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추어리 갈 사육곰, 시민단체 힘 모아 첫 구출했지만..연말까지 실질적 종식 어렵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녹색연합·어웨어·동물자유연대, 연천 농가 곰 12마리 매입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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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곰 산업이 올해 말까지 종식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힘을 모아 생추어리로 갈 사육곰을 처음으로 구출했다.

사육곰 보호를 위해 반가운 소식이지만, 종식이 제대로 성사될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사육곰들이 여생을 보낼 보호시설은 남아 있는 곰의 개체수에 비해 부족하다. 그마저도 연말까지 준비를 마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곰을 보호시설로 보내려면 농가로부터 사서 구조해야 하는데, 정부 예산은 보호시설 건립에만 지원될 뿐 매입비는 시민단체의 몫으로 남아있다. 매입단가에 대한 농가와 단체의 입장차도 크다.

내년이 되면 농가의 곰 사육은 금지되지만, 여전히 다수의 곰들은 남아 불법 상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녹색연합,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자유연대는 경기 연천군 소재 사육곰 농가와 곰 12마리의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8월 12일(화) 밝혔다.

2023년 사육곰 사육과 부속물(웅담) 생산·섭취 등을 금지하는 ‘야생생물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공식 매입을 통해 사육곰이 구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80년대 정부 주도로 시작된 사육곰 산업은 1985년 곰 수입 중단, 1993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가입 등을 거치며 사양산업이 됐다. 2022년 시민단체와 환경부, 사육곰 농가가 ‘곰 사육 종식을 위한 협약’을 맺고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2026년부터 사육곰 산업은 법적으로 금지된다.

사육곰 사육이 금지되니, 아직 남아있는 곰들은 보호시설(생추어리)로 가야 한다. 정부는 구례와 서천에 보호시설을 건립하고 있다. 구례에는 49마리, 서천에는 70마리 규모의 보호시설이 들어선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현재 농가에 남은 사육곰은 249마리다. 두 보호시설을 꽉 채운다 해도 130마리는 갈 곳이 없다. 그 마저도 올 연말까지는 구례 보호시설만 가동 준비를 마칠 전망이다. 사육곰 농가 대다수가 불법 상태에 내몰리게 되는 셈이다.

불법 사육은 몰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몰수한 곰을 보호할 시설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면 몰수를 시행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부족한 보호시설이나마 채우는 것도 문제다. 농가로부터 사육곰을 사서 보호시설로 옮기는 일은 시민단체에 맡겨져 있다.

이들 단체들은 사육곰의 매입비를 놓고 단체 측과 농가에 의견 차이가 있어 협상에 난항을 겪어왔다고 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마리당 단가에 2배가 넘는 의견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이번 연천 농가는 단체들과의 의견차를 좁혀 매입 계약이 성사됐다. 매입비는 4개 단체가 함께 마련했다. 단체들은 “그동안 가격 협상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해당 농가가 구조의 뜻을 함께해 첫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며 농가의 결단에 지지를 보냈다.

단체들은 “앞으로도 구조에 동참 의향이 있는 농가와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라면서도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시민단체 특성상 예산 확보가 어려워 협상에 우호적인 농가를 우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호시설 준비도 여의치 않고, 사육곰 매입·구조에 대한 정부 지원이 없는 가운데 시민단체와 농가의 입장차도 여전한만큼 연말까지 사육곰 종식이 완료되기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내년이 되어 불법 상태가 된 사육곰 농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져야 해법이 도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단체들은 “곰 사육 산업은 정부 정책 실패의 결과임에도, 남은 사육곰의 구조와 보호는 시민단체가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다”면서 “환경부는 보호시설의 건립과 운영에 최선을 다하는 동시에, 수용하지 못하는 개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2026년 사육곰 산업 종식이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생추어리 갈 사육곰, 시민단체 힘 모아 첫 구출했지만..연말까지 실질적 종식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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