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1인 1개소, 인증·국시 연계` 수의사법 개정안 발의

오영훈 의원 대표발의..비윤리 회원 제제, 광고사전심의, 전문수의사, 왕진 원칙 명시 등 총체적 접근

등록 : 2019.11.01 10:12:03   수정 : 2019.11.01 13:19:47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의료법에는 있는데 수의사법에는 왜 없지?”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이 10월 30일 수의사 양성 및 관리·지원 체계 정비를 위한 수의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에는 대한수의사회가 발주한 연구용역과 중앙회 임원 워크숍, 이사회를 거쳐 추진을 의결한 사항들이 포함됐다.

(사진 : 오영훈 의원 페이스북)

(사진 : 오영훈 의원 페이스북)

대수는 올해 상반기 수의사 출신인 한두환·윤기상 변호사에게 발주한 연구용역을 통해 우선 개정 필요사항을 추렸다.

개정 대상으로는 ▲비윤리적 수의사회에 대한 징계요구권 신설 ▲수의학교육 인증대학에만 국가시험 응시자격 부여 ▲영업정지 처분에 대한 과징금 대체근거 마련 ▲수의사법 목적과 수의사 직무에 동물복지 추가 등 기존에 요구되던 주요 미비점들이 지목됐다.

이와 함께 ▲1인 1개소 원칙 ▲동물의료광고 사전심의 ▲전문수의사 제도 도입근거 마련 등 수의계 내부의 의견차가 예상되는 사안도 과감히 포함시켰다.

6월 28일 대전 인터시티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2차 이사회에서는 전문수의사 제도 등 논쟁적인 개정 사항에 대한 의견수렴 필요성을 지적하면서도 법 개정 추진 필요성에는 모두 동의했다.

오영훈 의원 수의사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수의사법 목적 및 직무에 ‘동물복지’ 등 추가

개정안은 수의사법의 목적에 동물복지 증진을 추가했다.

현재 수의사법의 목적 조항(제1조)이 동물의 건강증진, 축산업 발전, 공중위생 향상에 국한되고 있어 반려동물 가족 1천만 시대를 맞아 높아진 사회적 요구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수의사의 직무(제3조)에도 기존의 동물진료나 축산물 위생검사에 더해 동물복지 증진, 축산물 안전, 인수공통감염병 예방 등을 추가했다.

‘수의사법의 목적’이나 ‘수의사의 직무’는 선언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지만, 개별 사안에 대한 사법부 판단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조항이다.

2009년 비(非)수의사의 내장형 마이크로칩 시술에 무죄를 선고했던 대법원도 당시 수의사법 목적조항에 ‘동물의 생명과 안전’이 규정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동물의 생명이나 안전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행위라 하더라도, 수의사법을 위반하지는 않았다는 판단이었다. 이를 계기로 수의사법이 개정돼 현재는 ‘동물의 건강증진’이 목적 조항에 추가되어 있다.

 

2. 수의학교육 인증 획득 대학 졸업생에게만 수의사 국가시험 응시자격 부여

의사, 치과의사 등은 이미 교육인증을 받은 의·치대 및 전문대학원의 졸업생에게만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한국수의학교육인증원이 주관하는 수의학교육 인증도 1주기 완료를 눈앞에 두면서 국가시험 응시자격과의 연계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올해 들어 충남대, 강원대, 전남대가 수의학교육 인증을 획득하면서 경북대를 제외한 9개 대학 모두가 1주기 인증을 완료했다.

우연철 대수 전무는 “올해까지 9개 대학에 대한 인증평가와 나머지 1개대학의 인증신청이 완료될 전망”이라며 인증-국시 연계가 수의학교육 개선 동력을 유도할 뿐만 아니라, 해외 수의대 졸업생의 우회공략이나 수의대 신설 움직임에 대한 대응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한두환 변호사도 “아직 수의사는 교육인증과 국가시험 응시자격이 연계되지 않아 교육환경 개선을 추진할 동기부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인증을 받지 않으면 수의사를 배출할 수 없다는 조건을 만들면, 인증 준비에 필요한 예산 및 인력지원을 이끌어내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고등교육법’ 제11조의2에 따른 인정기관의 인증을 받은 수의학 전공 대학의 졸업자에게 수의사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오영훈 의원은 인정기관의 평가·인증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교육과정에 수의학을 포함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도 함께 대표발의했다.

 

3. 무분별한 동물의료광고 제한

제24대 집행부에서 논의됐던 동물의료광고 사전심의제 도입도 다시 거론됐다.

한두환 변호사는 “우리나라에는 동물의료광고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없지만, 일본은 광고내용과 방법을 제한하고 있다”며 “의료법이나 변호사법도 광고내용을 제한하고, 의사는 사전심의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목했다.

전문직종의 허위·과대 광고와 부당경쟁은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일정 수준의 관리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변호사법도 변호사회의 광고 규정을 준수해야 하며, 변호사회와 연계된 법조윤리위원회에서 광고를 사후 심의하고 있다.

때문에 허위광고, 타 동물병원 비방, 수술장면 노출 등 의료법이 제한하는 광고내용을 수의사법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영훈 의원 개정안은 ▲거짓 광고 ▲소비자로 하여금 치료효과를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는 광고 ▲타 동물병원의 진료방법과 비교하는 내용이나 비방하는 광고 ▲수술 장면 등 직접적인 시술행위를 노출하는 광고 ▲동물 진료와 관련한 심각한 부작용 등 중요한 정보를 누락하는 광고 ▲법적 근거가 없는 자격이나 명칭을 표방하는 광고 등을 금지했다(제29조).

아울러 대한수의사회에 ‘광고심사위원회’를 설치해 동물병원이 동물진료 광고를 하려는 경우 사전 심의를 받도록 했다(제29조).

