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서 산 사람 진통제 먹였다가 장에 구멍 생겨‥사경 헤맨 반려견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나프록센’ 성분 인체약 오남용..장천공에 극심한 빈혈·복막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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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인근 동물병원에서 일하는 임상수의사 S씨는 최근 사망 직전에 내원한 중증환자를 돌보고 있다. 12년령 암컷 포메라니안 반려견 ‘미미(가명)’는 사람용 진통제를 먹었다가 위장관에 구멍에 뚫리면서 사경을 헤맸다.

대량의 장관내 출혈로 완전히 흑화된 분변
대량의 장관내 출혈로 완전히 흑화된 분변

내원한 보호자의 진술에 따르면, 약 2주전에 낙상사고를 겪은 ‘미미’는 근처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증상이 완전히 개선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자 ‘미미’의 보호자는 사람용 소염진통제인 ‘탁센연질캡슐’을 3일간 투여했다.

탁센연질캡슐의 성분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인 ‘나프록센(Naproxen)’으로 류마티스 관절염, 골관절염, 급성통풍, 편두통 등에 쓰이는 진통제다.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는 반려동물에서도 필요에 따라 처방된다. 문제는 사람에게 맞춰진 용량이 기껏해야 2~3kg 체중의 소형견에게 들이부어졌다는 점이다.

S수의사는 “내원 당시 의식 소실 직전의 극심한 기력저하와 엄청난 흑변 증상을 보였다”면서 “혈액검사와 영상진단검사를 실시한 결과 심각한 장염증, 천공과 그에 따른 세균성 복막염, 빈혈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미미’는 곧장 항생제, 수혈을 동반한 집중치료를 시작했다. 내원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미미’는 아직 입원치료 중이다.

S수의사는 1일 “강도 높은 항생제 처치로 세균성 복막염은 어느 정도 완화시키는데 성공했지만, 수혈 처치에도 불구하고 빈혈 수치는 다시 악화되는 추세”라고 우려했다. 조만간 재수혈이 불가피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완치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초음파 검사 결과, 장천공으로 인한 극심한 복막염이 확인됐다.
초음파 검사 결과, 장천공으로 인한 극심한 복막염이 확인됐다.


대량출혈에 따른 극심한 빈혈을 보인 '미미'
대량출혈에 따른 극심한 빈혈을 보인 ‘미미’

흔히 구할 수 있는 사람용 NSAID, 반려동물에게 쓰면 치명적

S수의사는 “나프록센은 NSAID 중에서도 반려동물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성분”이라며 “소형견인 포메라니안에게 사람약을 썼으니 적어도 반려견 권장용량의 10배 이상이 투약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인체용의약품을 함부로 동물에게 투약하면 위험하다는 것이다.

S수의사는 “예전에 사람용 NSAID를 딱 한 번 먹였다가 장천공으로 사망한 리트리버종 반려견을 진료한 적도 있다”며 “사람들이 흔히 구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인만큼,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오남용으로 인한 자가진료 부작용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인체용 의약품을 반려동물에 함부로 사용했다가 부작용이 발생하면, 치료비용도 적지 않고, 동물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보호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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