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살충제 계란 사건 그리고../한국가금수의사회장 윤종웅

등록 : 2017.09.04 14:01:44   수정 : 2017.09.04 14:01:44 데일리벳 관리자

# 닭진드기가 소비자를 화나게 하다.

AI의 여파가 가시고 잠시 생업에 궤도를 오른다 싶더니 AI급 ‘살충제 계란’ 사건이 터졌다. 이후로 여러 나라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계란에 쏠리는가 하더니 우리나라에도 살충제 오염 계란이 발견되었다.

세계 어디나 농가들의 양심과 위생의 문제인 듯 보이지만, 우리와 네덜란드의 속사정은 매우 다르다.

네덜란드와 독일은 양계선진국이다. 닭진드기에 대한 처치와 관리는 가히 모범적이었다. 10여개의 전문방제업체가 청소, 소독을 실시하며 허가된 약제(살충제)는 두세종류에 불과했다. 허가되지 않은 농약을 쉽게 구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식품인 계란생산에 사용한다는 건 이들에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작년 9월 네덜란드를 방문했을 때, 현지 농장의 대부분이 방제업체에 맡겨 소독을 실시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소독절차도 살포(spraying), 연무(cold fogging, hot fogging), 소독제 입자크기에 따른 분무(turbofog, nebulization) 방식 등 다양했다.

소독약제도 많지 않다. 품질 좋은 소독제는 가격이 싸지 않다. 허가된 40여종 수준의 약제 중 필요한 만큼만 정확히 사용한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소독이 끝나면 결과검사를 수의사가 실시하고, 공수의사가 계사 준비상태를 확인하면 입추가 가능하다.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농가에서 소독제를 구해서 사용하는 것보다 전문업체에 맡겨 처리하는게 결과나 비용면에서 낫다는 인식이다.

우리나라의 농가에 ‘방역’이라는 명목으로 공짜로 배포되어 사용되는 안전불감 소독약 남용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다.

닭진드기와 알

닭진드기와 알

# 네덜란드, 잘 한다더니 너마저…

8월 4일 전후 네덜란드에서 ‘피프로닐’이라는 익숙한 이름이 문제가 된다 싶더니만, 사건이 일파만파 번져 나갔다. 1000개 남짓한 네덜란드의 산란계 농가 중 200여 농가가 사건에 연루된 것이다. 20%의 계란이 못쓰게 된다는 건, 계란수출이 50%가 넘는 유럽최대 수출국 네덜란드의 국가적 망신 아닌가.

10년이 넘도록 닭진드기 문제에서만큼은 규조토, 실리카, 열소독 같은 형태의 물리적 방제 위주였던 네덜란드의 피프로닐 적발은 정말 모든 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큰 사건이었다.

언론에서 듣다시피 ‘칙프렌드’라는 업체에서 농가들에게 자신들은 ‘유칼립투스’와 오일성분의 합법적인 약제를 사용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루마니아에서 수입한 피프로닐을 섞어서 농가에 살포했던 것이다.

칙프렌드는 청소서비스를 위주로 하는 2~3명 규모의 소규모 방역업체였는데, 돈을 벌어보려고 작년부터 농가들을 대상으로 진드기방제를 시작했다고 한다. 농장들은 직접 계란의 잔류검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보다는, 방제회사가 ‘닭진드기를 아주 잘 죽인다더라’하는 소문에 휩쓸렸고, 그렇게 꽤 많은 고객들을 확보했다.

화학제는 잔류위험만 없다면 효과적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확한 약품선택과 지침없이 쓰게 되면 나중엔 용량을 더 더 더 높게 사용해야만 한다. 진드기에 약제 저항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국내는 그런 식의 과정을 밟아왔기에 이미 많은 종류의 약제에 대해 저항성이 생겨버렸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종류의 작물용 농약을 쉽게 구해 높은 용량으로 사용해왔다.

공부 열심히 하던 모범생이 어느 날 유혹에 못 이겨 담배 한 모금 빨다가 퇴학당한 경우가 네덜란드라면, 우리나라는 담배와 술에 찌든 학생이 현장에서 적발된 사건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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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뭔 지 알아야 답을 풀지…

농가만 문제일까? 고양이 옆에 생선을 가져다 두고 누구도 지키고 있지 않다면, 고양이가 얼마나 오랫동안 생선을 안 먹을 수 있을까? 쉽고 싸고 편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을 번거롭고 힘들며 원칙을 지켜 할 만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더구나 아무도 감시하지 않는데 말이다.

현재 가금업계는 수의사들이 진료, 컨설팅의 대가를 약품 판매로 얻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농약을 취급할 수 있는 직역이 아니다 보니, 닭진드기에는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점점 닭진드기에 연구하는 사람도 줄어들었고, 전문성도 없다. 농가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방관했다.

농가를 만나보면 누구는 콩기름을 발라보기도 하고, 어디서는 기계유를 흠뻑 쳐보기도 하고 서로서로 성공담을 공유했다.

한 농가에서 과학적 근거없이 성공한 방법이 다른 농가에서도 역시 성공을 거두리란 보장은 없다. 결국 모든 농가들은 화학제에 너무도 의존했다. 일부 농가는 중국에서 보조사료를 밀수했다. 무슨 성분이 들어있는 줄도 모른 채, 서로서로 유통하고 권하고 쉬쉬하면서 현재까지 온 것이다.

살충제 계란 사건의 원인은 ‘약사시스템의 부재’다.

농약이나 항생제 같은 위험한 약들을 누구나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만드는게 국가의 관리시스템이다. 그런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의사, 약사, 수의사 같은 전문가들이다. 더구나 내성관리가 필요한 약들이 아닌가.

