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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맹견’이 아니라 ‘관리부실견’에 대한 보호자 책임을 강화하라

개물림 사고, 사회적 시스템 뒷받침과 올바른 반려문화 정착으로 극복될 수 있어 

개물림 사고가 잇따르며 사람을 공격한 개를 안락사 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재발 방지의 목적이라기보다 응징의 성격이 크다. 이른바 ‘맹견’에 대한 두려움이 불특정 개들에 대한 공포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개에 물릴지 모른다는 공포에 떨며 안락사를 거론하기 이전에 우리는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사람에게든, 다른 개에 대해서든 추가적인 개물림 사고를 예방하는 효과적인 대책이 나올 수 있다. 

소위 ‘맹견’은 보호자 관리부실의 소산으로 ‘관리부실견’으로 명명되어야 마땅하다.

따지고 보면 모든 개에게는 크기나 품종에 상관없이 잠재적 공격성이 있다. 중요한 것은 잠재적 공격성은 사회화 교육을 통해 제어될 수 있고 일반적인 경우 보호자 책임 하에 통제가 가능한 수준이다. 개가 선천적으로 어떤 특질을 지니느냐 보다는 ‘개를 어떻게 기르고 관리하느냐’가 개의 공격성 발현을 결정하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보호자는 개의 사회화에 대해 힘쓰며 돌보고 외부에서는 반려견이 언제든 보호자 통제 하에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많은 경우 개물림 사고는 목줄 미착용이나 문단속 미비 등 보호자 통제를 벗어난 상황에서 비롯된다. 외부에서 보호자는 개에게 반드시 목줄을 하도록 되어 있지만 목줄 없이 산책하거나 목줄을 해도 반려견놀이터가 아닌 장소에서 개 목줄을 풀어놓음으로써 돌발적인 사태에 손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즉, 위험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기초적인 관리 부재에 더해 공공장소에서 배변조차 수거해 가지 않는 등 아직 기본 매너조차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태반인 현실 속에서 개의 사회화 교육에 대한 관심을 기대하기 어렵다. 

‘관리부실견’ 문제는 1천만 명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오늘날 한국의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올바른 반려문화 정착과 더불어 보호자 책임 강화, 사회적 시스템의 뒷받침으로 풀어야 한다.

우리는 그 누구든 어떠한 조건도 없이 쉽게 개를 사고 기를 수 있는데다 힘들면 동물유기도 꺼리지 않는 동물보호 후진국이다. 반려동물은 키워도 동물등록은 하지 않는 책임 회피 사회이기도 하다. 개물림 같은 관리부실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려면 개를 키우든, 키우지 않던 성숙한 반려문화가 이 사회에 자리 잡도록 하면서 보호자의 책임이 개와 함께하는 평생 동안 항시 뒤따라야 한다.

먼저 기본 매너, 나아가 원칙을 준수할 수 있는 준비된 사람만이 반려견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소한 보호자 교육을 의무화하고 문제가 있을시 에는 처벌은 물론 소유권 혹은 사육권 제한까지 검토해야 한다. 끊임없이 ‘관리부실’ 문제를 양산하는 자격 없는 보호자에게 아무런 제약 없이 개를 키울 수 있게 한다는 것은 사회적 위험을 가중시킨다.

일례로 영국에서는 반려견이 어떤 사람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누군가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보호자에게 벌금과 징역은 물론 개의 사육권까지 제한할 수 있다. 개를 위험한 상황에 통제되지 않도록 놔둔 것에 대한 벌이자 또 다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한편 개의 경우 법적으로 금지된 위험 품종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공격성 검증을 마친 개들을 등록제로 관리, 증명서를 발급하고 있으며 중성화 수술 및 마이크로 치핑이 필수다.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고서도 사고견의 경우 바로 안락사 되는 것이 아니다. 보호자에게 해당 개가 위험하지 않은 개임을 입증할 기회가 주어지며 법원은 공공에 대한 위험성 여부를 판단한다.

관리부실로 인한 개물림 사고가 잇따르자 정부는 최근 소위 ‘맹견’으로 지정된 품종을 확대하는 등 반려견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개물림 사고에 대한 관리체계는 매우 부실했던 편인데, 아메리칸 핏불 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다섯 품종과 그 잡종의 개들, 그밖에 사람을 공격하여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은 개 등을 모호하게 ‘맹견’으로 구분하고 목줄과 입마개를 채우도록 해왔다. 목줄의 경우 외출시 모든 개에게 의무화 되어 있긴 하나 동물등록률이 전반적으로 높지 않은, 반려견 기본 관리체계 부실에 더해 중성화 수술 의무가 없다는 점 등도 지적될 수 있다.

상생을 위한 안전관리 체계 도입은 필요하지만 아무 기초자료도 없이 위험한 품종 지정을 확대하겠다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해외에서도 특정 품종에 대한 ‘맹견’ 구분은 국가별로 다르며 무엇보다 품종으로는 공격성을 정확히 따질 수 없다는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유전적인 부분까지 고려하면 외관상 품종에 대한 구분이 여간 어렵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개물림 사고가 소위 지정된 ‘맹견’ 품종에 한정하여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개물림 사고 비율은 사람들이 당해 많이 키웠던 유행 품종과 더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해외 연구결과이긴 하지만 관리부실견의 80% 이상이 중성화 안 된 수컷 개들이라는 점도 중성화 수술에 대한 정책적 검토 필요성을 되새기게 한다.

요컨대 정부는 그저 막연히 ‘위험하다’고 거론되는 위험 품종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이 아니라 개물림 사고에 대한 기초조사를 바탕으로 건전한 반려문화 풍토 조성과 더불어 이에 기반을 둔 안전관리 체계 수립을 고민하는 것이 옳다. 당장 사고를 일으킨 ‘관리부실견’에 대해서는 동물등록을 필수로 하여 개체에 대한 사건 행적이 추적 되도록 하고 이에 대한 관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개에게도 사회화 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는 보호자와 개가 함께 익혀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을 공격한 개들을 모두 안락사 시키면 앞으로 개물림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개물림 사고는 관리부실의 문제이며 일차적인 책임은 보호자에게 있다. 보호자가 개의 사회화에 대해 힘쓰며 돌보고 외부에서는 개가 언제든 보호자 통제 하에 있도록 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 준수를 명심해야 한다. 정부가 진정 개물림 사고 예방에 대한 대책을 고민한다면 아무나 쉽게 개를 사고 기를 수 있는 환경을 개선하고 보호자 책임 강화와 더불어 보호자와 함께 하는 사회화 교육 등 ‘관리부실견’에 대한 실질적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올바른 반려문화 정착을 염두에 두면서 막연한 ‘맹견’ 품종 확대 대신 기초조사에 바탕을 둔 실효성 있는 안전관리 체계를 수립해야 할 것이다.

2017년 10월 24일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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