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동물 자가진료 금지에 대한 올바른 이해:유경근

반려동물 자가진료 금지의 의미와 범위 그리고 목적

등록 : 2016.07.11 15:57:15   수정 : 2016.07.18 09:15:47 데일리벳 관리자

유경근

대한수의사회 산하 자가진료 금지 TFT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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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물 자가진료 허용의 문제점

의사가 아니면 사람을 진료할 수 없다. 의료법 제27조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위험성과 전문성을 고려할 때 무면허 의료행위 금지는 매우 보편타당한 상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그 대상을 사람이 아닌 동물로 바꾸면 사회적 인식은 달라진다.

의료법과 마찬가지로 수의사법 또한 수의사가 아닌 자의 동물 진료 행위는 금지하고 있다(제10조).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수의사법 시행령에서 자기가 키우는 동물에 대한 진료행위(자가진료)는 무면허진료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예외를 두었기 때문이다(제12조 제3항).

이러한 예외조항이 생긴 것은 지난 1994년이다. 그 전에도 축산분야에서는 산업동물에 대한 자가치료가 암묵적으로 행해져 왔다. 이를 합법화해달라는 축산업계의 요구를 수용해 22년 전 다소 조악하게 이 조항이 만들어졌다.

이 조항 때문에 극도의 위험성으로 인해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동물 진료행위를 일반인들이 함부로 행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지 자기 동물이란 이유만으로 말이다. 심지어 개 번식장 등에서 동물학대에 준하는 수술이나 약물 처치가 남발돼도 법적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

자가진료 허용 조항은 동물 학대를 합법화하는 대표적인 악법이다.

동물보호와 동물복지는 전세계적으로 보편화 된 추세다. 간디의 말처럼 한 나라의 수준과 도덕성은 동물을 대하는 태도로 평가되는 세상이다. 이에 반하는 동물 자가진료 허용은 결국 우리나라를 문화적, 사회적 후진국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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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동물 자가진료 금지의 의미

동물은 단순한 수단이나 사유물이 아닌 고귀한 생명이다. 그에 걸맞은 적절한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동물이 본래의 습성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동물복지’ 개념이 법과 사회적 인식 체계 속에 점차 확대되어 가고 있다.

동물 복지에는 5가지 기본 원칙이 있다. 기아·갈증으로부터의 자유, 불쾌하고 불편한 환경으로부터의 자유, 통증·상처·질병 등 신체적 고통으로부터의 자유, 공포·불안 등 정신적 고통으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동물로서 본연의 본능을 발현하면서 살 수 있는 자유가 그것이다.

그중 통증·상처·질병 등 신체적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원칙은 ‘동물이 제대로 된 질병 예방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수의사가 아닌 일반인은 동물이 신체적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만들 수 없다. 오히려 잘못된 치료로 인해 더 큰 고통을 겪게 만들 수도 있다.

즉 동물 자기진료는 동물 복지의 기본 원칙을 훼손시키는 반(反)동물복지 행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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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동물 무면허 진료 행위 범위

동물에 대한 무면허진료행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범위를 규정하려면 우선 ‘동물진료행위’가 무엇인지 정의해야 한다.

법에는 ‘동물진료행위’가 무엇인지 정의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사람의 경우에서 어느 정도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에서도 의료행위에 대한 법적 규정은 없다. 다만 대법원 판례에서 ‘의료행위라 함은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정의되어 있다.

사람의 의료행위에 비추어 동물의 진료행위를 유추하는 것은 다소 무리일 수 있다. 동물과 사람이 가지는 사회적, 법적 지위와 인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진료행위라는 유사성을 고려해 어느 정도는 추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동물진료행위를 정의한다면 ‘수의학적 지식을 기초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 행위’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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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근거하여 반려동물에 대한 자가진료 허용 예외조항이 없어지게 될 경우 자기 동물이라 하더라도 수의사가 아닌 자가 위에 해당되는 진료를 하게 되면 무면허진료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무면허의료행위가 금지되어 있는 사람에서도 일정 정도의 자가 투약은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동물에서 자가진료 허용 예외조항이 사라진다 하더라도 자기 동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자가 투약은 허용된다.

사람은 의약분업을 기반으로 사실상 ‘살 수 있는 약을 투약하는 것’은 문제삼지 않는다. 무면허의료행위로 문제가 될 만한 의약품이라면 애초에 의사 처방 없이는 구입할 수 없도록 체계화되어 있다.

