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동물등록 활성화 협약과 수의계 내부 논란…논란의 배경은?

수의계 내부 논란 거세자, 서울시수의사회 '안내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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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수의사회가 21일 서울시, 손해보험 사회공헌협의회와 내장형 마이크로칩 사용 동물등록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무협약 체결 소식이 알려진 이후 수의계 내부에서 큰 논란이 발생했다. 어떤 내용이 논란이 됐으며, 그 배경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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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약 내용

협약에 따라 서울시는 매년 5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노력하고, 관계 법규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수의사회를 행정·재정적으로 지원한다. 손해보험 사회공헌협의회 역시 매년 5억원을 기부하는데, 이 비용은 마이크로칩 구매에 사용된다.

서울시수의사회는 내장칩을 활용한 동물등록 활성화 사업을 적극 추진한다. 서울 시내 회원 동물병원 중 동물등록대행 기관에서 내장형 동물등록을 적극 권장·시행하는 내용이다. 협약 기간은 3년이다.

서울시는 협약 체결과 동시에 “내년부터 서울 시내 900여 개 동물병원에서 1만원의 비용으로 내장형 칩(무선식별장치) 동물등록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내장형 동물등록 활성화를 통해 유기·유실을 예방하고 정확한 사육실태를 파악해 동물복지 수준을 향상할 계획도 함께 소개했다.

하지만, 협약 체결 소식이 알려지면서 수의계 내부에서 논란이 발생했다.

2014년 1월 동물등록 수수료 기준이 변경됐다
2014년 1월 동물등록 수수료 기준이 변경됐다

무엇이 논란이 됐나

논란① 수수료 1만원

가장 먼저 논란이 된 부분은 수수료였다. 서울시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서울 시내 동물병원에서 1만원의 비용만 내면 내장형으로 동물등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1만원이라는 기준은 어디에서 왔을까.

동물등록제는 시범사업을 거쳐 2013년 1월 1일 전국에서 시행됐다. 당시에는 지자체(시군구청)에서 내장형 마이크로칩을 구입하여 동물병원에 배포하고, 보호자는 2만원의 비용으로 내장형 등록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중 지자체가 1만 2천원의 대행수수료 외의 등록비용을 가져갔고, 동물병원(동물등록대행기관)에는 8천원의 수수료가 지급됐다.

그러던 등록방식이 2014년 1월 변경됐다. 지자체가 칩 구매에 관여하지 않고, 보호자의 자율 선택에 맡긴 것이다. 지자체에서 특정 칩 제품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때 수수료도 변경됐다.

동물병원에서의 등록대행 수수료는 8천원(2013년)에서 1만원(2014년부터)으로 개정됐다.

1만원의 비용은 대행수수료 3천원과 삽입시술료 7천원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동물병원은 내장형 칩(무선식별장치) 판매가격을 추가로 청구한다. 보호자에게 칩 선택을 맡겼지만, 실제로 보호자가 내장형 동물등록을 하는 곳은 동물병원이고, 동물병원이 칩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3~5만원 사이의 비용으로 내장형 등록이 시행된다. 동물병원마다 선택하는 칩의 종류와 금액이 다르므로 시술비용 차이가 발생한다.

하지만, 칩 비용을 제외한 동물등록 수수료는 여전히 1만원이다. 현재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명시된 금액이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별표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별표

결국, 지자체에서는 법에 명시된 기준에 따라 정책을 세우게 되고 내장형 칩의 수수료는 1만원으로 책정한 것은 법에 근거한 판단이다. 문제는 이러한 1만원의 비용 자체가 5년 전 기준이고, 동물등록제 초기에 책정된 금액이라는 것이다. 현재 기준에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동물등록 과정은 단순히 칩을 삽입하는 과정이 아니다. (지자체에 따라 다르지만) 동물병원에서 동물등록 후 관련 서류를 구청에 전달·접수하고, 등록하고, 보호자에게 통보하는 등의 제반 행정업무가 동반된다. 동물등록번호 중복이나, 등록사항 변경 문의 등도 많다.

이런 다양한 사항을 고려했을 때 ‘1만원’이라는 수수료는 이해하기 어렵다. 서울시와 서울시수의사회는 서울시 보조금을 통해 일부 수수료를 추가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명시된 ‘1만원’의 수수료를 개정하지 않는 한 비슷한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논란② 효과성

과연 싸게 해주면 등록할까?

