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용 의약품 처방전 발급 거부하는 동물병원, 법이 무색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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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회 기관언론, 인체용 의약품 동물약국 조제 주장하는 기사 보도

복지부 "약국은 의사·치과의사 처방전에 의해서만 인체용 전문의약품 조제·판매 가능"

농림부 "수의사는 인체용 의약품 처방전 발급 불가"

약사는 수의사의 처방을 통해 인체용 전문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다. 그럼에도 수의사처방제 도입을 틈타 여론을 호도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13일, 대한약사회 기관지인 약사공론에 '인체용 의약품 처방전 발급을 거부하는 동물병원 때문에 법이 무색해진다'는 내용의 기사가 게재됐다. 기사를 읽어 봐도 어떤 법이 무색해진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기사는 심장병 이환 강아지의 주인이 한국동물약국협회로 보낸 이메일로 시작된다. 해당 주인은 한국동물약국협회 측에 '심장병에 걸린 강아지를 입원시키고 통원치료하는데, 월 약값만 24만원이 들어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 동물약국을 이용하기 위해 처방전 발부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동물병원에서 처방전 발행을 거부한 이유는 라식스, 말레인산에날라프릴 등의 인체용 의약품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

해당 기사는 수의사가 인체용 의약품 처방전을 발급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정부가 혼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동물병원에서 수의사가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지만 이를 처방전으로 발급해 약국에서 조제토록 하는 것이 안 된다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라는 한 약사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해당 약사는 "약사법과 동물약 취급 규칙이 서로 모순되고 있다"면서 "이 부분을 약사회가 나서 명확히 정리해 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약사공론_수의사처방제기사
약사공론 기사…’동물병원에서는 몇 배에서 몇 십 배까지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있어 부담이 만만치 않다’ 등의 내용을 담고있다.

정부 입장은 아주 명확…동물병원에서 수의사가 인체용 의약품 처방전 거부하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더 이상 정리가 필요 없을만큼 명확해 약사회의 도움은 필요 없어 보인다.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인체용 의약품 처방전은 말그대로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와 치과의사가 발급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동물병원을 개설한 수의사가 동물 치료를 위해 인체용 의약품을 구입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조항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인체용 의약품에 대한 처방전을 수의사가 내줄 수 있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한 "약사법 상 약사의 의약품 조제는 의사와 치과의사의 처방전에 의해 조제한다고 명시되어 있는만큼, (수의사가 발급한 인체용 의약품)처방전이 있다 하더라도 약국에서 이를 통해 인체용 의약품을 조제·판매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수의사처방제를 추진한 대한수의사회와 농림부 역시 수의사는 인체용 의약품 처방전을 발급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인체용 의약품은 처방전을 발행해도 보호자가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이는 처방전 발행 거부하는 정당한 요건이 된다는 것이다.

약사공론의 기사도 농림부는 (수의사의) 인체용 의약품 처방전 발급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보도는 '보호자들에게 수의사처방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수의사들의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

'동물병원의 인체용 의약품 처방전 발급 및 이를 통한 동물약국의 인체용 의약품 조제가 불가능한 것이 문제'라는 내용의 이번 기사는 수의사 처방제를 '동물약 의약분업'으로 몰아가려는 약사계의 의도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수의사 처방제가 시행됐는데도 처방전을 거부하는 수의사가 너무나 괘씸하고 화가 난다'는 해당 기사 속 보호자의 코멘트는, 수의사 처방제를 마치 의약분업인 것처럼 주장하는 약사계의 여론 형성이 성공했을 때 일선 수의사가 겪게 될 어려움을 미리 보여주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인체용 의약품 처방전 발급 거부하는 동물병원, 법이 무색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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