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직 신설에 4년제 수의대까지` 거꾸로 가는 방역개선대책

지자체 방역인력 부족..격무·대우문제 해결책이 비(非)수의사 방역관에 학력 낮추기 `분통`

등록 : 2017.03.28 16:13:12   수정 : 2017.03.28 17:45:33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지방에 내려가면 수의사가 없다. 전부 하얀 가운 입는 반려동물 수의사가 된다. 수의사가 진급이 안되니 시군으로 가지 않는다. 지원도 안하고 합격해도 안 간다. 수의대 학제를 4년으로 바꿔야 한다”

이병규 축산단체협의회장이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공청회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일부 국회의원들마저 비(非)수의사 방역직 신설, 수의대 정원 확충 등이 필요하다며 거들었다.

방역조직 정비, 지자체 방역전문인력 확충을 위한 정부대책 방향이 ‘산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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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시군 AI·구제역 담당자는 0.2명`..방역조직 독립+총액인건비 순증 필요해

이날 공청회에서 강승구 전북도청 농축수산식품국장은 “대부분 시군이 AI, 구제역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숫자가 0.2~0.3명에 불과하다”며 현장 방역인력 부족을 지적했다.

지방공무원 1명이 가축전염병 대응과 기타 업무를 함께 맡는 구조에서는 중앙정부의 방역정책이 강화되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격무가 강제되지만 대우는 타 수의분야에 비해 부족하다는 점을 수의사들의 기피요인으로 지적했다.

강승구 국장은 “시군 수의사들이 시험을 쳐서 도청으로 들어오는 실정”이라며 “실제로 김제 등 관내 시군 수의직 공무원이 ‘이 고생을 하느니 임상수의사가 되겠다’며 퇴직했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방역정책국을 신설하여 축산진흥과 방역업무를 분리하고, 그에 따라 지자체 방역과를 신설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그러면서 ‘지자체 총액인건비를 순증액해야 한다’는 전제를 강조했다.

강승구 국장은 “총액인건비를 순증하지 않으면 결국 방역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타직렬 공무원 숫자를 줄여야 하는데, 그 반발을 감당하기란 불가능하다”며 “방역인력을 뽑기 위한 인건비를 순증하지 않으면 방역국이나 방역과 신설은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수의직 공무원의 대우 개선도 포함됐다.

민연태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수의직 공무원의 직급 상향(7→6급)이나 수당 인상 등 인사평가우대 방안을 행자부와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학제 축소, 정원 확대, 4년제 별도 면허까지..수의업계 ‘기가 찰 노릇’

반면 일부 국회의원들과 생산자단체는 학제를 축소하거나 수의사 정원을 늘리자고 주장해 논란을 빚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 이병규 회장은 “지방에서 일할 사람(수의사)이 없는데 중앙에 국 조직을 만든다고 방역이 개선되겠느냐”며 “수의사를 4년제로 배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완영 의원(고령·성주·칠곡)은 “공무원 경쟁률이 100대 1이 넘는데 수의사들만 안 온다니 기가 찬다”며 “수의사가 부족하면 수의대 정원을 늘리도록 교육부에 요청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영춘 농해수위원장(부산진구갑)은 수의사 면허의 이원화를 언급했다. 방역, 산업동물 임상을 담당할 수의사만 4년제로 육성해 별도 면허를 주자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농촌 현장의 방역전문가 역할을 담당할 수의사는 부족하다”며 이 같이 제안했다.

방역직 신설도 수면 위에 떠올랐다. 현재 수의사만 담당할 수 있는 가축방역관을 전문교육을 받거나 실무경험이 있는 비수의사까지 확대하자는 것.

위성곤 의원(서귀포)은 “방역조직이 기피부서이다 보니 담당자가 자주 바뀌어 방역정책을 제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며 방역직 신설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모인필 교수는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미국은 20% 정도의 학생을 대학에서부터 산업동물 수의사로 양성하는 육성책을 도입하고 있다”며 “이 같은 육성책이 마련된다면 현재 정원 하에서도 개선 가능하다”고 답했다.

 
현업 수의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열악한 처우 문제를 개선하기보단 수의사의 요구 수준을 낮춰 감내하도록 만들자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이야기다.

한 수의사는 “마음대로 약 쓰며 자가진료하는 농가단체가 ‘수의사가 없다’며 지적하다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축산업계에 종사하는 또다른 수의사는 “동물 수 대비 수의사 배출 숫자는 한국이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많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동물 임상과 지자체 공직을 외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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