 

4. 비윤리적 수의사에 대한 제제 강화

수의사 윤리강령을 위반하거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비윤리적 회원에 대한 징계 강화 필요성도 지적된다.

현재 수의사회에서는 회원권 정지나 제명 등 상징적인 징계조치만 가능하다. 면허정지나 면허취소 등 실질적인 징계권한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의사나 변호사, 법관, 공인회계사 등 전문직종에게 법적으로 요구되는 ‘품위유지의무’가 수의사법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구체적인 수의사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수의사라도 제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수는 ‘수의사로서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면허권 제제 대상으로 포함시키고, 수의사회가 품위손상행위라고 판단하는 경우 농식품부에 면허정지처분을 요구할 수 있도록 수의사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두환 변호사는 “각각의 품위손상행위를 법에 열거하기는 어려운 만큼, 타 전문직에서도 법에는 ‘품위손상’이라는 폭넓은 용어를 사용하되 각 전문가단체가 이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영훈 의원 개정안은 ‘수의사의 품위를 현저히 손상시키는 행위를 하였을 때’ 농식품부 장관이 면허정지나 취소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추가했다(제32조).

이와 함께 수의사회가 농식품부장관에게 수의사의 품위를 손상시킨 회원에 대한 자격정지처분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제32조의2 신설).

농식품부가 부여하는 면허권을 수의사회가 직접 다룰 수는 없지만, 적극적인 처분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해 수의사 회원 관리 실행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5. 1인 1개소 원칙

각 의료인이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운영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과 달리 수의사법은 수의사의 병원수에 대해 별다른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관리수의사만 두면 1명의 수의사가 여러 병원을 개설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영리법인의 동물병원 개설은 제한하면서, 수의사 개인이 여러 개의 병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둔 것에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두환 변호사는 “1인 1개소 원칙은 전문직에 대한 이용자의 신뢰에 부응하여 업무에 집중하게 하기 위한 취지로, 해외에서도 당위적인 전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영훈 의원 개정안은 수의사가 하나의 동물병원만 개설·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제17조).

1인 1개소 원칙을 어길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도록 했다(제39조).

다만 6월 이사회에서도 수의계 내부에 ‘1인 1개소’에 대한 의견차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지목됐다.

이미 40여명의 회원들이 2개 이상의 동물병원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소급적용 문제도 쟁점이 될 수 있다.

 

6. 전문수의사 도입 근거 마련

전문수의사(전문의) 제도는 수의임상계의 뜨거운 감자다.

국내에서도 반려동물 임상의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안과 등 진료과목 학술단체별로 전문수의사 제도 도입을 타진하고 있지만 설립전문의 선정이나 로드맵 발표 등 이슈가 있을 때마다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대수도 수의정책연구소를 통해 전문수의사 제도 도입방안에 대한 연구사업을 추진하는 등 제도화 방향을 고심하고 있다.

사람의 전문의도 자격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지만, 제도 운영의 실무는 대한의사협회 산하 대한의학회가 담당하고 있다.

우연철 전무는 “(전문수의사 제도는) 학계나 임상가에서 논란이 많지만 그대로 방치한다면 통제불능의 상태로 빠질 수 있다”며 “이번 수의사법 개정을 추진할 때, 전문수의사 제도화에 수의사회가 나름의 이니셔티브를 갖겠다는 선언적 조항이 먼저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오영훈 의원 개정안은 전문수의사는 대한수의사회장에게 자격 인정을 받아야 하며, 자격 인정자가 아니면 ‘전문수의사’나 전문 진료과목을 표시하지 못하도록 했다(제14조의2 신설).

자격 인정 절차나 전문 진료과목 지정 등 세부적인 절차는 대통령령에 위임했다.

전문수의사 제도의 법제화는 ‘대한수의사회가 각 학회가 운영하는 전문의 제도의 적합성을 평가·인정하는 형태’라는 점을 먼저 못박고, 세부적인 인정기준이나 로드맵은 시간을 두고 논의를 지속하자는 것이다.

 

7. 원내 진료와 왕진 조건 구체화

수의사의 진료 장소는 대체로 축종에 따라 구분되어 왔다. 반려동물은 원내 진료 중심, 가축은 왕진 중심이다. 때문에 가축에 대한 출장진료만 하는 동물병원의 경우 시설기준을 완화해 주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반려동물에 대한 백신접종 등 가정방문 진료만을 목적으로 동물병원 개설 없이 동물진료업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정부 규제개혁 부처가 심의하는 등 편법적인 진료형태가 출현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수의사회는 반려동물이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개체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동물병원 개설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영훈 의원 개정안은 응급처치, 정부의 요청, 가축진료 등 현장에서 진료를 하여야 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수의사가 소속된 동물병원 내에서 동물진료업을 하도록 원칙을 제시했다(제17조).

 

8. 동물진료업의 영업정지를 과징금 처분으로 갈음

현행 수의사법은 동물병원이 무자격자에게 진료행위를 하도록 했거나, 관할 지자체의 지도 명령을 위반하는 등 법을 위반할 경우 1년 이내의 기간을 정해 동물진료업 영업정지를 처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영업정치 처분을 과징금으로 갈음할 수 있는 근거조항이 없어 해당 동물병원을 이용하던 보호자이 불편함을 겪거나 지역 공중보건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의료법과 약사법이 의료기관이나 약국이 업무정지 처분을 받을 때 과징금으로 갈음할 수 있도록 한 것과도 형평이 맞지 않는다.

오영훈 의원 개정안은 법 제33조에 따라 동물병원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경우 1천만원 이하의 과징금으로 갈음할 수 있도록 했다(제33조의2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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