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살충제 계란 파문…국내 산란계도 닭진드기 `골머리`

국내 산란계농가 다수 닭진드기 피해로 골머리..계란 잔류검사 올해부터 도입

등록 : 2017.08.09 11:55:52   수정 : 2017.08.12 10:37:56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유럽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의 대규모 리콜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국내 계란 안전관리에도 의문부호가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올해부터 계란과 닭고기, 계분에 대한 살충제 잔류검사를 도입했지만, 현장에는 아직 주먹구구식 살포관행이 남아 있다는 것. 사람에게 위해가 없으면서도 진드기 박멸에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 닭진드기 없애려고 살충제 살포..`국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유럽발 보도에 따르면, 최근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시작된 살충제 계란 파문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네덜란드는 이미 검출농가 180곳을 일시폐쇄하고 산란계 30만여수를 살처분하는 등 후속조치에 돌입했다. 영국과 프랑스 당국도 이들 계란이 일부 수입된 것으로 보고 추적조사를 진행 중이다.

문제가 된 성분은 피프로닐(Fipronil). 벼룩이나 진드기를 잡는 살충제로서 농약이나 반려동물용 기생충약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람에 과량 노출될 경우 간·갑상선·신장에서 독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식용 가축에서의 사용은 금지된 성분이다.

벨기에 현지 당국은, 일부 업체가 닭진드기 퇴치를 위해 살충제 성분을 불법적으로 살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닭진드기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고 강력한 살충제 성분을 살포했다는 것.

이번에 문제가 된 나라들을 포함한 유럽 11개국 조사 결과, 83%에 이르는 산란계 농가에서 닭진드기 감염이 확인됐을 정도로 심각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산란계 농가 다수가 닭진드기(일명 와구모)로 피해를 입고 있고, 그중 대다수가 살충제 살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국내 산란계 농가 다수가 진드기에 골치..자체조달한 살충제 남용
, 내성·잔류 우려

닭진드기는 국내 산란계 농가의 대표적인 골칫거리다.

낮에는 계사 구석구석에 숨어 있다가 밤에는 닭들을 물어 흡혈한다. 농장 관계자들의 눈에 진드기가 포착됐다면 이미 엄청난 숫자가 숨어 있다는 얘기다.

진드기에 물린다고 죽진 않지만 빈혈이나 가려움 등 스트레스 요인이 되어 산란율이 떨어지거나 질병에 취약해진다. 가금 티푸스 등 병원체들을 직접 매개하기도 한다.

최근 기후변화에 따라 한반도의 여름이 길어지면서 진드기의 발생주기가 3~10월까지로 늘어난 것도 타격이다.

지난해 한국가금수의사회 윤종웅 회장이 전국 120개 산란계 농장(1,400만여수)을 설문조사한 결과, 94%가 닭진드기 감염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가금수의사회 자체 질병 조사에서도 닭진드기 문제가 1위를 차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닭진드기가 큰 골칫거리인데 딱히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라며 “농가 자체적으로 살충제 농약을 조달해 뿌리는 옛날 방식이 아직도 만연해 있다”고 꼬집었다. 닭진드기용으로 출시된 살충제뿐만 아니라, 피프로닐을 포함한 농약성분까지 불법적으로 활용된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살충제는 닭이나 계란이 없는 빈 계사에 쓰는 것이 원칙임에도 ‘실제 현장에서는 당장 진드기 숫자를 줄이기 위해, 산란계가 있더라도 살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 과정에서 닭의 체내로 흡수되거나 계란 표면에 노출되면서 살충제 성분이 계란이나 계육에 잔류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약에만 의존하다 보니 진드기 박멸도 어렵고, 내성도 증가해 오남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며 “계란 안전관리와 진드기 방제대책 확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자료 : 대한양계협회)

(자료 : 대한양계협회)


계란
·계육 안전한가..올해부터 살충제 잔류검사 도입

닭진드기와 살충제, 잔류문제에 대한 정부대응은 초기 단계다. 지난해 8월 살충제 성분 잔류 위험성을 지적한 노컷뉴스 보도가 계기였다.

당시 농림축산검역본부와 식약처가 산란계 및 계란을 대상으로 150건의 살충제 잔류검사를 벌였지만 허용치 이상의 잔류는 발견되지 않았다. 올해부터는 식육과 식용란의 잔류물질을 검사하는 국가 안전성 조사 대상에 살충제 성분을 포함시켰다.

검역본부에 따르면, 전국 1천여 산란계 농가 중 100여개소의 계란을 무작위로 수거해 살충제 성분 잔류여부를 검사할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 동안 농약 잔류검사 140건을 포함한 2,390건의 식용란 수거검사에서 살충제 성분이 발견된 사례는 없었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연초부터 이어진 AI사태로 농장 수거검사가 원활히 진행되지 못했다”며 “정부 차원에서 8월 한 달간 잔류물질 일제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19종이던 잔류검사 대상성분도 27종으로 늘렸다.

살충제 잔류가 적발된 농가는 집중관리농가로 선정돼 과태료와 추가검사 등 불이익을 받는다. 친환경농가 인증이 취소되면 계란판매가 어려워질 수 있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모든 계란을 검사할 수는 없지만, 적발될 경우 제제를 받는 잔류검사 시스템이 자리잡으면 농가가 보다 안전하게 축산물을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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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인증 유지하는 진드기 방제대책 만들어 농가 숨통 틔워야` 지적도

한 업계수의사는 “최근 농산물품질관리원이 가금농가 계분의 살충제 잔류여부를 단속하기 시작하면서 농가의 살충제 사용도 많이 줄어드는 추세”라면서도 “닭과 계란이 없는 빈 축사에 뿌리는 것마저 금지하는 현행 친환경농업 인증 규정도 손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닭진드기 대응에 미숙한 농가로서는 진드기 문제가 심각해지면 살충제에 손을 벌릴 수 밖에 없다는 것. 닭과 계란이 있을 때 살포하는 것은 문제지만, 빈 축사에서 활용하는 것조차 막혀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친환경 인증이 상황에 관계 없이 모든 살충제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데, 친환경 인증이 취소되면 당장 계란의 판매처를 찾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 수의사는 “농가 입장에서는 살충제가 아닌 방법으로 진드기 방제를 시도해서 효과가 부족하면 다른 방법이 없다”며 “사람에게 위해가 없고 친환경 인증을 유지하면서도, 진드기를 효과적으로 박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가 제제에만 의존해서는 음성적인 살충제 사용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는 것. 효과적이면서도 안전한 박멸책을 찾아야 근본적인 해결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진드기가 창궐한 후에 대응하기 보다는 사전 방제에 초점을 맞춘 관리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진드기가 숨어 살거나 약액 도포를 피할 수 있는 구조를 최대한 줄이는 형태의 계사를 만들고, 규조토나 실리카 코팅 등 물리적인 관리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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