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형 일원화냐 생체인증 추가냐’ 변화 없이 논의만 반복하는 동물등록제

반려동물보험 활성화와 동물등록은 무관..생체인증 동물등록 기술검증협의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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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등록제 활성화를 위한 국회토론회가 11일(목)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2021년 이후 실효성 없는 외장형 동물등록이 내장형을 앞지른 가운데 동물등록방식을 내장형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비문 등 생체인식 방법을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전히 대립했다.

유럽연합(EU)에서는 개·고양이에 내장형 마이크로칩 삽입을 의무화하는 법 제정이 가시화됐다. 내장형 의무화에 대한 국내 찬성여론이 78.1%에 달한다.

이날 발제에 나선 한국반려동물보험연구소 심준원 대표는 “10년이 넘도록 새 정부, 새 국회가 들어설 때마다 법안 발의나 토론회만 반복할 뿐 변화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날 발제와 패널토론에 참여한 임준호 펫나우 대표, 김재익 아이싸이랩 책임연구원은 비문(noseprint)에 기반한 생체인식이 더 나은 동물등록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내장형과 달리 침습행위가 필요치 않아 보호자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고, 일치율도 99% 이상으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임준호 대표는 “국내 기업이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법제화·상용화가 늦어지면 외국 후발주자의 추격을 허용하게 될 것”이라며 “1년, 2년, 3년 계속 기다리라는 건 스타트업에게 고사하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물보호법에 동물등록의 방법으로 ‘생체정보등록’을 추가하고, 사람에서의 생체인식 성능 시험인증체계를 차용해 표준규격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애견연맹 정태균 사무국장도 비문 기반 생체인식이 혈통 관리 선진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도입에 찬성했다.

반면 수의사회는 내장형 일원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미래정책부회장은 “이미 EU는 마이크로칩 의무화 법안을 진행하고 있고 (반려동물 해외여행 관련) 국제 검역도 마이크로칩을 요구한다”며 “비문 인식의 신뢰도를 생애주기변화에 따라 100%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내장형 일원화를 제대로 시행해보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이연숙 경기도 동물복지과장은 2025년 경기도에서 실시한 비문등록 시범사업 현황을 전했다.

특히 경기도 직영보호센터에서 장기 보호 중인 유기견 121두를 대상으로 비문등록 신뢰도를 검증한 시도가 눈길을 끌었다. 3주 간격으로 2회 촬영한 결과 동물 개체 재확인 일치율은 98.3%, 전체 DB에서 해당 개체 조회 일치율은 99.1%를 기록했다.

이연숙 과장은 “단기·소규모 표본에서 비문의 개체 식별 가능성을 확인했다”면서도 “보정이 완벽한 상태에서 촬영하여 검증했음에도 1% 정도는 불일치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노령, 만성질환 등의 영향을 반영한 장기추적 데이터가 부재하고, (비문) 등록개체수가 1백만 마리 이상일 때의 정확도나 속도도 검증되지 않은 점은 한계”라고 덧붙였다.

이연숙 과장은 “내장형 일원화를 적극 제안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생체인식의 조급한 도입 역시 경계했다.

내장형 동물등록도 8년의 시범사업을 거쳐 법제화된만큼 생체인식도 장기·대규모 표본을 통해 과학적·통계적 검증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 류도현 사무관은 생체인식에 대해 별도의 기술검증협의체를 운영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현재 7개 업체가 진행 중인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의 결과를 바탕으로 기술 안전성, 업체 간 데이터 공유·연계를 위한 기술표준 마련 등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류 사무관은 “동물등록과 관련한 행정처분 등도 가능한만큼 1%대의 낮은 오수락률(FAR, False Acceptance Rate)이라도 해당되는 국민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새로운 제도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의 신뢰도를 검증하는 것과 더불어 실제로 비문을 동물등록에 활용하려면 여러 업체의 앱으로 생성되는 비문등록 정보를 하나의 통합된 DB로 모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업체마다 조금씩 다른 기술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지목됐다.

이와 관련해 한국애견연맹에서는 “현장에서는 내장형 마이크로칩도 인식이 안되는 경우를 많이 접한다”며 기술검증이 기존 내장형까지 함께 다뤄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한국반려동물보험연구소 심준원 대표

심준원 대표는 동물등록제가 반려동물보험(펫보험)의 활성화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미 동물등록 없이도 펫보험에 가입할 수 있고, 동물등록 시 보험료를 소액 할인해주는 서비스도 마케팅 목적이라는 것이다. 일본 최대의 펫보험사인 애니콤도 마이크로칩 대신 동물의 사진과 보호자의 고지로 식별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심 대표는 “기술의 신뢰도 문제를 떠나 보험현장에서 동물등록은 그저 허들일 뿐”이라며 펫보험의 모럴해저드 문제에서도 동물등록과 관련한 식별은 주요한 원인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물등록제가 정말 필요한 제도라고 한다면,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국민이 주민등록을 하지 않으면 국민으로서 여러 권리를 행사하는데 큰 제한이 발생하는 것처럼, 동물등록제도 ‘안 했을 때 권리행사에 큰 제한이 있다’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다.

진 의원은 “반려동물 관련 정책 수요가 늘어나는만큼 동물등록데이터를 정확하게 확보해야 한다”면서 생체인식에 대해서는 “정확도가 100%가 아니라도 오차가 허용가능한 정도라면, 반려동물을 등록하는 여러 수단 중 하나로 보고 산업화의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장형 일원화냐 생체인증 추가냐’ 변화 없이 논의만 반복하는 동물등록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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