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대가 스마트해진다? 구제역 권역화 방역체계에 관심

구제역 발생지 주변서 돼지반출 차단..종축·출하·사료·축분 등 권역내 자립도 반영해 피해 최소화

등록 : 2018.08.31 11:54:57   수정 : 2018.08.31 11:54:57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구제역 확산위험은 차단하면서 이동제한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는 ‘권역화 방역체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구제역 발생농장을 중심으로 축산관계차량 이동빈도가 높은 지역(시군)을 선별적으로 방역대에 포함시켜 확산 위험을 줄이되, 해당 방역대 안에서도 사료공급이나 출하처리가 가능하도록 ‘자립도’를 높이면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는 개념이다.

‘구제역 확산 차단을 위한 권역화 방역체계 구축에 관한 연구’를 주관한 이지팜과 농림축산검역본부는 29일 대전 라온컨벤션에서 연구과제 자문회의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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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구제역이 발생하면 크게 2가지 종류의 방역대가 활용된다.

발생농장으로부터 반경 500m, 3km, 10km의 원을 그리고 그 안에 위치한 농장에 살처분이나 이동제한 등을 실시하는 전통적인 원형 방역대가 첫번째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발생지역 밖으로 돼지의 반출을 금지하는 권역화 조치가 활용되고 있다. 대부분 시도단위 행정구역으로 구분된다. 천안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 충남 내에서 사육되고 있는 돼지는 일정기간 충남 밖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식이다.

하지만 반출금지조치가 행정구역경계를 기준으로 시행되다 보니 부작용도 생긴다.

가령 충남의 도축시설 자립도는 60% 수준에 불과하다. 충남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반출금지명령이 내려지면, 결국 도축지연으로 이어져 농가 피해가 불가피하다. 그러다 보니 반출금지명령을 어기고 인접시도 도축장으로 몰래 출하하다가 적발되는 사례까지 생겼다.

연구진은 질병 수평전파의 중요요인인 축산관계차량에 주목했다. 축산차량 GPS 이동기록을 기반으로 발생지 주변의 확산 위험도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권역을 설정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권역이 설정되면 그 안의 도축, 사료공급, 종축, 분뇨처리 등의 자립도도 자동 계산된다. 자립도가 부족한 항목은 해당 시설이 위치한 인근 지역을 권역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보완할 수도 있다.

연구진이 개발한 웹프로그램과 모바일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 방역담당자나 축산관계자가 권역 포함여부와 권역내 축산시설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연구를 주관한 박혁 이지팜 축산연구소장은 “구제역 확산위험을 차단하면서도 이동제한으로 인한 축산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고 설명했다.

홍성 돼지 구제역 발생상황을 가정한 권역 설정 시연 장면

홍성 돼지 구제역 발생상황을 가정한 권역 설정 시연 장면

이날 자문회의에 참석한 생산자단체는 권역화 연구결과가 반출금지명령이나 이동제한으로 인한 농가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데 기대감을 보였다.

한돈협회 관계자는 “반출금지조치가 시도단위로 이뤄지다 보니, 포천 북부에 구제역이 발생해도 방역상 무관한 평택의 농가까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며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다.

반면 자립도를 반영한 권역화 방역조치가 도입되려면 보완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특히 데이터 현행화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됐다.

연구진이 자립도를 산출한 도축, 분뇨처리 등의 물량은 농장과 처리장 사이의 축산차량 이동빈도로 간접 계산한 것이라, 보다 정확히 산출하려면 관련 데이터를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축산차량 GPS기록은 국가동물방역통합시스템(KAHIS)에서 실시간으로 공유되지만, 농장이나 축산관련시설 정보는 지속적인 현행화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도축, 출하, 사료, 종축 등 모든 방면에서 100% 자립할 수 있는 권역을 만들기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제기된다.

권역 크기가 지나치게 커지거나, 구제역 발생농장과 멀리 떨어진 지역이 도축장 등의 확보를 위해 권역에 포함된다면 논쟁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참석한 한 정부관계자도 “이동제한이나 반출금지를 위한 권역 설정은 현장의 반발이 굉장히 심한 문제”라며 방역담당자가 임의적으로 조정하기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목했다.

연구진도 “때문에 권역화 방역조치가 성공하려면 생산자단체의 자발적 참여와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질병발생 시 자립도가 높은 권역을 효율적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지역별 축산관련시설 보완 등 평상시의 준비작업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덧붙였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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