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의인물사전 119] 젊은 시절을 한국에서 보낸 ‘오치 유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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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의인물사전 119. 오치 유이치(越智勇一, 1902~1992). 도쿄제국대학 수의학과 졸업, 조선총독부 수역혈청제조소 근무, 조선총독부 마지막 부산 가축위생연구소장, 도쿄대학 교수, 도쿄대학부속가축병원장, 아자부수의과대학장, 아자부수의학원 이사장, 일본수의학회 회장, 일본수의사회 회장

1902년 9월 12일 일본 아이치[愛知]현에서 출생하였다.

고등학교까지 고향에서 수학하고, 1926년 도쿄제국대학 농학부 수의학과를 졸업하였다. 나카무라 준지[中村稕治]와 동갑이고 대학 동기 동창이다. 대학 졸업 후 조선총독부 수역혈청제조소(부산 가축위생연구소의 전신)에 기수로 들어가 1933년에 기사가 됐고 1945년에 소장에 올랐으며, 해방 후 미 군정청의 요청으로 기술고문으로 남았다가 1946년 5월 일본으로 돌아갔다.

부산 가축위생연구소에서는 세균을 연구했는데(나카무라 준지는 바이러스 연구) 해방 후 미 군정청(당시 소장 김종희)의 기술고문으로 위촉되어 오랫동안 자신이 사용해 온 세균과장실에서 일하였다. 하지만 그곳에서 회의를 소집하거나 업무 지시를 하지는 않았다. 기회가 있을 때면 해방 전과 달리 젊은 연구원에게 수의학계의 연구 비화를 들려주는 친근함을 보이기도 하였다. 1938년에 「출혈성패혈증 균속의 실험적 연구」로 도쿄제국대학 농학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나카무라 준지가 일본으로 돌아가 민간 연구소를 설립하고 현장에서 활동한 반면, 그는 일본에 돌아가서 도쿄대학 농학부 교수, 농학부 생물계연구과 수의과정 담당 교수, 부속가축병원장, 도쿄대학 농학부장을 역임하고 1963년 도쿄대학에서 정년퇴임하였다. 도쿄대학을 떠난 후 아자부[麻布]수의과대학장에 취임하였으며, 1973년에는 아자부수의학원 이사장에 오르기도 하였다. 한편 일본학술원 제2부장, 일본학술회의 회장(1972~1978), 일본수의학회 회장, 일본수의사회 회장도 역임하였다.

“30년 동안 부산 가축위생연구소에 재직한 시기가 학자로서 나의 연구 업적이 가장 크고 왕성한 시절이었다.”고 말한 바와 같이, 젊은 시절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보냈다. 일제강점기가 막을 내릴 때 조선총독부의 마지막 부산 가축위생연구소장을 지낸 인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학자들이 도쿄대학(이남신)이나 아자부수의과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도록 직접 지도하거나 가교 역할을 하였다. 당시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아자부수의과대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사람(김영한의 회고에 따르면, 아자부수의과대학에서 25명)들을 그가 발 벗고 나서서 도와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인연으로 서울에서 아자부수의과대학 동창회가 열리면 가끔 참석하기도 하였다. 1970년대 어느 해 아자부수의과대학의 전국 동창회가 일본이 아닌 한국(신라호텔)에서 학술 세미나와 더불어 열렸을 때, 수백 명의 아자부수의과대학 졸업자가 한국을 방문하기도 하였다. 한국에서 오래 살았기에 한국에 관심이 많았고 한국의 수의축산을 도우려고 노력하였다. 특히 한국 수의학계의 발전을 위하여 각별한 애정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자발성 감염증에 관한 연구는 그의 가장 뛰어난 학술 업적이다. 닭, 집오리, 소, 돼지, 토끼 등으로부터 여러 종류의 파스퇴렐라(Pasteurella) 균주를 분리하여 보존균주와 비교 검토하고 이 균주들을 A, B, C, D 4종류의 균형으로 분리하였다. A형과 B형은 이환 동물로부터 분리했고, C형과 D형은 이환 동물과 건강한 동물 모두로부터 분리했다. 이런 연구 결과를 기초로 자발성 감염 학설을 수립하였다. 즉 건강한 동물의 소화관, 피부, 비뇨생식기 등에는 상재균이 존재하는데 보통은 병원성을 가지지 않지만 바이러스 감염, 이동(운반), 냉기나 열 등의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잠재해 있던 세균이 병원성을 나타내어 발병한다는 것이다. 돼지인플루엔자, 뉴캐슬병, 개의 전염성간염, 디스템퍼, 톡소플라즈마증, 일본뇌염, 소유행열, 비병원성항산성균 등에 관한 여러 우수한 연구 업적을 일구었다. 우리나라(부산)에 체류할 때는 탄저와 기종저에 관한 연구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1992년 2월 13일 도쿄에서 향년 89세로 작고하였다. 글쓴이_양일석

*이 글은 한국 수의학 100여년 역사 속에서 수의학 발전에 기여를 한 인물들의 업적을 총망라한 ‘한국수의인물사전’에 담긴 내용입니다. 대한수의사회와 한국수의사학연구회(회장 신광순)가 2017년 12월 펴낸 ‘한국수의인물사전’은 국내 인사 100여명과 외국 인사 8명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데요, 데일리벳에서 양일석 전 서울대 수의대 교수를 비롯한 편찬위원들의 허락을 받고, 한국수의인물사전의 인물들을 한 명 씩 소개합니다.

*119편을 끝으로 한국수의인물사전 연재를 종료합니다. 양일석 교수님을 비롯해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한국수의인물사전 인물 보기(클릭)

[한국수의인물사전 119] 젊은 시절을 한국에서 보낸 ‘오치 유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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