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의사 처방제 근본 취지 운운하는 동물약국협회 성명의 뻔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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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처방제 전자처방전 의무화가 2월 28일 전면 시행됐다. 수의계에서는 ‘과도한 업무 부담을 주는 규제’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청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동물약국협회가 “수의사처방제 전자처방전 의무화를 환영한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읽는 사람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뻔뻔하다.

성명서 내용 일부 발췌
성명서 내용 일부 발췌

동물약국협회는 “수의사 처방제는 그 근본 취지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문제가 많았다”며 “항생제나 호르몬제 등 각별한 관리가 필요한 약품의 오남용을 가려내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수의사 처방제는 2013년 8월 2일 ‘동물용 의약품의 오·남용에 따른 내성균 출현과 동물·축산물에 약품의 잔류 등을 예방하여 국민 보건을 향상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런데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운 대표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약사예외조항이다. 수의사 처방제의 ‘약사예외조항’이 있기 때문에, 동물약국에서는 수의사의 처방전 없이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을 마음껏 판매할 수 있다.

수의사 처방제 약사예외조항은 수의사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을 동물약국에서는 수의사 처방전 없이 합법적으로 팔 수 있도록 한 예외조항을 뜻한다. 마치 전문의약품이 의사 처방전 없이 합법적으로 판매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수의사 처방제의 가장 큰 구멍인 ‘약사예외조항’을 이용해 동물약국에서는 수의사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을 마음껏 합법적으로 판매하고 있으면서, ‘수의사 처방제의 근본 취지’를 운운하는 뻔뻔함이 놀라울 따름이다.

동물약국협회 성명서 어디에도 약사예외조항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는다.

동물약국협회는 또한 “진료에 사용한 약물을 단순히 프로그램(eVET)에 입력하여 전자문서로 저장하는 무의미한 개념이 아닌 실제 처방전 발급이 이루어져야 한다. 동물의 보호자는 실물 처방전을 발급받고 원하는 동물약국에서 조제 받음으로써 처방 내역의 명확한 확인과 전문적인 복약지도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역시 뻔뻔한 내용이다.

처방전 발급이 많아져야 한다는 의미인데, ‘약사예외조항’ 때문에 처방전 없이 약을 살 수 있는데 처방전 발행을 요구하는 보호자가 어디에 있나.

동물약국협회의 뻔뻔스러운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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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9월 대한동물약국협회가 반려동물의 자가진료 제한에 반대한다면서 동물보호법 개정안 반대에 나섰다. 이 협회에 가입된 동물약국에서는 평소 약국을 이용하던 반려동물 보호자들에게 ‘반대 글을 올려달라’고 문자까지 보냈다.

또한, 6천만원을 투입해 네이버에 대한약사회/대한동물약국협회 이름으로 “미국에서도 안 하는 오직 개와 고양이 자가치료금지! 아이들 치료비 부담이 폭등할 수 있습니다. 우리 건강은 우리 가족이 선택하게 해주세요”라는 내용의 배너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광고에 담긴 미국 얘기는 사실이 아니었으며, 실제 한 미국 수의사가 미국의 상황을 언급한 부분에 대해 ‘거짓말’이라며 광고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동물약국협회는 그 댓글을 삭제하고 해당 수의사 계정의 접근을 차단해버렸다.

결국, 이들의 선동이 대부분 사실이 아니었다는 진실을 알게 된 보호자들이 이들의 행태를 비난했다(아래 사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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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도 지나지 않아 선동은 또 진행됐다. 

2017년 3월, 동물약국협회는 수의사 처방대상 성분에 주요 심장사상충 예방약 성분이 포함되자 “심장사상충약 모두를 동물병원 처방독점화 시킨다고 한다. 개, 고양이 동물약 그냥 못 사게 한다!! 농림부에서 날치기 통과시키려 한다”며 서명운동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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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예외조항 때문에, 약국에서는 모든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수의사 처방전 없이 판매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해당 게시글에 “가짜뉴스에 속지 말고 팩트체크 하세요”라는 댓글이 달리자, 몇 시간 만에 댓글을 지우고 댓글 작성자를 차단했다.

참고기사

불리한 댓글 지워가며 반려동물 보호자 선동하는 대한동물약국협회

http://www.dailyvet.co.kr/news/etc/75098 

`심장사상충 예방약 약국에서 못사냐고` 동물약국협회에 직접 물어보세요

http://www.dailyvet.co.kr/news/practice/companion-animal/75322

[카드뉴스] 거짓과 날조로 반려동물 보호자 선동하는 동물약국협회

http://www.dailyvet.co.kr/news/policy/75298

대한동물약국협회 선동에 또 속으시렵니까?

http://www.dailyvet.co.kr/news/etc/75075

하지만, 반성은 없었다. 

대한동물약국협회 전 회장 임 모 약사는 ‘수의사가 헛소문을 퍼트리기 시작한다’, ‘동물병원들이 압력을 넣고 있다’는 내용의 다음 아고라 청원 글을 썼다가 대법원으로부터 벌금 3백만원 형을 최종 선고받았다(명예훼손).

동물용의약품을 택배 판매했다가 기소유예 판결을 받은 적도 있다.

약사법에 따라, 약국개설자는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안 되고, 동물용의약품도 엄연히 의약품에 해당하는 만큼 온라인 판매나 택배 판매가 금지되어 있는데, 수차례에 걸쳐 대구에 있는 단체에 동물약을 택배로 발송했다가 고발당한 것이다. 택배를 보낼 때는 의약품 목록과 자신의 계좌번호, 금액이 적힌 영수증을 함께 첨부했다.

더 큰 문제는 동물들이 입는 피해다. 

동물약국에서 판매하는 동물용의약품 때문에 피해를 보는 동물이 생기는 것이다.

반려동물 보호자가 동물약국에서 4종 종합백신을 구입해 직접 주사한 뒤 농이 차올라 반려견이 결국 수술을 받고 2주간 치료를 받은 일이 대표적이다.

성명서 내용 일부 발췌
성명서 내용 일부 발췌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물약국협회가 수의사 처방제의 근본 취지와 실효성을 진정으로 걱정이나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성명서 마지막에 적힌 “나아가 동물의약분업의 발판이 되어야 할 것”이라는 문장이 자꾸 신경 쓰이는 것은 필자 개인의 기우이길 바란다.

동물약국협회가 진정으로 수의사 처방제의 실효성을 걱정한다면 근본 취지를 운운하기 전에 수의사 처방제 구멍인 ‘약사예외조항’ 삭제부터 요청해야 한다. 

전문가 단체로서 일말의 양심과 직업윤리가 남아있다면 말이다.

[사설] 수의사 처방제 근본 취지 운운하는 동물약국협회 성명의 뻔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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