반면 동물은 다소 복잡하다. 동물약품 구입에 대한 제한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수의사처방제가 몇 년 전 도입됐지만 현재 97종 성분의 동물용의약품에 그치고 있다. 그마저도 약사법 제85조 7항으로 인해 약국에서는 수의사처방대상 약물이라 하더라도 주사용 생물학적 제제와 주사용 항생제를 제외하면 수의사 처방 없이도 판매할 수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동물에서의 무면허진료행위는 이런 법체계의 한계와 사회적 통념을 감안하여 사안별로 적용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연히 최종 판단은 사법부의 몫이다.

 

아래에 언급할 무면허진료행위들은 동물의료의 전문가인 수의사들이 판단할 때 일반인이 해서는 안 될 행위들을 의미한다. 사법부가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해 아래 행위를 무면허진료행위로 판단해 줄 것을 희망한다.

수의사들의 바람과 달리 사법부에서 현행법 체계와 동물의 법적 지위 등을 고려하여 ‘아래 행위들 중 일부를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부터 나열될 행위들은 일반인들이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무면허진료행위로서 동물복지를 훼손하고 동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행동이란 점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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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적 시술 행위

우선 동물에 대한 외과적 시술이다.

아무리 자기 동물이라 하더라도 외과적 시술은 동물의 생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진료 행위이기 때문에 이를 일반인이 시술했을 때는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행위일 것이다.

다행히 이에 대한 이견은 없는 듯하다.

 

주사행위

다음은 주사 행위다.

주사는 그 과정 자체가 동물에게 여러 가지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침습 행위다. 또 주사로 투여되는 약물은 오남용으로 동물의 건강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수의사의 전문적인 판단에 따라 활용되어야 한다.

사람에서도 주사는 의료인들만 할 수 있는 의료 행위로 규정되어 있다. 동물에서도 당연히 일반인의 주사행위는 무면허진료행위로 규정되어야 한다.

자가진료가 허용되어 있는 현 시점에도 일반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자기 동물에게 주사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주로 동물생산업(번식장)이나 동물판매업(펫샵)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이 무분별하게 주사하는 실정이 문제다.

따라서 비수의사의 주사행위를 금지해도 일반 보호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일부 보호자들이 비용 등의 문제로 자기 동물에게 예방백신을 직접 주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백신은 주사제 중에서도 각종 부작용 위험이 높은 생물학적 제제다. 접종 후 과민반응으로 쇼크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사부위가 괴사되거나 염증이 발생하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때문에 반드시 수의사가 안전하게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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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접종 후 염증 등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

항생제, 호르몬제 등 전문적인 동물의약품 투약

다음은 전문적인 동물의약품에 대한 투약행위이다.

일반 구충제나 영양제 등의 투약은 사람에서와 마찬가지로 동물에서도 별 문제가 되지 않겠다. 하지만 오남용으로 동물의 건강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거나 수의사의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약물의 투약은 문제다. 그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보호자가 임의로 투약하는 것은 동물복지에 크게 위배된다.

현재 약사법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수의사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은 일부(97종 성분)에 그치고 있다. 처방대상의약품의 범주에는 마취제, 호르몬제, 항균·항생제, 생물학제제 그리고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하는 동물용의약품 등이 있다.

수의사처방대상으로 지정된 약물은 보호자가 임의로 자가투약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이 관련법을 제정한 취지에 부합한다.

물론 현행 약사법이 97종 중에서도 일부를 제외하면 약국은 수의사의 처방 없이도 판매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었기 때문에 법 적용과정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일반인들도 혼란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동물에 대한 무분별한 무면허 진료를 막고 위험한 의약품의 일반인 임의투약을 막고자 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약사 예외 조항인 약사법 제85조 7항을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

심지어 처방약품 범주에 해당되는 약물 중에는 아직 법상 처방약품 목록에 속해 있지 않은 약품도 많이 있다. 가령 항생제는 수의사처방대상의 범주이지만 모든 항생제 성분이 처방대상인 것은 아니다.

따라서 처방약품으로 정해져 있는 약품을 제외한 나머지 관련 약품 모두를 법적으로 규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그래도 위 범주에 속하는 약품들은 모두 위험성과 전문성을 고려해야 하는 약품들이다. 설사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해당 범주의 약물은 동물권과 동물복지에 비추어볼 때 보호자들 스스로가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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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에서 스테로이드가 포함된 연고를 구입해 눈에 넣었다가
심한 각막손상이 발생해 실명한 사례

실제 이에 해당하는 약물(처방대상 범주에는 속하지만 처방대상으로는 지정되지 않은 약물)로 자가진료하다가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는 자주 있다.

