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 수의사 칼럼 ④]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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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taehwan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우고 싶은데 분양도 하나요?”

어느 날 연세가 지긋하신 할아버지 한분이 병원 문을 열고 들어오시면서 하신 말씀이다.

사연을 들어보니 5년 전에 암에 걸려 수술을 했는데 그 후 암치료를 계속하다 우울증까지 왔다고 한다. 그래서 담당 의사 선생님이 동물을 한 마리 키워보시길 권유했고, 우리 병원이 유기동물을 보호한다는 이야기를 구청에서 듣고 오신 것이다.

당시 보호하고 있던 조그마한 치와와 종을 분양해 드렸다.

그 후 한두 달에 한 번씩 미용과 예방접종, 검진을 위해 병원에 오셨다. 경제적 여유가 별로 없으셔서 병원에서 대부분 관리해드렸다. 병원에 오실 때는 몇 정거장 거리에 있는 집에서부터 걸어오신다. 평소에도 강아지가 있어서 자주 산책을 나가게 되고 집안에서도 위안이 된다고 한다. 몇 달 후 강아지를 키우고 나서 건강도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노인을위한나라

요즘 동물병원에 오는 보호자 중 연세드신 어르신들이 많아졌다.

바야흐로 고령화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올해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6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2020년에는 1000만 명을 넘고, 약 30년 후에는 3명중 1명이 된다. 통상 65세 이상 인구가 7% 이상 이면 고령화 시대, 14% 이상 이면 고령시대로 분류한다.

현재 고령화 사회에서 2017년에는 고령시대로 들어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서구국가나 일본처럼 빠른 속도로 노령화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회에서 노인들은 과연 행복할까?

그런 분들도 많겠지만 행복하지 않은 분들도 많은 것 같다. 닭장 같은 쪽방에서 사시는 어르신들이 꽤있고, 고독사하여 몇 달 몇 년 후에 발견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생애 의료비가 1억 원을 훌쩍 넘었고 그중 절반이상을 65세 이후에 지출한다. 생애 마지막 6개월 동안 의료비로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 나오거나 아예 치료의 혜택을 받지 못하기도 한다. 노년에 자식대신 손주들의 양육을 책임지는 분도 많고, 농촌지역은 대부분 노인들만 남아있고, 문화의 혜택에서 소외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이런 분들이 모두 불행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노인을 위한 사회 안전망은 대단히 취약해 보인다.

얼마전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었던 연금문제도 노후생활을 불안하게 하여, 노년층뿐만 아니라 청장년층의 불안감 역시 증폭 시켰다. 늙으면 자연스레 신체는 퇴행하고, 직업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며, 인간 관계망은 축소된다. 이것을 보완해 줄 수 있는 게 사회제도다.

적어도 나이 들어서 이 정도는 되었으면 좋겠다. 굶어 죽을 걱정안하고, 따뜻한 방에 등 눕힐수있고, 아플 때 돈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취향에 따라 취미여가 활동을 하고 친구자식들과 교류하고 죽을 때 혼자이지 않으면 좋지 않을까? 너무 과한 생각인가?

노인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형성되면 사회의 많은 문제들이 어느 정도는 해결될 것이다.

노인시기가 행복하다면 많은 사람들이 젊을 때 실패를 하더라도 다양한 도전을 해 볼 것이고, 그 만큼 사회가 더 풍성해지고 창조적으로 바뀔 것이다.

유일한 신분상승 기회가 공부하는 것이었던 사회에서, 다양한 진로가 보장된다면 전국의 모든 어린이들을 일렬로 세우는 고통스러운 교육방식도 바뀔 수 있다. 사교육비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녀의 교육에만 다 걸어(올인하여) 정작 자신의 행복은 뒤로 미루는 이 시대의 모든 부모의 걱정도 어느 정도는 줄어들 것이다. 부동산 문제, 교통 문제, 의료교육 문화의 도시집중화 현상도 다소나마 완화 될 것이다.

노후가 안전하게 보장된다면 지금과 같은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줄어 들어 모든 세대들이 행복해지지 않을까?

올해 1인당 GNP가 2만4천 달러가 되었고 2017 년쯤에는 3만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대한 모든 객관적인 지표는 선진국에 해당한다. 지금도 이미 늦었다. 지금이라도 제도적인 정비가 더 세밀하게 이루어지고, 사회 인식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더 바람이 있다면 앞서 예를 든 할아버지처럼 모든 어르신들이 빈부의 차이에 상관없이 반려동물 한 마리 쯤은 큰 걱정없이 키울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반려동물과 함께 있으면 사람과 동물이 서로 심리적, 신체적으로 안정적인 반응을 일으킨다는 많은 학술연구 결과들이 있다.

동물병원에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 동물을 키운 이후 생활습관이 활동적으로 바뀌었다고한다. 따라서 노년에 동물을 키우는 것은 의료비를 포함한 제반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한 방편이 될 것이다.

간디는 “한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동물이 받는 대우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필자는 여기에 한 마디 더 붙이고 싶다.

“노인과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를 알 수 있다.”고…….

왜냐면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늙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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