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지훈 펫로스 상담센터 원장 ˝수의사도 힘들면 도움받으세요˝

등록 : 2020.03.18 17:37:30   수정 : 2020.03.18 17:56:39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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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로스증후군(Pet loss Syndrome)은 반려동물과의 사별 이후 경험할 수 있는 심리적 문제를 의미합니다. 우울감, 수면 문제, 외로움, 공허함, 불안감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는데요, 증상이 심할 경우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까지 발생합니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관련 연구가 진행됐고, 펫로스증후군에 대한 책도 많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관련 자료와 정보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펫로스 전문 상담센터를 오픈하고 전문적인 심리상담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서울 펫로스 상담 ‘안녕’의 조지훈 원장(사진)이 그 주인공인데요, 데일리벳에서 조지훈 원장을 만나 펫로스증후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조지훈 원장은 심리학을 전공한 한국심리학회 공인 임상심리전문가입니다.
 

Q.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학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전공했다. 대학원 졸업 이후 3년간 수련을 해야 한국심리학회 공인 임상심리전문가가 될 수 있는데,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수련했다.

Q. 어떻게 펫로스 전문 심리상담센터를 오픈하게 되었나.

2017년 2월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을 취득했다. 그리고 우연히 아내와 산책을 하던 도중 길고양이를 만났는데, 그 고양이에게 간택되어서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

그 친구를 데려올 때 과거에 떠나보낸 반려견이 생각났다. 학부생 때 떠나보내고 힘든 기억이 있었는데, 고양이를 데려오게 되면서 ‘언젠가 이 친구도 떠나보내야 할 때가 올 텐데…. 그때 감내했던 고통을 또 감내해야 할 텐데….’라는 걱정이 들었다.

그리고 나처럼 다른 반려인들도 한 번쯤은 펫로스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전문가로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없을까 하는 생각에 펫로스 관련 공부를 시작했다.

심리치료에도 정신치료, 게슈탈트 치료 등 여러 분야가 있는데 그중에서 인지행동치료에 초점을 맞추고 공부했다. 미국의 Beck Institute CBT for Depression & Suicide에서 연수하고, 영국의 온라인 교육기관에서 펫로스 관련 교육 과정을 이수했다.

또한, 펫로스증후군에 대한 상담이 일반 애도 상담과 비슷한 측면이 있어서, 애도 상담에 대한 공부를 하고 2018년 12월 펫로스 상담센터 ‘안녕’을 열게 됐다.

조 원장의 반려묘와 과거 함께했던 반려견 사진

조 원장의 반려묘와 과거 함께했던 반려견 사진

Q. 상담소 이름이 ‘안녕’이다.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

우리나라 인사말은 다 ‘안녕’이다. 만났을 때도 안녕이고, 헤어질 때도 안녕이다. 그래서 ‘안녕’으로 지었다.

반려동물을 처음 만났을 때 기쁘고 설렜던 의미의 안녕이자, 반려동물을 떠나보낼 때 행복했던 추억을 기억하면서 보낸다는 의미의 안녕이기도 하다.

또한, 떠나보낸 반려동물이 기억 속에, 꿈속에 찾아오기도 하는데, 그때 반갑게 인사하는 ‘안녕’의 의미도 있다.

정식 명칭은 ‘서울 펫로스 상담 안녕’이다. 서울에서 펫로스 상담센터를 찾는 분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이름을 지었다. 수도권 외 지역에서 기차를 타고 온 분도 있고, 얼마 전에는 해외에 있는 분과 온라인으로 상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Q. 펫로스증후군으로 심리상담을 받는 보호자들이 많은가?

아직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과거 자료이긴 하지만, 보호자 10명 중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응답이 2명(20%)에 그쳤다는 통계가 있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 잊힐 거야’, ‘굳이 상담까지 받을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

(펫로스 상담을 받는 것이) 비정상적으로 보일까 봐 걱정하는 분들도 많다. 상담 전에 기록이 남는지 물어보는 분도 있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을 것 같다. 일반적인 상담센터 비용이 시간당 7만원 정도부터 시작하는데, 반려동물을 떠나보낼 때 이미 비용적인 부담을 많이 한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힘들어하면서도) 심리상담보다 다른 동물을 키우거나, 즐거운 일에 매진해보거나, 바쁘게 사는 등 ‘애도를 하기보다 회피하는 경우’가 있다.