스테로이드제가 포함된 연고를 임의 투약하여 실명된 사례, 항생제를 과다 투여하여 간부전, 신부전이 발생한 사례 등 매우 다양하다.

특히 반려동물은 사람에 비해 체중이 상대적으로 적고 오남용으로 인한 증상을 보호자가 명확히 인지하기 힘들다. 때문에 사람에서 의약물 부작용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로 치닫는 사례가 많다. 따라서 이런 약물 투약에 대한 관리도 중요하다.

 

수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는 약물 투여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동물에게 수의학적 검증되지 않은 사람약이나 유사물질을 동물에게 투약하는 경우다.

동물은 사람과 대체로 유사한 생리·해부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전혀 다른 특성도 많다. 심지어 개와 고양이 사이에서도 같은 약물에 대한 반응이 다른 경우도 있다. 반응이 유사해도 약물의 생체이용율이나 대사배설과정이 달라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런 종간 특성을 무시하고 수의학적 검증이 안 된 약물이나 치료법을 동물에 함부로 이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의도야 어찌됐든 자신의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비이성적 행위다.

실제로 사람의 감기약을 먹여 간부전, 신부전을 유발하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르게 한 예, 사람의 진통제를 먹여 간부전을 유발시킨 예, 사람관장약을 임의 투약해 발작을 유발한 예 등 다양한 사례가 있다.

물론 이런 행위를 현재의 법 테두리 내에서 규제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법적으로 규제될 수 없다고 해서 함부로 해도 되는 행위라 여겨서는 안 된다.

동물을 생명으로 여기고 이에 맞는 대우를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 이런 행위는 사회적으로 규제해야 할 행동으로 보아야 한다.

 

4. 동물 자가진료 금지에 따른 고려사항들

자가진료가 금지될 경우 보호자들이 걱정하는 첫 번째 문제는 동물 진료에 대한 비용 부담 상승이다.

이에 대한 보호자의 우려를 수의계도 잘 인지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동일하게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동물의료보험제도, 예방관련 수가 조정 논의, 수의계 내부 자정노력, 수의진료수가 권고제나 고시제 등이 고려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단지 경제적인 문제만으로 동물복지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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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진료비 부담으로 인해 유기동물이 늘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내외 여러 통계나 연구에 따르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2014년 서울시가 관내 발생한 유기동물 3,666 두를 표본 조사한 결과 외관상 건강이 양호한 유기동물이 92%에 달했고 2년령 이하의 어린 개체가 45%에 육박했다.

유기동물은 동물을 사유물 등으로 가볍게 여기는 태도로 인해 버려지거나 중성화 수술, 마이크로칩, 이름표, 목줄 등과 같이 동물 분실을 막는 조치가 미흡했던 바람에 주로 발생한다.

또 다른 걱정은 ‘자가 진료가 금지될 경우 유기동물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동물보호단체들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유기동물들이 동물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특히 유기동물들에 대한 전문적인 진료가 원활하지 않아 일반인 관리자나 봉사자들이 불가피하게 자기치료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가진료가 금지되면 유기동물 치료가 더욱 어렵지 않겠는가’라는 현실적 우려가 있다.

하지만 유기동물 또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 이를 국가와 사회가 보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수의계 내부에서는 유기동물에 대한 진료를 체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사회적 기금을 조성하고 유기동물들이 원활하게 진료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를 더욱 구체화하기 위해 수의계, 정부, 동물보호단체 등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유기동물을 위해 자가진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유기동물의 실용적 관리를 위해 동물복지를 훼손하자는 자기모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5. 동물복지에 기초한 책임감 고취가 목적

자가진료 금지는 동물보호자들에 대한 법적 제재를 강화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우선 그동안 동물을 상품처럼 취급했던 일부 번식업자나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직업윤리를 바로잡고 법적 책임을 강화하고자 함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떤 동물이든 전문가에게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로 잡기 위함이다.

이 인식은 앞으로 동물 복지향상을 위해 지켜져야 할 하나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동물보호자들이 동물복지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그에 걸맞는 책임감으로 동물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물론 국민들의 높아지는 인식에 걸맞게 수의계도 더욱 윤리의식을 강화하고 자정 노력을 기해야 할 것이다. 소모적 논쟁은 중단하고 자가진료 금지를 계기로 동물 진료에 대한 올바른 사회 인식을 확립하여 동물과 함께 더불어 사는 선진사회의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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