F학점을 받았던 과목을 재수강할 수도 있다. 최 교수는 “편입생을 위한 시간표 시뮬레이션도 준비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학기별로 전공과목을 다른 요일에 배치하면, 3학년으로 들어온 편입생이 1~2학년 전공과목을 들을 수 있는 여지도 생길 수 있다(사진 오른쪽).

건국대, 2027년 신입생부터 1+5학제
임상로테이션 16학점→44학점으로 대폭 확대
통합형 교과목 강화
건국대 수의대도 학제 개편을 확정했다. 2027학년도 신입생부터 1+5학제를 적용하기 위한 학칙 개정을 지난해 12월 완료했다.
수의예과 학과장을 맡고 있는 윤경아 교수는 “수의학교육실 설문을 통해 학생과 교수진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여, 기존에 파악된 교육과정의 문제점을 개편하고자 했다”며 “국제 인증에 맞춘 통합형·선택형 교과목 확대 필요성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건국대 수의대는 기존에도 운영해왔던 ‘수의학교육실’을 지난해 8월 학교 정식 조직으로 승인받았다. 정식 보직이 된 수의학교육실장을 중심으로 학장, 학과장 등이 포함된 ‘교육위원회’를 구성해 학제 개편을 주도했다.
지난해 9월 전체 교수회의에서 1+5 학제개편을 참석교수 전원의 찬성으로 의결했다.
윤 교수는 “학제 개편의 주 목적은 임상로테이션을 비롯한 실습교육 시간을 확보하는 데 있다”면서 “10개 대학 중 가장 많았던 졸업이수학점을 줄이는 것도 목표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건국대 수의대는 이미 예과 2학년 2학기부터 해부학 등 전공 교과가 시작된다. 1+5학제가 적용되면 한 학기 더 앞당겨진다.
현재 건국대 수의대의 졸업이수학점은 249학점(예과86+본과163)이다. 10개 수의과대학 중 가장 높다. 평균치(236.7점)와의 격차도 10점 이상이다.
건국대가 준비 중인 1+5학제의 졸업이수학점은 245학점이다. 외견상 큰 격차는 아니지만, 임상로테이션이 현행 16학점에서 44학점으로 크게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로테이션 외 일반 교과목의 학점은 상당히 감소하는 셈이다(233→201학점).
건국대 수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8.4%의 응답자가 졸업 전 임상실습 기회가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건국대는 1+5학제를 도입하며 임상로테이션을 기존 36주에서 52주로 확대하고 수의기본진료수행지침, 수의기본임상실기지침을 교육과정에 반영할 계획이다. 수의임상모의실습실(시뮬레이션 랩) 리모델링과 함께 졸업 실기시험 도입 방안도 준비한다.
3주기 인증기준이 요구하는 수평·수직 통합교과목 확대에도 나선다. 윤 교수는 “이미 생화학·미생물학·분자세포생물학 실습을 기초통합실습으로 운영해왔는데, 단순한 과목별 배분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내용을 통합해야 한다는 점을 많이 느꼈다”고 덧붙였다.

교양, 이탈, 편입 정리해 학과 주도적 전공교육으로
충북대 수의대는 전북대와 함께 2025학년도 신입생부터 1+5학제를 적용했다. 올해 예과 2학년을 마친 2024학번과 예과 1학년을 마친 2025학번이 동시에 본과 1학년이 된다. 본격적인 개편 과도기에 접어든 셈이다.
부학장으로 학제 개편 실무를 담당한 이현직 충북대 교수는 1+5학제를 도입한 이유로 ‘학과 주도적 전공교육과정 설계’를 꼽았다.
예과 1학년 동안 필수 교양학점을 모두 이수하고, 반수할 학생들은 나가고, 편입도 본1(6학년 중 2학년)로 들어와서 5년간 전공과목 운영에만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시작될 1+5학제의 본과 과정에는 실습 과목의 조정이 눈에 띈다. 기존 교과목에서 실습을 전부 삭제하고 기본수의학실습(본1~3)과 임상수의학실습(본4) 과목을 학기당 하나씩만 남겼다. 수평통합교과목으로서 과목별 실습을 유연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동물복지 및 생명윤리, 동물건강경제학 및 전문가 소통 등 전공적합성 교과목을 신규 설치했다.
본과 5학년에는 20주의 임상로테이션과 함께 학과가 주도하는 필수 현장실습이 눈길을 끌었다. 학생 전원이 의무적으로 참석하는 외부실습은 지난해 본4에도 지리산국립공원, 제주대 말전문동물병원, 평창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에서 진행됐다.
이현직 교수는 “유럽수의학교육인증(EAEVE), 국내 3주기 인증에 (반려동물이 아닌) 타 축종 실습교육이 요구되고 있다”며 “예산 확보에 따라 학생 전원이 참여하는 실습교육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