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원대 수의대 윤병일 신임학장 “실질적 역량 길러주는 교육 환경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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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학교 수의과대학 윤병일 신임 학장이 공식 취임했습니다. 수의과대학 부학장 겸 수의학과장에는 이근식 교수, 수의예과장에는 윤장혁 교수, 동물의학종합연구소장에는 최정훈 교수, 부속동물병원장에는 최수영 교수가 임명됐습니다.

윤병일 학장님은 취임과 함께 학생 중심 교육과 현장 역량 강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강원대학교 수의과대학이 나아가야 할 중장기적 방향에 대한 구상을 밝혔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윤병일 학장님이 바라보는 수의과대학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강원대 수의과대학이 지향하는 교육 철학과 목표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왼쪽부터) 윤병일 신임 학장, 최정훈 전임 학장

학장으로 취임한 지금의 마음은 영광보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먼저 다가옵니다. 강원대학교 수의과대학은 오랜 시간 지역과 함께 성장해 온 대학이며, 많은 교수님과 학생, 동문들의 노력으로 지금의 기반을 만들어 왔습니다.

지금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임은 학생들의 시간과 노력을 헛되이 하지 않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이곳에서 보낸 6년의 시간이 졸업 이후 현장에서 당당히 전문 수의사로 설 수 있는 실질적인 역량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이 학장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의 큰 책임은 구성원 모두가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수의과대학을 만드는 것입니다. 교수, 직원, 학생이 각자의 자리에서 존중받고 같은 방향을 공유할 때 대학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저는 앞서기보다는 함께 걷는 역할, 결정하기보다는 잘 듣고 조율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자 합니다.

교수이자 연구자의 삶이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들고 가르치는 역할이라면, 학장의 역할은 여러 분야와 사람을 연결하고 균형을 잡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로서는 비교적 명확한 목표 아래 연구와 강의에 집중할 수 있었다면, 학장은 결정보다 과정과 합의가 더 중요한 자리입니다. 하나의 정답을 찾기보다 서로 다른 입장을 조율하고 공동체 전체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먼저 고민하게 됩니다.

또 하나의 차이가 있다면, 아마 생각하고 바라보는 시점의 차이일 것 같습니다. 교수는 ‘지금’을, 학장은 ‘5년 뒤와 10년 뒤’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당장의 효율보다 신뢰와 원칙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의 특성과 사회적 요구를 교육과 연구에 충실히 반영해 왔다는 점입니다. 우리 수의과대학은 반려동물 임상교육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대동물과 야생동물, 공공 방역 분야에서 꾸준히 주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이는 단기간에 만들어진 성과가 아니라, 오랜 시간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현장을 중시하며 쌓아 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젊은 교수님들의 수가 많아져 재도약을 위한 엔진이 거의 갖추어졌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대동물 임상과 방역 분야에서의 안정적인 교육 경험, 지자체와 연계된 응급의료지원센터와 야생동물구조센터를 통해 글로컬 지역거점대학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이 잘해 오고 있는 일들을 지속 가능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구조와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강원대학교 수의과대학은 교수님들의 헌신과 학생들의 노력으로 교육과 연구, 공공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개인의 열정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제도와 인프라가 자연스럽게 교육의 질을 보장하는 단계로 넘어가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교육·임상 환경의 구조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현장 중심 교육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 학생들이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공간과 시스템이 매우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는 교육의 방향 문제가 아니라 환경의 문제이며,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과제입니다.

둘째, 의사결정과 소통 방식의 변화입니다. 학생과 교수, 직원의 의견이 보다 빠르고 투명하게 공유되고, 논의의 결과가 실제 정책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하여 대학의 비전에 근거해 전문성을 바탕으로 모든 교수님들이 참여하는 여러 지원팀을 구성·운영할 예정이며, 대학은 팀에서 제시한 의견들을 경청해 정책에 적극 반영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선택과 집중을 하고자 합니다. 우리 대학이 잘할 수 있는 분야, 그리고 사회와 지역이 가장 필요로 하는 역할에 역량을 집중하고, 그 방향을 구성원들과 명확히 공유하는 것이 지금 가장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요약하면, 우리 대학이 이미 하고 있는 좋은 일들이 흔들리지 않고 이어지도록 기반을 다지는 변화를 지속해 나갈 생각입니다.

제가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핵심목표는 강원대학교 수의과대학을 ‘학생의 성장이 실제 역량으로 완성되는 대학’으로 확실히 자리매김시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교육·임상·연구가 분절되지 않고, 선순환하는 구조를 완성해야 합니다.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배운 내용을 병원과 현장실습을 통하여 직접 경험하고, 그 경험이 다시 연구와 교육의 질을 높이는 구조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이 구조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때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현장에서 신뢰받는 수의사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강원대학교 수의과대학만의 분명한 정체성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반려동물·임상교육의 내실화는 물론, 대동물과 야생동물, 그리고 One-Health 분야에서 강원이 가진 지역적 강점을 교육과 연구에 녹여내어, “이 분야라면 강원대”라는 평가를 받는 대학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구성원 모두가 자긍심을 느끼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입니다. 대학의 성장은 시설이나 예산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교수, 직원, 학생이 같은 방향을 보고 서로를 신뢰할 때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합니다. 임기 동안 저는 그 신뢰의 기반을 다지는데 책임을 다하고자 합니다.

