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료 디지털 헬스케어, 데이터 표준화·참여 유도가 관건

기본에 충실한 수의사가 인공지능도 잘 활용..수의사·수의대생 데이터 리터러시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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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 수의대와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한국과총) 충북지역연합회가 주최한 ‘동물의료 디지털 헬스케어의 현재와 미래’ 포럼이 지난 8월 31일(목) 충북대 수의대 합동강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은 충북대의 인공지능 개발연구와 함께 한국축산데이터·엑스칼리버 등 상용화 사례를 함께 조명하는 한편, 동물의료 디지털화의 추진 방향을 모색했다.

표준화된 데이터에 기반한 정밀의료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전자의무기록(EMR) 표준화가 선결과제로 제시됐으며, 이를 위해 표준코드 개발뿐만 아니라 개별 동물병원의 참여를 어떻게 끌어낼지도 중요하다는 점이 언급됐다.

이날 포럼에는 수의사, 동물의료 업계 관계자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모임을 정례화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유선종양 중개의학 연구에도 인공지능 활용

영상판독 인공지능, 주관식 문제를 객관식으로

최근 동물의료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진단보조 시스템 연구가 활발하다.

첫 발제에 나선 김수종 충북대 교수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반려견 유선종양 진단지원 시스템 연구 경과를 소개했다. 연구진은 개와 사람 모두에서 많이 발병하고 조직병리학적으로 유사해 중개의학적 가치가 높은 유선종양에 주목했다.

여러 동물병원에서 수술로 절제한 유선종양 조직을 한데 모아 바이오뱅크를 구축하고, 해당 병리 이미지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인의 분야에서는 의료 인공지능 기술이 많이 개발되고 상용화되어 있는 반면, 수의병리학 분야는 인공지능 기술 적용이 미비한 상황”이라며 수의분야 정밀진단을 위한 디지털 병리검사 플랫폼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디지털 병리뿐만 아니라 다른 영상기술까지 접목하면 환자의 진단·치료 성공률을 높이는 환자맞춤형 정밀의료 기반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음 발표는 코벳(COVET) 오이세 대표가 진행했다.

지난해 출시한 인공지능 기반 수의영상판독 보조서비스 엑스칼리버(X Caliber)는 현재 250여 개 동물병원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반려견의 근골격계 및 흉·복부 엑스레이 영상에서 주요 비정상 소견 여부와 위치정보 등을 분석해 가능성 높은 소견을 제시한다. 수의사가 엑스레이 영상에서 이상을 찾는 ‘주관식 문제’를 객관식으로 전환해주는 셈이다.

오이세 대표는 “민감도가 높은 인공지능에 수의사의 추가적인 검사·경험을 더하면 더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진다”며 “보호자의 이해도를 높이고 동물병원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표준 수립 선결과제

표준코드로 데이터 모아야 하는데, 수의사에게 어떻게 동기부여할 것인가

진료역량 기초에 디지털 리터러시도 갖춰야

이어진 토론에는 이민우 더존비즈온 이사, 서상혁 아이엠디티 대표, 민경덕 충북대 교수가 패널로 합류했다.

이날 패널들은 동물의료 분야의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정밀의료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데이터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중에서도 동물병원 의료데이터를 기록하는 전자의무기록(EMR)이 핵심이다.

이민우 이사는 “데이터를 어떻게 표준화할 것인지가 출발점”이라며 “EMR 데이터 표준화가 선결되어야 다음 과제가 차례로 풀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서상혁 대표도 데이터 표준화가 미흡하다는 점을 심각한 이슈로 제시하면서도, 표준코드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함께 지목했다.

표준코드를 만든다 해도 이를 개별 동물병원이 실제로 사용하도록 어떻게 만들 것인지, 그렇게 만들어진 데이터를 어떻게 모을 것인지가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서는 업계가 변화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제안이 이어졌다. 진료기록에 표준코드를 적용해 표준화된 데이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실질적인 병원의 이점으로 이어져야 하고, 이를 일선 동물병원에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진료데이터를 클라우드 형태로 집적하는 과정이 진료정보 보호나 원격의료 등과 연관될 수 있는 만큼, 기술 발전이 제도 정비를 과도하게 앞서지 않도록 정책적 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한국축산데이터 경노겸 대표는 “산업화, 대중화가 먼저”라며 “이를 기준으로 정책이 뒤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이세 대표는 “동물의료의 중심축은 수의사”라며 “어떤 기술이든 수의사에게 인정받아야 보호자로 자연스럽게 확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럼 참석자들은 또한, 인공지능 시대의 수의사에게 기본적인 진료역량과 데이터 리터러시(literacy)가 함께 요구된다고 입을 모았다.

오이세 대표는 엑스칼리버를 잘 활용하려면 잘 찍은 엑스레이 사진이 선결조건이라는 점을 예로 들며 “기본에 충실한 수의사가 AI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민경덕 교수는 “앞으로 여러 알고리즘 기반 의료기기들이 나올 텐데, 미래의 수의사들은 적어도 그 퀄리티를 나름대로 해석하고 얼마나 받아들일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한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모임을 정례화하자는 제안이 나온 만큼, 향후 비슷한 행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예진 기자 yejinkim@chungbuk.ac.kr

동물의료 디지털 헬스케어, 데이터 표준화·참여 유도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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