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AI 백신을 둘러싼 이해와 오해` 레스 심스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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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난 겨울 H5N6형, H5N8형 고병원성 AI로 인해 3,700만수가 넘는 가금을 살처분하는 역대 최악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러면서 고병원성 AI에 대한 백신 도입문제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보다 경제적인 방법으로 AI 발생과 살처분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찬성론과 AI 바이러스 상재화, 인체감염이 우려된다는 반대론이 부딪히고 있습니다.

계란자조금위원회와 한국가금수의사회는 AI 백신에 대한 자문을 얻기 위해 국제적인 AI 전문가인 레스 심스 박사(Dr. Les Sims)를 초청했습니다.

지난 30여년간 UN 식량농업기구(FAO)를 포함한 아시아 각국의 AI 정책을 자문한 심스 박사는 가금질병학(Disease of Poultry)의 공동저자로서 AI 파트를 집필하기도 했습니다.

심스 박사는 3일부터 6일까지 가금수의사회와 생산자단체 세미나, 국회토론회 등을 통해 AI 대책에 대한 자문의견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4일 대전 라온컨벤션에서 열린 HPAI 백신정책 세미나에 앞서 이뤄진 인터뷰에는 아비아젠 홍영호 수의사와 윤종웅 한국가금수의사회장도 참여했습니다.

레스 심스 박사
레스 심스 박사


Q. FAO
를 포함해 아시아 각국의 AI 정책을 자문했다고 들었다. 한국을 찾은 목적은 무엇인가?

한국에 온 것은 처음이다. 홍콩의 AI 대책을 위해 오래 일해왔는데 고층 빌딩이 즐비한 한국의 인상이 홍콩과도 비슷한 것 같다.

이번 방한은 한국의 고병원성 AI 대책 수립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한국 정부의 특정 정책을 지목해 문제삼기 보다는, AI 백신을 포함한 여러 대안을 함께 모색해 보고 싶다.

한국은 2003년 이후 여러 차례 AI 재발이 반복되고, 지난 겨울에는 많은 가금이 살처분된 것으로 알고 있다. 살처분 자체는 줄이면서 살처분 정책만큼이나 효과적으로 AI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해를 막기 위해 첨언하자면, 이번 방문은 FAO와는 관련이 없다. 독립된 가금분야 컨설턴트로서 온 것이다. AI 백신을 생산하는 업체나 백신관련 이권과도 전혀 연관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Q. AI
방역정책을 모두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으니 이번 인터뷰는 백신 정책에 집중하고 자 한다. 한국에서는 백신을 두고 찬반 대립이 극명하다.

AI 백신은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높이고 단점을 해결해 나가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백신으로 인해 유발될 문제점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이러한 경향은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전세계 많은 나라들의 시각도 비슷하다. 하지만 모든 문제는 솔루션이 있다.

‘백신을 꼭 하라’는 말을 하려고 방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한국이 AI 백신을 방역에 활용한다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본다.


Q.
한국이 AI 백신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은 중국과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지 않은 나라 중에서는 가장 높은 빈도로 고병원성 AI를 겪고 있다. 2003년 이후 2~3년마다 재발했고, 최근 들어서는 그 피해 규모도 커졌다.

이러한 상황은 근시일내에 변할 거라 기대할 수도 없다. 중국이나 동남아는 애초에 AI 바이러스의 박멸보단 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리를 풀어서 키우다 보니 철새와 뒤섞여 AI가 변이되거나 전파될 위험도 높다.

백신을 적절히 사용한다면 AI 발생을 막거나, 발생하더라도 지난 겨울처럼 대규모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다. 감염 시 AI 바이러스 증식량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살처분만 실시할 때보다 경제적인 손실을 줄일 수 있다.

Q. 백신의 효과를 얼마나 기대할 수 있나? 백신주와 야외주가 혈청형이나 유전형이 다르면 교차방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백신주와 야외주의 매치, 각 농장의 상황에 따라 다양하다.

잘 매치되는 백신을 적절히 접종하고, 계군의 면역력을 위협하는 다른 문제가 없다면 90% 이상을 방어할 수 있다. 실험적으로는 AI 백신으로 항체가가 높게 유도되면, AI 바이러스가 침입해도 계군내 재감염이 없을 정도다. 바이러스 배출량을 백신을 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 100분의 1 이하로 감소시킨다.