즉, 우리 수의과대학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하나의 방향으로 모아 ‘완성도가 높은 대학’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저는 우리 수의과대학의 학생중심 교육의 핵심은 “졸업 후 현장에서 바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지식의 습득을 넘어, 현장 이해력, 문제 해결 능력,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갖춘 전문가로 성장하기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현장 중심, 역량 중심의 교육 체계입니다. 수의학교육에서는 특히 졸업과 동시에 임상과 공공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Day-1 Competence가 중요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충분한 임상 실습, 시뮬레이션 교육, 그리고 실제 사례 기반 학습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둘째, 학생 개개인의 진로와 관심을 존중하는 유연한 교육 구조입니다. 반려동물, 대동물, 야생동물, 공중보건 등 수의사의 역할이 다양해진 만큼,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맞는 교육 경험을 선택하고,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026년부터 시작되는 6년제 통합과정에 이와 같은 교육 구조를 최대한 반영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와 지원 시스템입니다. 아무리 좋은 교육철학이 있어도 실습 공간과 병원 등 교육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학생 중심 교육은 실현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교육·연구·진료가 연계된 교육환경 구축을 학생 교육의 핵심과제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 학생 중심 교육이란 미래 사회를 이끌 전문 인재로 존중하고, 그 성장을 대학이 책임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변화하는 교육 환경 속에서 대학이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입니다.

저는 학생과의 소통이 일회성 만남이나 형식적인 간담회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목소리가 실제로 대학의 의사결정과 교육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는 구조적인 소통입니다.

우선 저는 정기적이고 열린 직접 소통을 지향합니다. 학장이 학생들과 같은 공간에서 만나고, 교육·실습·진로·복지에 대한 고민을 직접 듣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로 학생 의견이 제도적으로 반영되는 공식 창구를 강화하고자 합니다. 저의 발전계획에서도 제시하였듯이, 학생 지원 기능을 중심으로 한 소통 구조를 통해 학생의 요구가 교육과정, 실습 환경, 복지 정책에 체계적으로 연결되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대학 학생회와 긴밀하게 협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학생의 진로와 성장에 대한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우리 대학에는 ‘진로탐색’ 교과목이 개설되어 있으며, ‘꿈설계’ 상담 체계를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어떤 수의사가 되고 싶은지, 어떤 분야에서 어려움을 느끼는지를 듣고, 그에 맞는 교육과 실습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진정한 학생 중심 소통이라고 봅니다.

저는 전공지식만큼이나 학생들이 대학에서 반드시 경험해야 할 것은 사람과 사회를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은 전문 지식을 배우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 사람의 전문 직업인이자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시기입니다. 특히 수의사는 동물만 상대하는 직업이 아니라 보호자, 농가, 지역사회, 공공기관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대학 시절의 경험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이 첫째, 현장에서의 책임 있는 경험을 꼭 해 보기를 바랍니다. 임상 실습, 봉사 활동, 현장 프로젝트 등을 통해 ‘배운 지식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그리고 ‘내 판단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직접 느껴보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둘째, 다양한 사람과 협력해 보는 경험입니다. 전공과 학년이 다른 학생들, 교수님,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협업과 소통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됩니다. 동아리 활동은 이러한 면에서 매우 유용한 네트워크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스스로 진로를 고민하고 설계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입니다. 대학은 정답을 주기보다는 스스로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도와주는 곳입니다. 대학 기간 동안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보고, 고민해 보는 여유와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학장으로서 학생들이 그런 경험을 충분히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학생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은 “지금의 불안함을 두려워하지 말고, 대학에서의 시간을 충분히 즐기고 사용하라”는 것입니다. 수의과대학에서의 시간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공부의 양도 많고, 진로에 대한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은 전문가로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조급해하지 말고, 현재의 시간에 충실하면서 순간순간을 즐기기를 바랍니다.

또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대학은 경쟁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공동체입니다. 학우들과 토론하고, 선배와 이야기하고, 교수에게 질문하는 과정 속에서 훨씬 넓은 시야를 갖게 됩니다.

그리고 저는 학생들에게 ‘어떤 수의사가 되고 싶은지’를 자주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성적이나 스펙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가치를 가진 수의사로 사회에 서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그 질문을 품고 대학 생활을 보낸다면, 지금의 경험 하나하나가 결국 의미 있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강원대학교 수의과대학은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장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고 있습니다. 저 역시 학장으로서 학생들이 도전을 통해 스스로 성장해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학장으로서 임기가 다하는 날까지 잊지 않으려 하는 것은 ‘우리 대학의 구성원인 교수와 직원이 우리 대학의 주인이며, 학생들은 우리 조직의 존재 가치’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학장과 대학 보직자는 구성원과 학생을 위해 일하도록 위임받은 직책이라는 것입니다.

일정이 아무리 바쁘더라도 학생들과 직접 마주하고, 교수님들과 짧게라도 자주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학장이라는 자리는 빠른 판단보다는 그 결정이 가져올 영향을 한 번 더 생각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대학의 일을 결정함에 있어 가능한 한 관련된 분들의 의견을 듣고 충분히 숙고하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하루 일정이 끝난 뒤, 오늘 하루 동안 학장으로서 말하고 행한 일들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모든 순간에 구성원에 대한 존중과 감사의 마음이 바탕이 되었는지, 공동체와 학생이 우선시되었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습관을 가지려 합니다.

저는 특별한 성과를 이뤄낸 학장이라기보다는 ‘구성원과 함께 우리 대학이 도약하는 기틀을 마련했던 학장’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무엇을 하든 구성원과 함께, 대학과 학생을 위하여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임기가 끝나고 누군가가 “그 시기에 우리 대학이 한 단계 성숙해졌다”고 말해 준다면, 저에게는 가장 영광된 평가일 것입니다. 임기가 다하는 날까지 우리 구성원들과 학생들이 자기 자리에서 잘 빛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성실히 해내고 싶습니다.

정지영 기자 jiyeong6866@gmail.com

[인터뷰] 강원대 수의대 윤병일 신임학장 “실질적 역량 길러주는 교육 환경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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