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구 때문에…`수입 동물용의약품 소개하고 괜히 욕만 먹는다`

반려동물 무허가 의약품 근절 투표, `수입규제·단속강화` 1위

등록 : 2017.09.25 16:58:35   수정 : 2017.09.26 20:00:03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

정부가 반려동물 무허가 의약품, 의약외품 근절을 위해 국민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 동물용의약품의 해외 수입 직구 관련 규제 강화와 무분별한 무허가 제품 수입·판매 행위 처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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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약품관리과는 ‘내 반려동물을 무허가 제품으로부터 지키는 방법’에 대한 국민 의견 수렴을 위해 ‘반려동물 무허가 의약(외)품 근절 위한 국민생각함’을 운영했다.

7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1차 의견수렴(생각의 탄생)을 통해 국민들이 개진한 의견 중 6개의 추진과제(안)을 선정한 뒤 9월 2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6개의 안에 대한 2차 의견수렴(생각의 발전)을 진행했다.

그 결과 ‘수입 직구 관련 규제 강화로 무분별한 무허가 제품 수입·판매 행위 처벌’이 59%로 1위를 차지했다. 아무리 홍보를 강화해도 실질적인 처벌이 있어야 불법 직구 행위를 근절할 수 있다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이었다.

동물용의약품 해외 직구는 ‘불법’

불법 행위 저지르는 이유는 오로지 ‘가격’ 때문

국내 품목허가된 동물용의약품은 동물병원, 동물용의약품도매상 등 허용된 곳에서만 판매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한 판매유통이 불법인 것은 물론, 의약품의 해외 직구 또한 당연히 불법이다. 

하지만, 동물용의약품의 해외 직구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유는 오로지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불법행위인 줄 알면서 해외 직구를 시도하는 보호자들은 “가격이 비싸 해외 직구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호소한다. 하지만 정식으로 품목허가를 받고 합법적인 과정을 통해 의약품을 유통하면 당연히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 동물용의약품 수입해봐야 업체와 수의사만 욕먹는다”

해외직구가 늘어날수록 양질의 해외 동물용의약품을 정식으로 수입해 판매하는 업체와 동물병원 수의사들의 고충은 커진다. 

수입회사 입장에서는 제품의 수입과 등록, 운송비, 통관비 등 1차적인 비용이 발생하고, 제품의 마케팅과 영업활동, 물류활동을 위한 2차비용이 발생한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교육비·홍보비가 많이 소요된다.

동물병원 수의사들도 수입된 동물용의약품을 공부하는 데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회사와 수의사가 노력하여 제품의 인지도가 올라가면, 해외 직구를 통해 동물용의약품을 불법으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난다.

불법 직구하는 소비자들은 ‘정식 과정을 거쳐 유통되는 제품’과 ‘불법으로 직구하는 제품의 가격’을 직접 비교하는 오류를 범한다. “같은 제품인데 동물병원에서는 왜 이렇게 비싸게 받느냐?”며 수의사들에게 한탄하는 것이다. 

결국 양질의 제품을 국내 소비자에게 소개하기 위해 많은 비용과 노력을 기울인 회사와 수의사들이 오히려 사기꾼으로 몰리고 욕을 먹는 상황이 발생하고 만다. 좋은 제품을 소개한 회사와 수의사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동물병원 전문 유통회사 관계자는 “해외에서 직구하는 경우에는 운송비 이외에 어떠한 비용도 발생하지 않는다. 정식 유통 제품과 가격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아쉬워했다.

또한, 국내에 해당 동물용의약품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결실을 오히려 아무 노력도 하지 않은 해외 도매업자가 가져가는 것도 불공정하다고 전했다.

해당 관계자는 이어 “국가적으로도 직구 때문에 발생하는 고용 창출 감소와 세수 저하로 인한 손실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종 피해는 결국 소비자 몫

해외 직구를 하면 싼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개별 소비자들은 이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해외 직구가 늘어날수록 최종적인 피해는 결국 전체 소비자가 보게 된다.

좋은 제품을 찾아내어 해외 본사와 계약하고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국내에 정식 유통해봤자 노력의 결실을 얻기는커녕, 오히려 사기꾼 취급을 당하고 마는데 업체 입장에서는 굳이 제품 수입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결국 해외 직구가 늘어날수록 양질의 제품이 국내에 소개될 가능성이 줄어들게 되고 이는 결국 소비자 스스로 좋은 동물용의약품·의약외품을 공급받을 기회를 박탈하는 꼴이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동물용의약품을 해외 직구를 통해 구입하는 것 자체가 불법행위인 것은 물론, 좋은 제품의 국내 소개 기회를 줄여 시장의 발전도 저해시키고 마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마치 전공서적이 비싸다고 불법 제본하거나 PDF 파일로 공부하면 할수록, 출판사가 수익을 올리지 못해 새로운 책을 출간하지 않게 되고 결국 공부하는 학생들이 최종 피해를 보는 것과 같이 이치”라고 말했다.

동물용 사료·영양제 ‘해외 직구’도 문제

해외 직구 문제는 비단 동물용의약품과 동물용의약외품 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료로 등록되어 있는 영양제, 보조제 등의 해외 직구도 심각하다.

사료로 등록된 제품(사료, 영양제, 보조제 등)의 상당수는 ‘지정검역물’로 지정된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즉, 동물검역관이 검사하여 문제가 될 경우 압수하고 조치를 취해야 하는 제품이다.

본지 칼럼리스트 이형찬 변호사는 “가축전염병 예방법상 지정검역물의 경우, 사료수입신고필증·검역증명서 등 서류심사, 역학조사·현물검사 등을 거쳐야 한다. 특히 일부 동물성단백질 혼합사료의 경우 검역 실시 후 개방까지 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엄격한 검역절차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단속은 ‘복불복’…걸리면 ‘운 나쁜 것’

동물용의약품의 해외 직구가 불법이고, 동물검역관이 공항만 수입단계에서 지정검역물을 검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단속은 미진하다. 

하지만 실제 공항만으로 들어오는 우편물 중 불법으로 직구된 동물용의약품이나 지정검역물로 지정된 사료가 단속되는 경우는 드물다. 공항만 수입물품에 대한 검역은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업무이며, 검역관이 직접 수입우편물 등을 검사해야 하지만 부족한 인력과 시스템 결여로 제대로 된 검사는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동물용의약품과 사료로 등록된 영양제(지정검역물 성분 포함)를 해외 직구를 통해 구입해 본 한 소비자는 “단속은 복불복”이라며 “어쩌다가 걸려서 제품이 압수당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그냥 운이 나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역본부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안을 채택해 정책 수립 시 참조”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이번 ‘반려동물 무허가 의약(외)품 근절 위한 국민생각함’을 운영하면서 “6개의 추진과제(안)에 대해 국민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하고, 향후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안을 채택해 정책 수립 시 반영하는 데 참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실제 투표에서 ‘수입 직구 관련 규제 강화로 무분별한 무허가 제품 수입·판매 행위 처벌’이 가장 선호하는 안으로 채택됐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의약품이 아닌 의약외품의 경우에는 단속 근거도 없고, 인력이 부족하고 수 십개의 공항터미널 창고를 다 검사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여 시스템적으로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민생각함 결과가 이렇게 도출된만큼) 단기적으로는 불법 직구하는 사람들을 추적하고 불법 해외 직구를 대신해주는 사이트의 고발 횟수를 늘리고, 중장기적으로는 제도개선을 통해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투표결과에 대한 검역본부의 공식 답변은 조만간 국민생각함 홈페이지(클릭)에 게재될 예정이다.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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