괜찮아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무의식에 슬픔이 남아서 나중에 상담받으러 오는 경우도 생긴다.

Q. 상담은 보통 어떻게 진행되나?

펫로스 상담은 총 8번의 상담으로 진행된다.

현실 수용-사별 감정 경험-현실 적응-관계의 재구조화 등 4단계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이다. 사별 이후 보호자가 겪게 될 수 있는 심리적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애도 과정을 완성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일반적인 펫로스 사례는 이러한 8회 상담이 맞는다. 하지만, 교통사고로 급작스럽게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경우처럼 특별한 경우에는 다른 전문적인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반려동물을 살해한 사례도 있었다.

Q. 펫로스를 경험한 보호자들의 모임도 도움이 되지 않나? 그런데 요즘 이런 모임이 많이 없는 것 같은데..

무조건 모여서 이야기를 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동질성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반려인마다 사별의 원인이나 이유가 다르다면 서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참여자의 성향도 중요하다. 한 사람만 계속 이야기를 하면, 다른 참가자가 얘기할 기회를 놓친다. 이런 분들은 모임보다 1대 1 상담이 더 맞을 것 같다.

반려인분들끼리 커뮤니티를 통해 모여서 얘기를 나누는 경우는 있는데, 전문가와 함께 하는 모임은 많이 없는 것 같다. 전문가가 입회하는 모임은 비정기적으로 간혹 열린다.

최근에는 동물장묘업체에서 모임을 주최하기도 하는데, 나도 직접 참여해서 강의를 하고, 같이 이야기도 나누는 정기 모임을 기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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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해줄 얘기가 많겠지만) 펫로스 증후군을 겪고 있는 보호자들에게 조언해준다면? 또, 노령 반려동물 보호자 중에서 펫로스를 걱정하는 분들도 많은데 그분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누구나 펫로스 후 힘들어하고 아파한다. 그게 정상적인 감정이다. 정상적인 감정이므로 피하지 말고 마주하길 바란다. 힘들다고 피하려고만 하면 오히려 더 힘들어질 수 있다.

또, 너무 혼자서 견디려고 하지 말고 주변의 친구나 가족의 도움을 받으라고 얘기하고 싶다. 그게 잘 안 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길 바란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센터도 있다.

노령 반려동물 보호자들에게 제일 하고 싶은 얘기는 “(미래에) 떠나보낼 걱정 때문에 지금 반려동물과의 순간을 의미 없이 보내지 말라”는 것이다.

불안감과 걱정으로 반려동물과 행복한 순간을 즐기지 못하는 게 과연 맞는 것인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언젠가 헤어짐의 순간이 온다는 것을 인지하되 과도한 불안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Q. 사실 수의사들도 펫로스로 힘들어한다. 또한, 펫로스를 경험한 보호자들로부터 분노 표출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환자를 떠나보내고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수의사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사별 후 수의사를 비난하는 보호자들이 있다. 하지만, 보호자들이 쏟아내는 감정 때문에 수의사 스스로 자신을 비난할 필요는 없다.

펫로스 이후 2~3일 정도까지는 급성기인데, 이 시기의 보호자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표현할 곳을 찾는다. 이때는 심리상담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시기에 보호자가 하는 비난 때문에 수의사가 스스로 좌절하거나 자신을 낮게 평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수의사로서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 보호자도, 감정의 소용돌이가 지나면 수의사의 노력을 인정해줄 것이다.

보호소에 일하면서 많은 아이를 안락사하는 수의사의 사연을 본 적이 있다. 너무 힘들어하더라. 보호자의 반려동물을 지키지 못했다고 슬퍼하는 수의사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수의사분들을 돕고 싶다. 아직까지 수의사를 상담해 본 적은 없지만, 수의사도 힘들다면 심리상담도 받고 도움을 구하셨으면 좋겠다.

소방대원들의 경우, 국가에서 심리상담을 지원해주기도 한다. 지자체 동물보호센터에서 근무하는 수의사들은 국가에서 책임지고 돌봐줘야 할 필요성도 있다.

개인적으로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요청해 달라. 강의도 하고 상담도 하며 (동물의 죽음으로 힘들어하는) 수의사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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