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농가서 벌어진 무차별 도태에 `동물학대` 논란..해결책 없나

타격법 원칙 무시한 채 수십 마리 단체 도태..인도적 도태 저변 만들기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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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의 한 양돈농가에서 자돈 수십 마리를 한꺼번에 도태시키는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현장을 적발한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학대’라며 해당 농장을 고발할 방침이다.

동물자유연대와 동물권 단체 카라가 고발한 경남 사천 양돈농가의 도태현장 (영상 캡쳐)
동물자유연대와 동물권 단체 카라가 고발한 경남 사천 양돈농가의 도태현장 (영상 캡쳐)

동물자유연대와 동물권행동 카라가 입수한 영상에는 농장직원으로 보이는 남성이 이유시기 전후로 보이는 40여마리의 자돈을 좁은 통로에 몰아 놓고 둔기로 내려치는 ‘강도태’ 장면이 담겼다.

쓰러진 돼지들과 살아 움직이는 돼지들이 뒤섞인 채, 해당 남성은 돼지를 쫓아다니며 타격을 반복했다.

이 밖에도 숨이 멎지 않은 돼지를 다른 곳에 옮기는 영상이나, 농장에 돼지 사체가 쌓여 있는 사진들도 함께 공개됐다.

두 단체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돼지를 도태하는 장면이 포착된 것”이라며 “돼지 사체를 무단으로 매립하거나 산 채로 묻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당 농장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덧붙였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같은 종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 등을 동물학대로 금지하고 있다.

반면 농장 측은 ‘설사병이 있는 새끼 돼지들을 도태시키는 과정’이라며 사체를 고열 처리기에 처분했다고 해명했다.

(사진 : 동물자유연대, 동물권단체 카라)
(사진 : 동물자유연대, 동물권단체 카라)

타격법 밖에 방법이 없지만..인도주의적 원칙 지켜야

본지가 해당 영상을 확인한 양돈수의사들과 접촉한 결과, 이들은 “해당 농장에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양돈농장에서 도태를 실시하는 경우가 있긴 해도, 영상처럼 수십 마리를 마구잡이로 도태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돼지유행성설사병(PED)로 자돈을 도태시켰다면, 이미 뼈만 앙상한 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증상이 심했어야 한다는 의문도 제기된다.

마구잡이로 둔기를 내려치는 영상 속 도태 장면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둔기를 활용한 도태방법의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둔기를 활용한 ‘타격법’은 미국, 유럽을 포함한 전세계에서 돼지의 인도적인 도태방법 중 하나로 인정된다. 돼지의 두정부를 가격해 즉각적인 뇌손상과 의식소실을 유발하는 방법이다.

미국양돈수의사회는 CO2 가스, 총격(Gunshot), 충격볼트(Captive bolt), 전살(Electrocution), 약물(Anesthetic Overdose)와 함께 타격법을 도태방법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돼지를 제대로 보정해 1회 타격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타격 직후 의식여부를 검사하고, 필요하다면 곧장 추가타격을 실시해 최단시간 안에 고통을 최소화하여 의식을 소실시켜야 한다.

한 양돈수의사는 “국내 양돈농가에서는 화약을 사용하는 총격이나 충격볼트는 사용이 불가능하고, CO2 가스나 전살에 필요한 설비를 갖추거나 약물을 활용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며 “결국 두부타격법이 현실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수의사는 “도태 전에 최선의 관리를 했는지 검토하여 도태 대상을 적합하게 선정하는 것부터가 인도주의적 도태의 출발선”이라며 “어쩔 수 없이 타격법을 선택하더라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농식품부가 고시한 '동물도축세부규정'에서도 타격법을 옵션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농식품부가 고시한 ‘동물도축세부규정’에서도 타격법을 옵션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미국양돈수의사회가 제시한 돼지의 인도적 도태방법
미국양돈수의사회가 제시한 돼지의 인도적 도태방법


충격볼트 등 인도적인 도태 방법 보급 고민해야..교육
·캠페인 절실

동물자유연대와 동물권 단체 카라는 “축산업계에서 상품성이 떨어지는 동물을 죽여서 처리하는 도태가 일상화되어 있는데도, 이를 직접 규율할 수 있는 법은 전무하다”며 관련 법제의 보완을 촉구했다.

수의사들 사이에서도 업계에 내재해 있던 문제가 비로소 공론화된 것이라며 업계 차원의 자구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양돈농장 경영상 도태 자체를 없앨 수는 없는 만큼, 충격볼트 활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충격볼트는 화약 혹은 공기로 발사하는 금속봉으로, 타격법과 마찬가지로 두정부를 가격해 안락사를 유도하는 방법이다.

위 수의사는 “미국은 물론 총기규제가 있는 유럽에서도 농장이 충격볼트를 도태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당국으로서는 안전문제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다면 인도적인 도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양돈수의사는 “우리나라에서도 소에서는 이미 정규 도축 방법으로 충격볼트를 사용하고 있다”며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농장에서 인도주의적으로 도태를 할 수 있도록 교육이나 캠페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수의사는 “이번에 공개된 영상의 충격은 단순한 농가의 일탈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라, 한돈 자체의 이미지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며 “한돈업계 스스로가 현실적 대안 찾기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다른 수의사는 “미국에서는 양돈농장 별로 책임자를 지정하고, 이들이 별도 교육을 거쳐 인도주의적 도태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교육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양돈농가서 벌어진 무차별 도태에 `동물학대` 논란..해결책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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