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구제역 백신 기피 도마 위로..`구입기록만 남기고 그냥 버린다`

정읍 구제역 발생농가도 백신 항체 낮아..부작용 우려 등으로 기피 현상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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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에 이어 구제역이 확진된 전북 정읍 한우농가도 백신항체양성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접종 부작용을 우려한 소 농가들의 백신 기피현상이 구제역 발생으로 이어지면서 관련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7일 “정읍 발생농가의 소 20두를 표본조사한 결과 백신항체양성률이 5%에 그쳤다”며 “백신접종이 미흡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구제역이 확진된 보은 젖소농가의 백신항체양성률(20%)보다 더 낮은 수치다.

 

백신 스트레스 우려로 기피..구입기록만 남기면 접종한 셈 쳐서는 못 막아

연이은 구제역 발생을 지켜본 현장 소 임상수의사들은 “적지 않은 농가가 구제역 백신을 기피하는 실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백신기피농가가 얼마나 많은지를 두고서는 의견이 다양했지만, 기피현상이 실제한다는 데에는 공감대를 보였다.

소 임상수의사 A원장은 “수백억원의 국가예산을 투입한 구제역 백신이 일부 농가에서는 고스란히 버려지고 있다”며 “국가적 낭비”라고 꼬집었다.

현행 구제역 백신관리는 농가의 자가접종을 전제로 한다. 백신을 구입했다는 기록만 있으면 접종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를 악용한 일부 농가가 백신을 사온 후 땅에 묻거나 태워버리는 식으로 접종을 회피한다는 것이다.

실제 백신접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백신 항체가 검사도 실시되지만 도축장에 출하된 일부 소를 표본조사하는데 그치고 있다.

또 다른 소 임상수의사 B원장은 “소 농가 대상으로는 백신 접종여부에 대한 사후점검이 부족했다”며 “농장 검사도 결국 표본조사라 일부 소에게만 백신을 접종한 후 해당 개체들로만 채혈을 유도하는 식으로 회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가가 백신을 기피하는 이유로는 부작용과 무사안일주의를 설명했다.

백신접종 스트레스로 인해 유량이 줄거나 일부 유사산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2011년 이후로는 소에서 구제역이 거의 재발하지 않았다는 점도 농가의 접종의식이 해이해진 원인으로 꼽았다.

 

백신유통·보관도 허점..소규모농가 접종지원 사업처럼 전문가가 관리해야

백신 유통이나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선의의 백신미흡농가가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 중에서도 백신 공급, 보관 과정에서 콜드체인이 깨질 위험이 높다는데 지적이 이어졌다.

구제역 백신은 축협이나 관할 관청을 통해 공급된다. 농가가 받아 가는 과정이나, 이후 보관의 냉장여부는 각 농가의 책임에만 맡겨져 있다.

게다가 구제역 백신제품이 최소 10두분부터 나오다 보니 몇 마리만 접종할 때는 주사기 단위로 소분해 공급하는데, 냉장온도를 지켜서 가져가는지, 농가에서 그날 바로 접종하는지도 제대로 관리하기 힘든 실정이다.

B 원장은 “주사기를 미숙하게 다뤄 백신액을 제대로 주입하지 못하거나, 부작용을 걱정한 나머지 정해진 용량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B 원장은 “농가는 구제역 백신을 꺼려하고 전문성도 부족한 만큼, 철저히 관리하려면 제3자인 수의사가 접종을 도맡아야 한다”며 “그나마 취약점인 소규모 소 사육농가에는 재작년부터 수의사 접종을 지원하고 있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소 임상수의사 C 원장은 소 농가 구제역 백신관리를 강화하되, 농가 부담도 줄여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 원장은 “돼지와 달리 소에서는 백신을 제대로만 접종하면 항체형성 등 효과가 좋다”며 “연1회 접종으로도 적절한 방어능을 확보할 수 있는지 비교검토 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연 2회인 소 백신접종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면, 그만큼 부작용 우려로 인한 기피현상도 억제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8일부터 전국 소 330만두에 대한 일제 백신접종을 추진할 방침이다. 그에 따른 항체형성기간이 구제역 확산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소 구제역 백신 기피 도마 위로..`구입기록만 남기고 그냥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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