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첫 단추 잘못 끼워서 수년째 고생하는 동물등록제

등록 : 2019.06.17 12:41:10   수정 : 2019.06.18 12:16:32 데일리벳 관리자

2014년 1월 1일부터 전국에서 동물등록제가 의무화됐다. 하지만 현재 동물등록률은 30%가 채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행된 지 5년 반이나 지났지만, 동물등록제 정착은 먼 나라 얘기다.

미진한 동물등록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7~8월 동물등록 자진신고 기간을 운영한 뒤 9월부터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다. 그리고 동물등록 대상 동물이 현행 ‘3개월령 이상 반려견’에서 ‘2개월령 이상 반려견’으로 조정되는 것에 발맞춰, 내년에 법 개정을 통해 ‘동물등록 후 판매’를 의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물생산업·동물판매업자가 소유자 명의로 동물등록을 한 뒤 판매하는 ‘선등록 후 판매’ 정책이다.

등록된 동물만 판매·분양 되기 때문에, 자연스레 동물등록 건수는 증가할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좋은 정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실효성 있는 내장형 동물등록이 아닌, 외장형 등록이 더 많아질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내장형 마이크로칩 시술은 동물병원을 방문해 수의사로부터 시술을 받아야 한다. 동물등록 행정절차를 해야하는 동물생산업·동물판매업자 입장에서는 귀찮은 절차다. 따라서, 외장형 무선식별장치나 인식표를 통한 등록을 선호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외장형 등록은 ‘동물등록대행기관’으로 지정된 동물판매업소에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규 동물등록 개체 중 내장형 등록비율은 2014년 30.6%에서 2015년 55.0%, 2016년 65.2%, 2017년 67.5% 등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정부 계획대로 내년에 ‘선등록 후 판매’ 정책이 시행되면, 내장형 등록비율이 줄어들고, 외장형 등록비율이 늘어날 것이 명약관화다.

내장형 동물등록이 의무화된 상황에서 ‘선등록 후 판매’ 정책을 추진하면, 실효성 있는 내장형 동물등록만 가능하므로, 제대로 된 동물등록제 정착이 가능하다.

그러나, 3개의 선택지가 있는 현 상황에서는 실효성 없는 등록만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동물등록률이 빠르게 증가했습니다”라고 공표할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외장형 태그/인식표 분실로 인한 이중행정이 발생할 것이고, 잃어버린 동물을 실제로 찾을 수 없어 동물등록제의 본연의 취지도 살리지 못할 것이다. 외국으로 반려동물을 데리고 나갈 때는 다시 ‘국제표준’인 마이크로칩 시술을 받아야 한다. 도대체 이처럼 실효성 없고 비효율적인 정책이 어디에 또 있는가.

진작에 동물등록을 내장형으로 일원화했다면, 이런 문제는 해결됐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 4월 1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에서 ‘내장형 동물등록 일원화’ 법안은 또 다시 통과되지 못했다. 심지어 그 자리에서 농식품부 차관은 “내장형 무선전자개체식별장치를 의무화하는 부분은 아직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시술을 할 때 감염이나 부종 등 일부 부작용이 있는 현실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의무화하는 것은 조금 지나치다고 생각한다”며 뒤떨어진 인식 수준을 보였다.

영국에서 1996년부터 2009년까지 370만건 내장형 마이크로칩 시술 사례를 분석한 결과 체내이동이나 부종 등 부작용이 보고된 사례는 391건(0.01%)에 그쳤다. 우리나라 2008년 이후 시술된 18만두 중 보고된 부작용 사례는 14마리(0.01%) 수준이었다. 농해수위 전문위원실 역시 “외장형은 쉽게 유실되거나 소유자가 의도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며 ‘내장형 동물등록 일원화 법안’에 찬성의견을 낸 바 있다.

수년 전, 내장형 동물등록 일원화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치며 반대 의견을 피력했던 단체가 떠오른다. 국민 건강을 위해 노력한다는 집단의 대표라는 사람은 심지어 ‘성경의 요한계시록을 언급하며 RFID 전자칩을 적그리스도의 표식인 666이라며 반대했었던 안티칩 운동’까지 소개했다. 그런 반대에 부딪혀 내장형 동물등록 일원화는 여러 차례 시행되지 못하고 현재에 이르렀다.

도대체 언제까지 동물등록제 때문에 불필요한 행정력을 소모해야 할까? 정부는 언제 제대로 된 동물등록제를 시행할까. 가까운 일본에서는 최근 ‘개·고양이 마이크로칩 장착 의무화’ 법안이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일본은 내장형 마이크로칩의 부작용을 무시하는 바보 국가여서 이런 정책을 펼치는 것일까? 아니다. 내장형 동물등록의 실효성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동물등록제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 때문에 지금까지도 고통받고 있다. 지금이라도 기존 단추를 다시 다 풀고,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워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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