설문조사 결과 ‘등록비용 부담’ 때문에 등록 안 한 경우는 단 7.1%

두 번째 논란은 이런 정책이 과연 효과가 있을 것이냐는 지적에서 출발한다.

현재 동물등록률은 30% 미만으로 추정된다. 제도가 시행된 지 5년이 넘었고, 동물미등록 시 과태료도 대폭 인상됐으며, 지자체의 단속도 강화되고 있다.

동물등록을 하지 않아 단속될 경우, 과거에는 1차 적발 시 경고만 받았지만 지금은 1차 적발부터 2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난해 1년 동안 서울시에서 동물미등록으로 단속된 경우는 총 82건이었다.

그러나 등록률은 여전히 낮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모두 동물등록률을 높이기 위해 고민 또 고민 중이다.

이번 서울시-서울시수의사회 간의 ‘동물등록 활성화 업무협약’도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1만원으로 등록비용을 낮춰서 보호자의 부담을 줄이면 동물등록을 더 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번 협약에 대해 한 동물병원 원장은 “동물등록비를 몇만 원 싸게 해준다고 등록률이 갑자기 올라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과연 비용 때문에 동물등록을 하지 않는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표했다.

@한국펫사료협회
@한국펫사료협회

실제 한국펫사료협회가 올해 9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참고할 수 있다. 동물등록제를 알고 있지만, 등록을 안 한 보호자에게 ‘등록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더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라는 응답이 36.8%로 가장 높았다.

등록비용이 부담되어서 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단 7.1%였다.

정책 효과에 대한 의문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논란③ 소통 부재

언론 보도를 통해 내용을 처음 접한 회원들

논란의 세 번째 원인은 바로 소통 부재다. 서울시수의사회는 이번 협약에 앞서 두 차례 이사회(6월 28일, 9월 28일)에서 논의하고 외부 담당자와 질의응답을 거친 뒤 협약 안건을 결의했다.

하지만 상당수 서울시수의사회 일반 회원들이 관련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내년부터 서울 시내 900여 개 동물병원에서 1만원의 비용으로 내장형 칩(무선식별장치) 동물등록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보도를 접하자 황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장 제도 시행이 40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협회를 통해 내용을 전달받은 게 아니라 언론을 통해 내용을 접했으니 당황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서울시수의사회 역시 “내부적인 경로가 아닌 언론을 통해 직접 대면하게 됨으로써 회원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사과했다.

논란④ 타 지역에 미칠 영향

네 번째 논란은 다른 지역에 미칠 영향이다.

당장, 서울시에서 내장형 동물등록을 1만원에 할 수 있다고 하자, 다른 지역 동물병원에 “왜 여기서는 1만원에 안 해요?”라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와 손해보험협회 예산이 투입되어 칩 구매 대행까지 해주는 서울시와 그렇지 않은 타 지자체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1만원’이라는 비용에만 관심을 두는 것이다.

2016년에는 규제 개선 차원에서 ‘동물등록을 전국 어디서나 할 수 있도록’ 정책이 바뀌었다.

부산에 거주하는 반려견 보호자가 서울 강남구청에서 동물등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서울시 협약에 따라 서울시에 가서 동물등록을 하겠다는 보호자가 생길 수 있다.

또한, 타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정책을 시도할 수 있다. 당장 경기도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정책(동물등록방법 내장형 일원화 및 등록비용 지원)이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민 서울시수의사회장
최영민 서울시수의사회장

서울시수의사회가 회원들에게 공지한 안내문에 따르면, 이번 협약에 서울시수의사회 적극적으로 참여한 배경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개별 회원과 관련 내용을 모두 나누고 소통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던 부분이 많다. 당시 상황과 서울시수의사회의 판단 배경은 안내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등록비 1만원이라는 수치 하나만 가지고 협회를 비판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회원과의 소통 부재와 불충분한 논의 문제는 추후 정책 추진에 있어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점이다.

서울시수의사회는 “모든 회원 여러분께 상세하게 안내해 드리지 못하는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양해의 말씀을 올린다”며 “서울시수의사회는 회원 간의 단합과 발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수의사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 동물등록 활성화 협약과 수의계 내부 논란…논란의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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