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동물보호소 고양이에서 H5N1형 고병원성 AI 발생

40마리 중 38마리 폐사..폴란드서도 고양이 AI 다량 감염·폐사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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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사설 보호소의 고양이에서 H5N1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 고양이에서 고병원성 AI 발생이 확인된 것은 2016년 H5N6형 AI 이후 6년여만이다.

해당 보호소에서는 최근 들어 연이은 폐사와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 지역 동물병원을 통해 정밀검사를 의뢰했고, 서울대 수의대 연구진이 H5N1형 AI를 확인해 방역 당국에 신고했다.

지난겨울 전 세계를 강타한 H5N1형 고병원성 AI는 조류뿐만 아니라 다양한 포유류에 감염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폴란드에서도 고양이 29마리의 H5N1형 AI 감염사례가 보고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와 관련해 일반시민이 H5N1형 AI에 감염될 위험은 낮다고 평했다. 정부도 고양이 발생 사례나 고양이를 통한 인체감염 사례가 드문 만큼 과도한 불안보다 일반적인 예방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아직 고양이에서 다른 고양이로 H5N1형 AI가 전파된다는 증거는 없지만, 이번 보호소에서 다수 개체가 감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만큼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양이에서 고병원성 AI 검출 6년만

인체감염 의심 사례는 아직 없어

농림축산식품부는 서울시 용산구 소재 고양이 보호장소에서 고양이 2마리로부터 H5N1형 고병원성 AI가 확진됐다고 25일 밝혔다.

해당 고양이는 7월 초 호흡기 증상을 보여 지역 동물병원을 통해 민간검사기관에 검사가 의뢰됐다. 고양이 시료에서 인플루엔자가 검출되면서 서울대 수의대에 정밀검사를 의뢰했고, H5N1형 AI로 확인됐다.

해당 시료를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확인한 결과 25일 고병원성 AI로 최종 확진됐다.

고양이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된 것은 6년여만이다. 2016년 12월 포천시 영북면에서 발견된 고양이 폐사체에서 H5N6형 고병원성 AI가 확인된 바 있다. 당시 포천 영북면에서는 닭 170만여 수가 살처분될 정도로 고병원성 AI가 심하게 발생하고 있었다.

농식품부는 24일 의사환축을 확인하여 질병관리청·지자체 등 관련 기관과 상황을 공유하는 한편, 해당 장소의 소독·출입통제와 역학조사 등 긴급방역조치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고병원성 AI 확진에 따라 10km 방역대 내 감수성 동물 사육시설에 대한 예찰·검사와 함께 전국 동물보호소에 대한 AI 예찰 검사를 시행할 계획이다.

질병관리청은 고양이 사체 접촉자 등을 대상으로 집중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고위험군 접촉자는 최종 접촉일로부터 10일까지 증상 발생 여부를 모니터링한다.

질병관리청은 “현재까지 접촉자 중 유증상자는 없다”면서 “고양이 발생 사례와 고양이를 통한 인체감염 사례는 드문 만큼 과도한 불안보다는 야생조류 등의 사체·분변 접촉금지 및 손 씻기 등 일상생활에서 감염 예방수칙을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어려운 야생조류나 길고양이는 사체·분변 등을 만지지 말고 가급적 접촉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기르는 고양이나 애완조류의 경우 AI에 감염될 가능성이 낮지만, 활동량 저하나 침 흘림, 기침, 재채기, 숨 가쁨, 신경증상 등이 나타날 경우 마스크·장갑 등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직접적인 접촉은 금해야 한다.

 

폴란드에서 고양이 30여 마리서 H5N1형 AI 감염 보고

WHO, 일반시민 감염 위험 낮지만..감염묘 접촉하는 수의사는 주의해야

해외에서도 최근 고양이에서의 H5N1형 고병원성 AI 발생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폴란드에서 전국적인 고양이 감염이 보고됐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폴란드 방역당국이 고양이 46마리와 사육용 카라칼(caracal) 1마리에서 검체를 채취한 결과 29마리가 H5N1형 양성으로 확인됐다. 6월 30일까지 고양이 14마리가 안락사됐고, 11마리가 추가로 사망했다.

이들 중 일부는 호흡곤란, 혈변, 신경증상 등 심한 증상을 보였고, 급격히 악화돼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

다만 폴란드에서도 사람으로의 전파는 확인되지 않았다. 폴란드 보건당국은 H5N1형 AI 감염 고양이의 보호자에게 자가 모니터링을 실시했고, 감염 고양이와 접촉한 시민 70명 중 의심 증상을 보고한 사례는 이달 12일까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 사례에서도 이들 고양이가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사육환경이 파악된 감염묘 25마리 중 20마리는 외부에서 생활하거나, 바깥 정원 등을 오가는 생활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7마리는 야생조류와 접촉할 기회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됐다.

WHO도 H5N1형 고병원성 AI의 감염 위험성은 낮다(LOW)고 평가했다. 다만 H5N1형 감염 고양이를 적절한 보호장비 없이 다룬 보호자나 수의사의 감염 위험은 낮거나 중간 정도(LOW TO MODERATE)로 평가했다.

정부는 수의사, 동물보호소 직원에 대한 방역준수사항도 안내했다.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개·고양이 등의 비강·구강에서 검체를 채취(swab)하는 경우 마스크 등 보호장구를 착용해야 한다.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동물을 다룬 후에는 의류, 신발, 사용한 장비와 손을 세척해야 한다.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동물은 즉시 검사실 등으로 격리해 대기실의 다른 동물과의 접촉을 차단하고, 조류인플루엔자가 의심되면 시료를 채취해 관할 동물위생시험소가 검역본부에 검사를 의뢰해야 한다(신고번호 1588-4060, 1588-9060).

 

지난겨울 가금에서 발생한 AI와 동일 유형

고양이 사이 전파 가능성 추가 조사

WHO에 따르면, 폴란드의 감염묘에서 분리된 H5N1형 AI 바이러스는 CLADE 2.3.4.4b에 속한다. 이는 지난겨울 폴란드의 야생조류 및 가금류에서 발생한 AI 바이러스와 동일하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에 용산 고양이에서 분리된 H5N1형 AI 바이러스도 CLADE 2.3.4.4b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겨울 국내 가금류에서 발생한 것과 같다.

포유류에 대한 친화력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에 H5N1형 AI 감염묘가 나온 보호소에서는 지난달 24일부터 연이어 폐사가 이어졌다. 하루 이틀 간격으로 40마리 중 38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이전에 폐사한 고양이들이 폐사 원인이 모두 H5N1형 AI인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단시간 내에 동거묘들이 집단 폐사한 것인만큼 고양이 간의 전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 고양이에서 H5N1형 AI를 분리한 서울대 수의대 송대섭 교수는 “(H5N1형 AI의) 고양이 간 전파 여부는 매우 중요한 문제로 확인이 필요하다. 관련해서 추가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송대섭 교수는 “집에서 기르는 반려묘에 전파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송 교수는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거나 직접 접촉할 때 유의해야 한다.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길고양이가 내원할 경우 수의사분들도 개인보호장비를 철저히 착용해야 한다”고 당부하면서도 “길고양이에 대한 혐오 행동이 발생할까 매우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용산 동물보호소 고양이에서 H5N1형 고병원성 AI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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