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종의 야생동물이야기⑤] 삵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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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칼럼] 김희종의 야생동물이야기⑤ – 삵

지난 3월, 한 동물원에서 국내 최초(?)로 삵 5마리를 시화호 습지로 돌려보냈다는 기사를 접했다. 이들 삵 5마리는 모두 동물원에서 태어나 자란 녀석들이었고 위치추적기를 부착해서 야생에서의 적응 과정을 추적한다고 했다.

그로부터 약 두 달 뒤인 5월, 5마리 중 두 마리가 폐사된 채로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부검 결과 한 마리는 원인불명으로, 다른 한 마리는 굶어 죽은 것이라 했다. 다시 7월에는 한 언론을 통해 그 동안 1마리가 더 죽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하며 남은 2마리 중 암컷 1마리는 습지공원 안에, 수컷 1마리는 습지공원에서 8km 떨어진 저수지 인근에 정착한 상태라고 밝혔다.

방생 후 한 달 간격으로 죽은 3마리의 삵을 뒤로하고, 살아남은 2마리는 한 달이 또 지난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흔히 ‘살쾡이’라고 불리는 삵은 보통의 집고양이와 크기가 비슷하지만 좀 더 늘씬하며 긴 다리를 가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작은 머리와 다소 둥근 귀를 가지고 있는데 눈에서 귀까지 어두운 색의 줄무늬가, 눈에서 코까지는 흰색의 줄무늬가 존재한다. 영어이름인 ‘leopard cat’에서 알 수 있듯이 몸 전체의 털은 표범(leopard)처럼 갈색 바탕에 검정색 반점들을 가지고 있다.

삵은 우리나라 전역에 서식하고 있는 유일한 식육목 고양이과의 야생동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되어 있고, CITES 부속서 Ⅰ(인도, 방글라데시, 태국에 서식하는 삵)과 Ⅱ(그밖에 나라에 서식하는 삵)로 등재되어 있는 보호 종이다.

현재까지 12개의 아종이 알려져 있으며 거의 대부분에 나라에서 삵에 대한 수렵과 거래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일본의 쓰시마 섬 등 일부 지역에서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비교적 안정적인 개체군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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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도 안 뜬 새끼 때 구조되어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보호 중인 어린 삵들. 전형적인 삵의 모습인, 눈에서 귀까지 어두운 갈색 줄무늬와, 코와 눈 사이의 흰 줄무늬, 다소 둥근 귀, 몸 전체에 점점 짙어져 가는 반점들을 확인할 수 있다.

아직 국내에서 삵에 대한 서식 밀도나 개체군 변화에 대해 자세히 연구한 사례는 없다.

지리산 주변 도로를 중심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년 6개월간 로드킬(roadkill) 된 삵 사체는 100마리가 넘었고 필자 역시 운전 중에 도로변에 죽어있는 삵을 몇 차례 발견한 적이 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기록된 삵 정보에서도, 약 4년 동안 충남지역에서 29마리가 접수되었는데 그 중 45% 정도를 차지하는 13마리가 차량 충돌 사고였고 그 중 단 1마리만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2마리는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여서 안락사 판정을 받았고 나머지 10마리는 이미 죽은 채로 발견된 경우였다.

이는 적어도 도로와 자동차가 삵의 생존에 있어서 큰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으며 충남 지역에 적지 않은 삵이 서식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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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출근길에 발견한 로드킬된 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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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충돌로 흉추가 골절된 삵

자연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면서 멸종위기종을 복원하고 보전하기 위한 노력들도 점차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필두로 하여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을 보전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과 그것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나 단체들이 생겨났다. 또한 환경부에서는 이미 십여 년 전부터 ‘서식지외 보전기관’이라는 제도를 통해 동물원, 식물원 등을 지정하여 서식지 내에서 보전이 어려운 야생 동․식물을 서식지 외에서 체계적으로 보전, 증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과거 전시와 관람 위주의 역할에서 벗어나 동물원이 ‘서식지외 보전기관’으로 지정 받고, 멸종위기 야생동물에 대한 연구와 보전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 볼 수 있다.

다양한 복원 노력과 연구, 성과들이 있었겠지만 지난 삵 5마리의 시화호 습지 방생에 관해서는 개인적으로 몇 가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왜 삵이었나?

비록 삵이 환경부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는 상태이긴 하나, 국내에 서식하는 삵 개체군은 비교적 안정적이라 볼 수 있다. 진정 우리나라에서 사라져가는 멸종위기종 복원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면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되어 있는 종이나 2급으로 지정되어 있는 종들 중에서 개체군이 불안정한 종을 대상으로 해야 하지 않았을까?

복원 혹은 연구 대상 종의 선정 기준과 대상 종에 대한 충분한 조사나 검토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멸종위기종 연구와 보전을 핑계로 단순히 사육 개체군이 존재하기 때문에, 또는 단지 잉여 개체들을 처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 것이 아니길 바라는 부분이다.

    

둘째, 왜 시화호 습지를 방생 장소로 택했나?

언론에 나온 이유를 보면 ‘시화호 일대에 쥐와 뱀의 개체 수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생태계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다’라고 말하고 있다. 정말로 그런 상황인지 사실 나는 잘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건 시화호 습지와 그 일대에는 이미 삵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기존에 삵이 서식하고 있는 곳에 동물원에서 태어나 자란 삵 5마리가 한꺼번에 들어가면 어떤 관계로 지낼 수 있을까? 참고로 삵은 단독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왜 삵을 택했는지, 시화호 습지에 그것도 5마리나 방생한 이유가 무엇인지도 궁금하지만 정말 내가 원하는 건 삵에 대한 연구나 조사 자료다. 많지는 않지만 삵을 대상으로 위치추적기를 부착해서 행동권 조사나 이동 패턴, 생존 여부 등을 확인한 사례들은 이미 그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조사 대상의 삵들은 대부분 야생에서 포획하거나 구조되어 치료를 받고 방생된 삵이었다.

동물원 사육장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자란 삵이 야생적응 훈련을 통해 과연 자연에서 생존이 가능한지, 방생된 지역의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해 볼 필요성은 있다. 그렇다면 동물원의 삵을 야생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을까? 멸종위기 야생동물 복원 사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체계적인 야생 적응 훈련 방법과 세부적인 성장 기록 등의 자료를 남겨야 한다.

상황이 조금 다르지만 나 역시 매년 야생동물구조센터에 들어온 새끼 삵을 키워서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있기 때문에, 다음에 이 동물원 관계자를 만나게 되면 그런 자료들을 꼭 보고 싶다고 부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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