그런데 왜 전문가가 관리한다는 말이 오히려 이상하게 들리는 걸까? 왜 농가가 농약을 손쉽게 구하는 걸 막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 걸까? 소비자 안전을 위한 장치가 이렇게 허술해도 되는 것일까?

아직도 언론에는 동물복지, 친환경, 모래목욕이 닭진드기를 해결해줄 수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그렇게 바꾼 서유럽국가들 역시 닭진드기 감염률이 높다는 건 오히려 그런 시스템도 닭진드기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증거다.

닭진드기는 닭에 기생하는게 아니라 닭장과 닭주변의 구조물에 살다가 밤에만 흡혈하러 닭에게 다가온다. 때문에 모래목욕은 생각보다 효과적이지 않다. 실제 동물복지형 농장에서도 감염이 심각하지 않거나 느끼지 못할 뿐이지 닭진드기는 여전히 있다.

동물복지형 축사에도 흔히 감염되는 닭진드기

동물복지형 축사에도
흔히 감염되는 닭진드기

# 위생관리가 복지의 시작이다.

필자도 동물복지가 올바른 길이고 나아갈 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닭진드기 해결을 위한 방법이 아니라고 말할 뿐이다.

실제 필자가 폴란드와 동유럽을 방문했을 때 계사관리가 형편없는 농장들을 방문했었다. 비록 케이지 형태의 닭장이었지만, 쌓인 먼지와 죽은 닭들이 치워지지 않은 계사안의 닭들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위생이 선행되지 않은 복지는 바지를 먼저 입고, 나중에 속옷을 입겠다는 말과 같다.

농장의 위생은 농장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 ‘습관을 바꿔라’라고 말하긴 쉽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라는 디테일과 방법론이 없다면, 원점으로 돌아오는 건 시간문제다.

다들 다이어트 한번쯤 시도해보지 않았는가? 제 몸 하나 제대로 모르고 체중도 조절하기 어려운데 다른 일은 오죽할까? 예를 들어 이전에 한번도 해본 적 없는 계사 덕트 내부를 청소할 수 있는 농장이 얼마나 되겠는가?

위생관리에도 전문가의 실패 경험과 안내가 필요하다.

대부분 나라에서 이런 위생해충 관리는 농가에서 직접 하기보다, 전문방역회사를 통해 청소/소독과 전문적인 해충관리, 구서까지 서비스를 일임한다.

농가는 생산에 전념하고 어려운 문제는 전문가가 해결하게 하면서 그 역할을 정부가 돕는다면 서로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먼지와 진드기에 오염된 계사 내부

먼지와 진드기에 오염된 계사 내부

# 결국 또 그 소리, 기본으로 돌아가라.

정말 진드기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약이 머지 않아 글로벌 유수기업에 의해 출시된다고 가정해보자. 닭에게 먹이는 것만으로 진드기가 알까지 죽는데, 잔류도 거의 없는 새로운 농약 성분이다. 물론 가격은 만만치 않을 거다.

이런 약이 있다면 모든 농장이 진드기 문제를 떨쳐낼 수 있을까?

농가가 스스로 농약을 구해서 처방해오던 현재의 약사제도를 바꾸지 못하면, 그 약을 출시한지 몇 년 지나지 않아 진드기는 다시 문제가 되고, 두세번 약에 의존하다 보면 내성이 생겨 결국 그 약조차 못쓰게 될 확률이 크다.

약에만 의존해서 한방에 모든 걸 해결해보리라는 우리의 생각이 이미 중독된 상태임을 말해준다. 쉽고 좋은 것들은 결국 우리에게 그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위생을 강화하지 않고서는 어떤 일도 해결할 수 없다.

일본의 경우 8종류의 진드기 전용 약제를 동물용의약품으로 등록해 수의사를 통해 처방받아 사용한다. 철저한 책임의식과 ‘시키는 대로 따르는’ 일본인들의 문화가 그 바탕에 있다고 하지만, 맘대로 농약을 구매해서 닭에 뿌리는 문화는 최소한 존재하지 않는다.

8종류의 약제들도 오래되고 저항성도 생겼지만, 로테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제대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친환경인증이 아닌) 일반농장의 경우에는 일본같은 관리시스템을 도입해 한시적으로 운영하면 좋을 것이다.

친환경 농장의 경우 화학제의 사용을 배제하고 물리적인 방제 위주의 실리카나 규조토를 사용한 방제를 권장한다. 유럽에서 주로 사용되는 이 방법은 청소소독이 완전히 끝난 빈계사에서 예방적으로 사용한다.

모든 해충 방제는 예방이 기본이며, 정기적인 모니터링으로 밀도를 가장 낮게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농가에서 장비를 갖추거나 비전문적인 시공을 하기보다는, 방제회사가 직접 시공하고, 약제에 대한 감수성검사와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국가는 이런 전문적인 서비스를 통해 농가의 위생수준을 높이고 농가가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전문방역업체에 의한 청소·소독

전문방역업체에 의한 청소·소독

# 다시 희망을 찾아

살충제 계란 사건으로 국민들은 축산업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어떻게 하면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까?

농장은 식품생산자로의 의식을 전환해야 한다. 수의사는 더 큰 책임의식을 가지고 문제에 뛰어들어야 한다. 전문가가 올바른 의견을 내지 않으면 언론이나 이익집단에 의해 잘못된 방향으로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

정부는 현장의 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시스템을 정비하고, 학계도 현장에 필요한 연구에 관심을 갖는다면 장기적으로 전화위복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불행한 사건 속에는 항상 해결책과 희망이 함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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