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상재화·확산되는 아프리카돼지열병,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

가장 효율적인 대책은 ‘농가 교육’..농장 내 바이러스 유입 방지가 핵심

등록 : 2019.08.28 16:08:05   수정 : 2019.08.28 17:00:37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2019 아시아양돈수의사대회(APVS 2019)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문제를 조명하는 포럼을 개최했다.

28일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류영수 건국대 수의대 학장을 좌장으로 진행된 포럼은 대회 마지막날임에도 참가자가 몰려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이날 포럼에는 유럽과 국제기구의 ASF 전문가들이 참여해 전세계 ASF 현황과 문제점, 향후 대응 과제를 조명했다.

(왼쪽부터) 강해은 검역본부 해외전염병과장, 클라우스 데프너 독일 연방동물보건연구소장, 요란다 레빌라 스페인 CBMSO 대표, 케이틀린 홀리 OIE 아태지역본부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왼쪽부터) 강해은 검역본부 해외전염병과장, 클라우스 데프너 독일 연방동물보건연구소장, 요란다 레빌라 스페인 CBMSO 대표, 케이틀린 홀리 OIE 아태지역본부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지역별로 상재화되며 느리게 퍼지는 유럽..아시아 ASF 확산 막기 어렵다

클라우스 데프너 독일 연방동물보건연구소장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전염성은 낮지만 치사율(fatality)은 높고, 환경에서 끈질기게 살아남는 특성을 가진다”며 “이로 인해 유럽의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역별로 상재화(Endemic) 되며 느리게 확산되는 양상을 띄고 있다”고 진단했다.

높은 치사율이 전파를 막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광견병이나 구제역처럼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확산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아시아에서는 중국, 베트남 등지에서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케이틀린 홀리 세계동물보건기구(OIE) 아태지역본부 ASF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는 “전세계적으로도 돼지 생산이 밀집된 중국과 베트남에 ASF가 발생하면서 경제적인 영향도 커지고 있다”며 “최근 반년간 중국의 돈가가 70%가량 급등하면서 다른 국가의 돈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시아 지역에서의 ASF 확산을 막기가 어렵다는 점도 지목됐다.

동남아 지역의 소규모 양돈농가 비중이 70%에 이를만큼 차단방역 수준이 낮은 데다가, 중국과 동남아 각국의 돼지고기 산업구조(Value Chain)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것이다.

미얀마, 라오스, 태국, 베트남, 중국 남부 등 동남아 지역이 서로 얽혀 축산물 가격이 높은 쪽으로 가축과 축산물이 흘러들어가는 국제적인 밀반입 구조가 ASF 확산 방지를 더 어렵게 만든다는 점도 지목됐다.

홀리 박사는 “ASF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농가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조기 파악이 필수적이지만, 동남아 지역 소규모 농가의 80%가 수의사의 도움을 받지 않는 자가진료에 의존하고 있고, 살처분 등 방역정책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질병의심신고를 당국에 접수하는 비율이 4%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각국의 연결된 양돈산업구조(Value Chain)가 ASF 확산요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자료 : OIE·FAO)

아시아 각국의 연결된 양돈산업구조(Value Chain)가 ASF 확산요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자료 : OIE·FAO)

ASF 확산도 차단도 사람에 달려 있다..기본적인 차단방역 수칙 지키면 막을 수 있어

이날 전문가들은 ASF의 확산과 차단 모두 ‘사람’에게 달려있다고 입을 모았다.

데프너 소장은 8월초 ASF가 발생한 세르비아를 예로 들었다. 인접한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에서 ASF가 확산되며 접경지역에 대한 방비를 강화했지만, 실제로는 국경에서 수백km 떨어진 내륙 한가운데의 농장에서 갑자기 발생했다는 것이다.

데프너 소장은 “바이러스의 확산 경로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는 있지만 완벽하게는 불가능하다. 인간이 바이러스를 운반하기 때문”이라며 “사람을 관리하지 않으면 ASF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람’의 차원에서 농장의 차단방역에도 방점을 찍었다.

국경에서 ASF 바이러스의 유입을 완벽히 차단하기는 어렵지만, 농장의 노력 여하에 따라 농장 내부로의 바이러스 유입은 충분히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농장에서의 가장 효과적인 차단방역 수단’을 묻는 질문에는 ‘교육’이라고 답했다.

데프너 소장은 “아주 세련된 펜스를 만들어봤자 제대로 운영하지 않으면 바이러스는 들어온다”며 “ASF 바이러스가 어떻게 농장에 들어올 수 있는지를 농가에게 교육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면 농장이 그에 맞게 대처할 수 있다. 제일 저렴하고 효율적인 정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잔반급여 금지, 돈사 출입 시 장화 갈아신기, 외부인 출입금지 등 차단방역의 기본원칙만 준수하면, ASF가 발생한 지역에서도 자신의 농장을 지킬 수 있다고 당부했다.

국경검역과 관련해서는 국제 공조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홀리 박사는 “아시아 지역의 양돈산업이 복잡하게 연계되어 있고, 가공육에 생존한 바이러스가 다른 나라로 흘러갈 수도 있다”며 환경의 ASF 바이러스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국제적인 동참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홀리 박사는 “유럽지역에서 ASF가 확산되자 소규모농가는 감소하고 양돈산업구조가 선진화되는 변화가 찾아왔다”며 “아시아에서도 ASF를 더 건강한 양돈산업을 설계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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