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의직 공무원 처우와 `엄마 나 백수야`를 바라보는 국민 눈높이

등록 : 2017.08.10 18:53:59   수정 : 2017.08.10 19:12:01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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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대학교 제31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사과문을 게재했다. 지난 8월 4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 이후 서울교대생들의 이기적인 행태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대중의 비난이 거셌기 때문이다.

서울교육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초등교육과 학생 700여명은 8월 4일 “교육부와 교육청은 교사 수급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당장 바로잡아야 한다”며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내년도 서울시 초등교사 선발 인원이 올해(795명)보다 턱없이 부족한 105명이라는 교육부의 발표에 반발한 기자회견이었다.

당시 기자회견에 참가한 학생들은 <교사 양성기관 = 백수 양성기관>, <엄마 미안, 나 백수야…>등의 피켓을 들었는데, 이를 두고 타 교대생들과 국민들이 비난이 일었다. “지방으로는 절대 가지 않으면서 이기적이다”, “현재 백수인 청년들이 얼마인데 서울교대를 졸업했다고 서울지역 초등학교에 반드시 취직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비판이었다.

실제 지난해 충남(0.48대 1), 강원(0.49대 1), 충북(0.56대 1), 전남(0.7대 1), 경북(0.73대 1) 지역은 초등 임용 미달이었으며, 내년도 전국 초등 교사 임용 인원과 전국 교대 졸업생 수를 비교한 경쟁률은 1.14대 1수준이다.

역풍을 맞은 서울교대 비대위는 “모든 오해와 논란에 책임을 느끼고 깊이 반성한다. 신중하지 못한 판단과 행동으로 인해 기자회견 자리에 계시지 않았던 분들까지도 대중의 억울한 질타를 받게 만든 점에 대해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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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 계기로 ‘수의직 공무원 채용 대규모 미달 사태’ 미리 대비해야

“대우가 나쁘다”, “죽어라 공부하고 6년제 나왔는데 고작 7급에 승진도 안 된다. 누가 가냐?”는 대응…국민이 납득할까

한편, 이번 사태를 계기로 ‘수의직 공무원 대규모 채용 미달 사태’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각 지자체는 가축방역관(수의 7급) 대규모 채용에 나섰다. 올 하반기에 채용 예정인 수의직 공무원 숫자는 검역본부를 포함해 무려 400명이 넘는다.

이미 경북(43명), 충남(46명), 전남(60명) 등이 채용공고를 냈지만 “아무리 뽑아도 지원 안한다”, “승진도 안 되고 업무도 힘든데 어떤 수의사가 가냐”는 수의계 내부 여론이 강하다. 이대로 가면 대규모 미달 사태가 발생할 것이 불 보듯 뻔 한 상황이다.

정부도 수의사들이 수의 7급 공무원 지원을 꺼려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시군 수의사들이 이 고생을 하느니 임상수의사가 되겠다며 퇴직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일선 시군 가축방역 담당 공무원 수는 0.2~0.3명 수준”이라는 것이 정부 관계자의 말이다.

이 때문에 이번 대규모 수의 7급 채용을 앞두고 ▲특수업무수당 인상(현 월 15만원에서 50만원으로 인상) ▲전문직위 지정을 통한 추가 수당 지급 ▲농식품부 방역정책국 신설 ▲시·도 동물방역전담과 및 시·군 동물방역전담팀 신설 추진 등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월 몇 십만 원 더 준다고 6년제 수의대 출신들이 누가 가서 그 고생을 하냐”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이번에 대규모 미달을 경험해봐야 정부에서 수의직 공무원 처우를 더 개선해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 수의7급 채용에서 대규모 미달 사태가 발생한다면 ‘비수의사 가축방역관 채용’ 등의 정책 추진의 명분이 생길 수 있다.

이미 여러 토론회에서 ’4년제 수의대 신설’, ‘축산학과 출신 가축방역관 채용’ 등이 제안된 바 있는데, “수의직 공무원의 처우를 개선해줘도 수의사들은 지원하지 않더라”며 이런 정책 추진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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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급 공무원 원서 접수 평균 경쟁률 122대 1

약무직렬 수당 월 7만원, 간호직렬 수당 월 5만원

만약, 정부가 비수의사 가축방역관 채용, 수의대 신설 등을 추진한다면 수의계는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하지만 이 때 ‘수의직 공무원 처우 개선이 먼저다’라는 주장만 외친다면, 이번 서울교대 기자회견 사태처럼 온 국민의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수의사는 무조건 7급부터 채용하고 월 특수업무수당을 50만원 더 챙겨주는데도 지원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다른 직업이 가축방역 업무를 담당하는 건 반대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수의사의 전문성과 가축방역 업무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7급 공무원 원서 접수 평균 경쟁률은 122대 1이었다.

약무직렬 특수업무수당은 월 7만원, 간호직렬은 월 5만원 수준으로 현재도 수의직렬 특수업무수당(15만원)이 더 높으며, 특수업무수당이 월 50만원 이상인 공무원은 극히 일부다. 즉, 월 50만원의 특수업무수당이 (수의계에서는 부족하게 느껴지더라도)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최상위 수준으로 비춰진다.

화재현장에서 인명구조 및 화재진화 업무에 직접 종사하는 소방공무원의 특수업무수당은 ‘월 8만원 이하’다.

수의계 내부 인식와 국민 눈높이는 다를 수 있다 
  
가축방역관의 업무가 힘들고 대우가 부족하다는 것은 수의계 내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눈높이는 수의계와 다를 수 있다. 

수의직 공무원 채용 대규모 미달 사태 발생 이후 정부가 ‘비수의사 가축방역관 채용’이나 ‘수의대 신설’ 등을 추진한다면, 과연 수의계는 어떤 명분을 가지고 이를 반대할 것인가?

“수의사들은 개인의 이익 때문에 ‘가축방역 업무’라는 국가 차원의 중대한 의무를 외면한다”는 비난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서울교대 기자회견 역풍 사태를 계기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명분’을 쌓기 위한 수의계 내부의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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