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병원 업계에서도 병원 규모 확장이나 법인 전환, 병원장의 은퇴 또는 신규 창업을 위한 인수 등 다양한 이유로 동물병원이 양도되거나 양수되는 사례가 실무에서 빈번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많은 원장들이 병원의 부채, 임대차, 설비 이전과 같은 문제에 집중하는 반면 인수 시 반드시 점검해야 할 핵심 이슈 중 하나인 기존 직원의 고용승계 문제는 소홀히 다루는 경우가 많다.
병원이라는 장소와 설비, 고객 정보만 인수하고 싶어도 실질적으로는 기존 직원들이 진료와 고객 응대를 해온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인수 이후에도 그 직원들과의 근로관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러한 인력이 인수 후 곧바로 퇴직하거나 과거의 임금체불·퇴직금 문제로 분쟁이 발생한다면 병원 운영에 막대한 차질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인수 시 고용관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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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 동일성이 유지된다면 고용도 승계되는 것으로 본다
근로기준법에는 사업 양도 시 반드시 고용을 승계해야 한다는 명문 규정은 없다. 그러나 판례(대법원 2013. 5. 10. 선고 2011다45217 판결 등 참조)에 따르면 “사업의 동일성이 유지되는 한 기존 근로관계는 양수인에게 승계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병원 명칭이 변경되었는지 여부만으로 판단되지 않고 병원의 장소, 진료 방식, 기존 환자 기록 및 예약 관리 시스템의 연속성, 기존 인력의 계속 근무 여부 등 실질적인 사업 운영 내용이 기준이 된다.
따라서 병원을 인수한 이후에 기존 직원이 별도의 채용절차 없이 근무를 계속했다면 설령 근로계약서를 다시 쓰지 않았더라도 묵시적인 근로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보아 기존 근속기간과 노동관계가 모두 그대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이 경우 인수인은 이전 사업주의 근로계약상의 의무, 예컨대 퇴직금·연차수당·임금체불 등 금전적 채무까지 승계하게 될 수 있다. 고용승계를 원치 않거나 계약조건을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사전에 근로자 동의와 함께 법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단순히 인수 계약서에 ‘직원은 제외’라는 문구만 넣었다고 하여 노동법상 책임에서 무조건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즉, 영업양도 당사자 사이에 고용관계의 일부를 승계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다면 그에 따라 근로관계의 승계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러한 특약은 실질적으로 해고나 다름없으므로 현 근로기준법 제23조 소정의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어야 유효하다(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0두8455 판결 등 참조)
□ 퇴직금과 연차수당 등 미정산 금액에 대한 책임도 발생할 수 있다
병원을 인수한 이후 가장 자주 발생하는 갈등은 퇴직금, 연차수당, 주휴수당 등 과거 미정산 금액과 관련된 문제다.
예를 들어, 기존 원장이 퇴직금 정산을 하지 않고 병원을 양도했고 이를 알지 못한 인수인이 고용을 승계한 상태에서 해당 직원이 퇴사하게 된다면 해당 직원은 “내 퇴직금이 지급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인수인을 상대로 청구를 제기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대법원은 “사업의 동일성이 유지되고 기존 고용관계가 승계된 것으로 보이면 양수인은 양도인의 근로기준법상 의무도 승계하게 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연차수당의 경우에도 과거 사용하지 못한 미사용 연차가 남아 있고 이에 대한 수당이 지급되지 않았다면 인수 이후에도 그 책임은 인수인에게 귀속될 수 있다.
특히 이런 문제는 퇴직 시점에서 처음 제기되는 경우가 많아 인수 당시에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법적 책임이 뒤늦게 인수인에게 돌아오는 상황이 적지 않다.
더불어 주의할 점은 상시근로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적용되는 근로기준법의 범위도 확대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기존 병원이 4인 이하 사업장이었다면 취업규칙 작성 의무나 해고 시 정당한 이유 및 예고 의무, 연차유급휴가 보장 등의 규정이 일부 적용되지 않았을 수 있으나 인수 후 추가 인력이 더해지거나 고용 승계로 인해 상시근로자 수가 5인 또는 10인 이상이 되었다면 사업주가 반드시 준수해야 할 법적 의무 역시 확대된다.
인수인이 이 부분을 간과하고 기존 소규모 병원의 관행대로 인사관리를 계속할 경우 노동청 감독이나 민원 발생 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 인수 전 실사와 인수 후 고용계약 정비는 필수 절차다
동물병원은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수 즉시 운영을 개시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용승계 여부가 명확하지 않거나 계약서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직원이 근무를 계속하게 되면 향후 분쟁 발생 시 법적 책임은 오롯이 인수인에게 집중될 수 있다.
따라서 병원을 인수하기 전에는 반드시 인사 자료에 대한 실사를 통해 현재 재직 중인 모든 직원의 이름, 입사일, 근로형태, 퇴직금 및 수당 정산 여부, 근로계약서 유무 등을 확인하고 인수인으로서 책임을 부담할 항목을 사전에 구분하여 계약서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인수 후에는 기존 인력에게 고용 승계 사실을 문서로 고지하고 가능한 한 새로운 근로계약서를 체결하거나 조건 변경 사항에 대해 서면으로 합의해 두는 것이 좋다.
특히 병원의 사업주 변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에게 아무런 설명 없이 업무만 계속하게 할 경우 ‘고용 승계 사실 인지 및 합의’에 대한 분쟁 소지가 남게 되므로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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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병원의 이름이나 사업자만 바뀌었을 뿐 기존의 업무, 환경, 인력이 유지되는 경우에는 고용관계 역시 지속된다고 보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병원 인수 시 인사 노무 리스크는 단순한 인력 승계 문제가 아니라 퇴직금, 근로계약, 임금, 4대 보험, 상시근로자 수 산정, 연차휴가 등 다양한 법적 쟁점과 직결되며 특히 동물병원처럼 대체 인력 충원이 어려운 업종일수록 그 파급력은 더욱 크다.
따라서 병원을 인수·양도하려는 경우에는 반드시 노무사의 자문을 받아 고용 승계 여부 및 근로관계 정리를 철저히 진행하는 것이 이후의 법적 분쟁을 예방하고 안정적인 병원 운영을 위한 핵심 전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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