백신이 야외주와 완벽히 매치되지 않더라도 AI 발생의 규모를 줄이는데는 확실히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특정 백신주가 커버할 수 있는 교차방어능에는 한계가 있다. 백신을 쓴다면 최근 유행하는 바이러스와 기존 유행주를 함유한 2가 이상의 백신을 추천한다.

유입 가능성이 높은 야외주를 대비해 백신주를 선정하려면 인근 국가의 발생동향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최근 중국에서 유행하면서, 야생 오리류에 적응한 바이러스에 주목해야 한다.

백신만 접종한다고 AI 문제가 100% 해결된다고 볼 수는 없다. 백신 접종 농장에도 AI 바이러스가 유입돼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런 농장에서 바이러스 증식과 배출이 확인된다면 살처분도 필요하다.

때문에 백신을 사용한다면 접종 후 모니터링이 반드시 연계되어야 한다.

4일 열린 HPAI 백신정책 세미나에서 통역을 맡은 홍영호 수의사(왼쪽)와 함께
4일 열린 HPAI 백신정책 세미나에서 통역을 맡은 홍영호 수의사(왼쪽)와 함께

Q. 백신을 쓰면 당장 가금산업의 피해는 줄일 수 있을지 몰라도, AI 바이러스의 국내 상재화를 유발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일단 현재 백신을 사용하고 있는 중국, 동남아 국가들은 모두 바이러스가 이미 상재화된 이후에 백신을 도입했다. ‘해당 국가에서 백신을 도입했기 때문에 상재화됐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

이들 국가는 AI가 상재화되고 인체감염 피해를 입는 상황에서 AI 발생량을 억제하기 위해 백신을 도입했다. 애초에 박멸이 목표가 아니었다. 청정화를 목적으로 하는 한국과 단순히 비교하기 어렵다.

혹자는 백신접종 개체에서 무증상 감염(Silent infection)이 일어나 모르는 새에 바이러스가 순환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그러한 우려는 약간 과장된 측면이 있다.

Q. AI 백신 사용 시 무증상 감염 문제가 없다는 말인가?

물론 무증상 감염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백신을 쓰지 않더라도 오리 등에서는 감염되도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있지 않나.

다만 실제 가금현장에서는 줄어든 증상이라도 보이기 마련이다. 적절한 모니터링을 통해 충분히 잡아낼 수 있다.

가령 백신접종군의 감염이 우려된다면 일별폐사율의 추이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정기적인 폐사체 수거검사나 환경검사도 유용할 것이다.

Q. AI 백신을 쓰면 인체감염 위험이 높아진다는 지적에는 동의하나?

그렇지 않다. 백신을 사용하면 인체감염이 보다 잘되는 쪽으로 바이러스 변이가 촉발된다는 우려는 현시점에서 과학적인 증거가 없다.

백신이 항원변이(Antigenic drift)나 사람의 호흡기 수용체에 친화력을 가지도록 AI 바이러스의 진화를 유도한다는 증거도 밝혀진 바 없다.

오히려 백신으로 바이러스 확산을 줄이면 사람으로의 접촉이나 변이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베트남의 사례만 봐도 백신이 인체감염을 늘리지 않는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2000년대 초 AI의 직격탄을 맞은 베트남은 2004년에만 4,500만수의 가금을 살처분했다. 2005년에는 61명이 감염돼 18명이 사망했다.

결국 2005년부터 백신을 도입했고 정부 차원의 강력한 접종정책을 실시한 후 2006년에는 가금과 사람에서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후에는 백신정책이 약간 느슨해 지면서 재발했지만 백신도입 전에 비해 발생건수는 크게 줄었다. 사람 감염 케이스도 연간 한자릿수 수준에 그치고 있다.

물론 통제된 실험결과가 아니라서 전적으로 AI 백신의 공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백신이 사람 감염을 줄이는데 기여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Q.
국내에서는 철새와 가금산업을 연결하는 고리로 오리를 지목하고 있다. 오리의 AI를 막는 것이 핵심인데, AI 백신은 닭에 비해 오리에서 쓰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오리에서 백신접종이나 모니터링이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것은 사실이다.

