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청검사·초음파 진료비 게시 의무화 행정예고..애매한 기준에 현장 혼란 우려

혈청화학검사의 종합검사? 초음파검사의 복부 기본 검사? 뭔지 모를 검사의 비용을 게시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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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동물병원 진료비 의무 게시항목 확대를 추진한다. 이미 의무화된 초·재진료, 백신접종비, 입원비, 전혈구검사비 등에 더해 혈청화학검사, 초음파검사, CT·MRI, 심장사상충예방약 등을 추가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진료비용을 게시하여야 하는 동물진료업의 행위’ 고시 제정안을 19일 행정예고했다.

하지만 게시대상으로 지목된 혈청화학검사 종합검사, 초음파 복부 기본 검사 등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환자의 체중에 따라 진료비가 다른 영상검사와 심장사상충예방약 등에도 체중 기준이 제외되어 있다는 문제도 있다.

대한수의사회는 항목 확대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진료비 게시 의무화가 현장에 도입된지 얼마 안 된 규제인만큼 2025년까지 현행 항목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료 : 진료비용을 게시하여야 하는 동물진료업의 행위 고시 제정안)

행정예고한 게시 확대 대상은

혈청화학검사·전해질검사·초음파검사·CT·MRI, 심장사상충·외부기생충 예방, 구충제

올해 1월부터 전국 모든 동물병원으로 확대된 진료비 게시 의무 대상은 초·재진료, 입원비, 개·고양이 백신접종비(개 종합백신, 고양이 종합백신, 광견병백신, 켄넬코프백신, 인플루엔자백신), 전혈구 검사비 및 판독료, 엑스선 촬영비 및 판독료 등 11개 항목이다.

여기에 공포를 앞둔 개정 수의사법 시행규칙에 따라 개 코로나바이러스백신까지 12개 항목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여기에 8종을 더할 계획이다. ‘진료비용을 게시하여야 하는 동물진료업의 행위’ 고시를 제정해 혈청화학검사·전해질검사·초음파검사·CT·MRI(이상 판독료 포함) 검사와 심장사상충 예방, 외부기생충 예방, 광범위 구충제의 투약·조제료까지 게시대상에 포함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항목의 진료비 게시 기준이 동물병원 현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불분명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혈청검사의 기본검사? 종합검사?

제정안은 혈청화학검사를 두고 ‘기본검사와 종합검사 키트로 나뉘는 경우 종합검사를 기준으로 한다’고 표시했다. 하지만 정작 기본검사와 종합검사가 각각 무엇인지는 설명이 없다. 기본검사·종합검사가 동물병원에서 널리 통용되는 표현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현장에서 사용하는 혈액화학분석기기 중에서는 여러 성분을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는 패널을 제품으로 공급하는 기기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10종·15종·17종 등으로 항목수가 다양하다. 10종이면 ‘기본검사’이고, 17종이면 ‘종합검사’인지도 불명확하다.

게다가 미리 합쳐진 제품 없이 개별 성분을 조합해 쓰는 분석기는 동물병원마다 성분 구성이나 숫자가 아예 다를 수도 있다. 각 동물병원의 재량이다.

때문에 동물병원으로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성분수의 검사비를 게시해야 할 지 알 수 없다. 각자의 해석에 따라 6종, 10종, 12종, 15종, 17종 검사의 가격을 게시한 병원이 섞여 있다면, 실제보다 진료비가 천차만별인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O만원~OO만원’의 범위로 표기해도 문제다. 게시된 비용은 정부가 조사해 통계로 만들어 발표하는데(공시제) 해당 병원의 데이터를 몇 만원으로 반영할 지 애매해지기 때문이다.

전해질검사도 ‘기본검사와 종합검사 키트로 나뉘는 경우 종합검사를 기준으로 한다’는 동일한데, 전해질검사의 기본과 종합검사를 왜 나누었는지도 불분명하다. 동물병원의 전해질검사는 Na, K, Cl 성분을 평가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초음파검사의 ‘복부 기본’은 무엇인가

동물은 환자 체중별로 단가 다른데..체중 관련 기준도 없어

진료비 게시대상이 불명확한 것은 영상검사도 마찬가지다.

초음파검사는 ‘복부 기본 검사를 기준으로 한다’고 제시했지만 정작 복부 기본 검사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복부의 주요 장기를 모두 스캔하는 검사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특정 장기를 타겟으로 진행하는 검사인지 불분명하다.

일선 진료현장에서 초음파검사 비용을 환자 체중에 따라 다르게 책정한 경우가 많다는 점도 문제다. 고시 제정안에서 체중에 관한 내용은 없다. 체중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단서 문구도 없다.

수의사법에 따라 게시된 항목의 진료비는 더 많이 받을 수 없다.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 대상이 된다.

결국 가장 비싼 초대형견 기준으로 기재하거나, O만원~OO만원의 범위로 적시해야 한다. 그러면 공시제 조사에서 마찬가지 문제로 이어진다.

컴퓨터단층촬영검사(CT)는 1개 부위 촬영을 기준으로 제시했는데, 일선 병원에서는 ‘흉부+복부’ 등 2개 부위를 가장 최소단위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초음파와 마찬가지로 환자 체중별로 단가가 다르다는 문제도 여전하다.

투약·조제 부분에서는 심장사상충 예방, 외부기생충 예방, 광범위 구충제가 게시 대상으로 적시됐다.

‘1회 투약·조제’를 기준으로 했는데, 여기서도 체중 기준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심장사상충예방약은 체중에 따라 제품과 가격이 세분화되어 있다. 제품에 따라 제제를 구분하는 kg기준치도 다르다.

결국 체중별 제품단가를 일일이 적거나 범위로 명시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진료 표준화 없이 규제부터..불명확한 용어에 불명확한 규제

대수는 진료비 게시 대상 확대 자체에 반대

그간 수의사회는 진료비 게시 등의 규제 도입에 앞서 진료항목 표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을 지속해왔다. 표준화 없이는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규제는 표준화와는 별 관계없이 진행되고 있고, 예견된 문제도 나타나려 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에 행정예고한 고시안에서 초음파의 복부 기본 검사, 혈청화학검사의 기본검사·종합검사 등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들 용어가 구체적으로는 어떤 검사를 의미하는지는 정부 당국자도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냥 두루뭉술한 표현일 뿐이다. ‘범위로 표기하면 된다’며 대충 넘길 일이 아니다. 누가 해석하느냐에 따라 내용이 다른 규제가 생기면 현장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

보호자의 알 권리를 내세우며 동물진료비에 대한 규제를 만들고 싶었다면 진료 표준화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했어야 한다.

진료비 게시를 의무화하고 싶은 항목이 있다면 적어도 실제 동물병원에서 해당 진료항목을 어떻게 실행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청구하고 있는지부터 조사했어야 한다.

대한수의사회는 진료비 게시 대상 확대에 아예 반대하는 입장이다. 게시 의무가 올해 1월에서야 전체 동물병원에 적용된 규제인만큼 최소 2년간은 현행 규모를 유지하면서 정책적 효과를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료비용을 게시하여야 하는 동물진료업의 행위’ 고시 제정안은 농식품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오는 5월 9일까지 농식품부 반려산업동물의료팀(전자우편: lsb7937@korea.kr, 팩스: 044-868-9028)으로 제출할 수 있다.

혈청검사·초음파 진료비 게시 의무화 행정예고..애매한 기준에 현장 혼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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