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당뇨 관리의 ‘르네상스’ 혈당 수치 조절에서 대사적 복원으로
연속혈당측정·당뇨임상증상 점수화, 경구 혈당강하제와 공격적 식이 요법으로 연결
고양이 당뇨 관리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혈당계에 찍히는 수치가 아닌 고양이 자체를, 당뇨의 임상증상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경구 급여가 가능한 혈당강하제인 SGLT-2 억제제는 고양이 당뇨 관리의 일상을 바꿨다. 주1회만 투여하는 혁신적 신약도 개발되고 있다. 사람처럼 당뇨전단계(pre-diabetic)에 대한 조기 개입, 관해를 위한 공격적 식이 조절의 중요성도 커진다.
이진수고양이병원 이진수 원장은 4월 26일(일) 청주 엔포드호텔에서 열린 2026 충북수의사회 연차대회에서 고양이 당뇨 관리 방법을 업데이트했다. 2025년 iCatCare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과 최신 임상 전략을 상세히 짚었다.
이 원장은 고양이 당뇨 관리가 단순한 혈당 수치 조절(Glucocentric)을 넘어, 대사 증후군 전체를 치료하는 ‘대사적 르네상스’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혈당계가 아닌 고양이 자체를 치료하라”
이진수 원장은 “최적의 치료는 치료의 효능성과 보호자의 수행능력의 교차점에서 정해진다”며 “아무리 과학적으로 유의한 치료라도 보호자가 수용하여 수행할 수 없다면 그 치료는 실패한 것으로 간주된다”고 선을 그었다.
가이드라인도 환자·보호자의 상황을 고려한 치료의 스펙트럼을 전제한다는 점을 지목하면서다. 보호자의 재정적 상황이나 돌봄 여력, 주사기 공포증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고양이 당뇨 진단은 ‘수의내분비학 합의 언어(ALIVE, Agreeing Language In Veterinary Endocrinology)’에 기반해 ▲지속적인 공복 고혈당 ▲당뇨임상증상(다음·다뇨·다식·체중감소) ▲요당·당화단백(Fructosamine) 상승을 체크해야 한다.
이때 스트레스로 인한 고혈당을 감별하는 것은 물론이다. 리브레(Libre)로 잘 알려진 연속혈당측정기가 도입되면서 감별을 위한 임상 현장의 어려움도 크게 줄었다.
가이드라인은 ‘혈당계가 아닌 고양이 자체를 치료하라’는 강조하며 당뇨임상점수(DCS)를 활용한다. 다음/다뇨·식욕·체중변화·활동성을 총 12점으로 수치화해 증상 변동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보호자의 번아웃도 예방한다.
혈당과 증상을 체계적으로 파악해 사람 당뇨처럼 당뇨전단계(pre-diabetic)나 준임상적 당뇨에 조기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지목했다. 저탄수화물·고단백질 식이와 체중 감량으로 개입하면서 개체별 맞춤형 프로토콜을 확립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SGLT-2 억제제는 게임 체인저?
환자 선별과 함께 eDKA 위험 대비해야
치료제에서는 Glargine U300(투제오, Toujeo)과 SGLT-2 억제제에 주목했다.
투제오는 기존에 기저 인슐린으로 사용되는 란투스보다 더 농축된 제제로, 서서히 방출되어 혈당 변동성을 낮추는데 유용하다. 저혈당 가능성을 막기 위해 전용 펜을 활용해 투약해야 한다.
수일의 반감기를 확보한 초장기 지속형 인슐린(AKS-267c)도 거론했다. 아직 실험단계지만 상용화될 경우 주1회 투약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람용 경구 혈당강하제로 출시된 이나보글리플로진(Enavogliflozin)을 활용한 다양한 증례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SGLT-2 억제제는 신장 사구체에 여과된 당이 그대로 소변으로 배출되게 만든다.
활력과 식욕이 좋고 케톤 음성인 환묘를 선별해 적용해야 하지만, 기존 인슐린 제제와 달리 저혈당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다만 케톤산증의 위험에는 반드시 유의해야 한다. 혈당강하제를 투약한 고양이 당뇨 환자 일부에서 정상혈당 당뇨병성 케톤산증(eDKA, Euglycemic Diabetic Ketoacidosis)이 유발될 수 있는데, 유병률은 10% 미만으로 낮지만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인슐린 제제를 장기간 활용하며 내인성 인슐린 생산이 억제된 환자에서 특히 위험하다. 인슐린을 경구 혈당강하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급격한 케톤산증이 발병한 치명적 증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이진수 원장은 “(CKD, 만성장병증 등) 병발질환이 있더라도 환자 상태가 괜찮으면 경구 혈당강하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라면서도 “경구제를 먹는 당뇨 환자가 (병발질환 문제 등으로) 식사를 거를 경우 혈당 수치와 무관하게 반드시 혈중 케톤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구 혈당강하제로 인해 혈당이 지속 배출되는데, 내인성 인슐린 분비는 부족하고, 밥을 먹지 않아 에너지 공급이 끊기면 폭발적인 지방 분해로 이어지며 케톤산증이 발생한다.
때문에 병발질환이 있어 식욕부진 가능성이 큰 당뇨환자라면 미리 케톤측정기를 집에 구비해두고 측정법을 교육하는 등 준비가 필요하다. eDKA의 80% 이상이 경구제 사용 초반 2주 안에 발견되는만큼 초기 모니터링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날 소개한 경구 혈당강하제는 인체용 전문의약품(엔블로)이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은 벨라글리프로진(Velagliflozin) 성분의 고양이 당뇨 치료제 ‘센벨고’를 올 하반기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식이 조절, 체중 감량이 핵심
당뇨 관리 패러다임 바뀌지만..핵심은 삶의 질과 HAB
고양이 당뇨의 관해(remission)에 대해서는 식이 조절에 주목했다.
고양이 당뇨의 관해율은 10~60%로, 관해에 도달한다 하더라도 평균 지속기간은 반년 전후로 여겨진다. 재발가능성도 30~40%에 달한다. 이진수 원장은 “저탄수화물 식이로 당독성을 줄이고, 경구 혈당강하제의 도움을 받으면서, 체중 감량으로 지질독성까지 줄이면 관해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체중 등 고양이 당뇨 환자별 상황을 고려해 식이 요법을 달리 가져가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진수 원장은 “고양이 당뇨 관리는 패러다임 전환의 시기에 있지만, 치료 목표는 단순하다”면서 “수의사가 총체적으로 관리해 고양이의 삶의 질을 유지하고, 보호자와의 유대(HAB)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람 당뇨에서 연속혈당측정기와 부착형 인슐린 펌프를 연동한 폐쇄형 전달 시스템이나 베타세포 대체 요법 등 첨단 기술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을 지목하면서 “인의의 연구 결과는 곧 2형당뇨가 주로 문제되는 고양이로도 넘어온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