가령 산란계에서 백신을 쓴다면 3주령, 6주령, 시산전 등 2~3회에 걸쳐 접종하여 좋은 방어능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7주 정도면 출하되는 육용오리는 3주령 1차접종에 그치는 경향이 있다. 농장들이 출하를 앞두고 2차 접종을 실시하길 꺼리기 때문인데, 이는 오리에서 AI 백신을 사용하고 있는 중국에서도 드러나는 현상이다. 1회 접종 만으로는 충분한 방어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오리의 혈청학적 DIVA는 신뢰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고, AI에 걸려도 폐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모니터링에 걸림돌이다.

하지만 계사 내부에 물웅덩이를 만들어 오리가 드나들도록 하고, 그 물에 AI 바이러스가 검출되는지를 정기적으로 예찰하는 방법 등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윤종웅 가금수의사회장(오른쪽)과 심스 박사(왼쪽)
윤종웅 가금수의사회장(오른쪽)과 심스 박사(왼쪽)

Q. 중국에서 최근 H7N9형 AI에 대한 백신접종을 결정했다고 들었다. 인체감염 문제가 심한 타입인데, 한국도 대비가 필요하다고 보나

중국에서는 다음달부터 H7N9도 백신접종을 실시할 계획이다. 기존 RE-8 백신에 H7항원을 추가한 백신이다.

지금껏 H7N9은 오리류에 대한 감염문제가 크지 않다고 봤다. 오리류 야생조류가 주로 문제가 되는 철새로 인한 전파 가능성도 그만큼 작은 것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북부 내몽고 지역과 동북부 흑룡강성 인근에서도 H7N9형 고병원성 AI가 확인됐다.

주로 중국 남부지역에서만 발생하던 고병원성 H7N9형 AI가 어떻게 먼 거리를 이동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관련 산업 물류에 의한 것일 수도 있지만, 만약 오리류 철새에 의한 전파라면 한국도 위험하다. (중국 동북부 지역은 한국을 드나드는 철새의 주요 이동경로다)

때문에 한국도 H7N9형 문제를 고려하는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예방적으로 백신을 접종해야 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비상상황을 대비할 필요는 있다.


Q.
최근 정부가 긴급백신에 필요한 항원뱅크 도입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AI 발생전에 예방적으로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부 AI 재발반복지역을 선정해 해당 파일럿 스터디를 하자는 제안도 있다.

예방백신(Preemptive vaccination)을 하게 되면 AI가 터져도 바이러스 증식량과 확산속도가 확연히 줄어든다. 지난 겨울 같은 대형 OUTBREAK는 피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반면 사후 백신은 실제로 실행하기가 힘들다. 대형 농장이 포함된 수백만수를 단기간내에 접종하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백신팀에 의한 전파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당초 긴급백신 정책을 사용하던 인도네시아는 백신팀에 의한 전염을 확인하고선 긴급백신 정책을 폐기한 바 있다.

긴급백신을 하면 백신감수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노계에 접종하는 문제도 있다.

2, 3년 마다 AI가 재발하는 한국에서는 사전 백신을 고려하는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Q.
비관세무역장벽 문제도 제기된다. AI 백신을 쓰면 국내 가금축산물의 수출길이 막히고 중국 등 해외로부터 수입압박이 거세질 것이란 우려다.

백신접종 여부 자체는 무역장벽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아니다. 백신만으로 무역에 영향을 준다는 내용은 OIE의 코드에도 없다고 알고 있다.

가축질병에 따른 축산물 수출입 문제는 해당국의 질병 발생 상황, 청정화 추진 여부가 관건이다. 한국이 백신을 쓰더라도 그 최종목적지는 바이러스의 박멸임이 자명하기 때문에 현재와 달라질 것은 없다.

물론 지금처럼 바이러스가 순환하고 있지 않다는 모니터링 결과 등은 확보해야 할 것이다.


Q.
마지막으로 AI 백신과 관련해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국은 세계에서 고병원성 AI 발생이 가장 잦은 나라 중에 하나다. 미국 등 선진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의 방역정책과 단순히 비교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국의 상황에 맞춘 Risk Profile을 만들고 이에 기반하여 자체적인 방역전략을 마련하길 바란다.

[인터뷰] `AI 백신을 둘러싼 이해와 오해` 레스 심스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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