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폭스테리어 안락사 논란,안락사는 비가역적인 최후의 선택:김선아

등록 : 2019.07.15 08:39:32   수정 : 2019.07.16 09:33:57 데일리벳 관리자

20190715kumsuna
*폭스테리어 개물림 사고 이후, 사람을 무는 개에 대한 안락사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반려견 공격성에 대한 김선아 수의사(사진)의 기고문을 게재합니다. 김선아 수의사는 UC Davis(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수의과대학에서 동물행동의학 전공의 과정 3년차를 밟고 있으며, 곧 한국 수의사 중 최초로 미국 동물행동의학 전문의가 될 예정입니다(편집자 주). 

과거 “프렌치불독” 사건부터 가장 최근 “폭스테리어” 사건까지 반려견의 공격성에 관한 뜨거운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특정 견종이 공격대상이 되고 입마개의 의무화 혹은 안락사와 같은 자극적인 대책으로만 결론이 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폭스테리어” 사건에 관해 나의 소견을 묻는 분들이 많았다. 우리는 수의사로서, 짧은 영상만을 근거로 안락사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오히려 전문가라면 더더욱 그 영상만으로 사건의 모든 전말을 이해할 수 없으며, 다양한 요소에 대한 검토 없이 의견을 내는 것은 성급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면을 빌어 이 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수의사로서 이런 개의 교상 사건과 안락사라는 선택을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해야 할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나는 2017년부터 미국 UC Davis의 동물행동의학 전공의로 거의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공격성 환자의 진료를 하고 있다. 3 kg 소형견부터 80 kg가 넘는 초대형견까지 매해 500건 이상 공격성 진료가 이루어진다. 물론 그중 안타깝게 안락사를 의논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단 한 건도 쉽게 안락사라는 결론을 내린 적은 없었다. 

UC Davis 동물행동의학클리닉에서 개의 공격성 진료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일반적으로 행동문제 상담 진료는 보호자가 집에서 약 12장 정도의 설문지를 작성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개’만이 아닌 주변 환경까지 완전한 그림으로 이해하기 위해, 개가 살고 있는 환경과 보호자와의 관계를 보기 위한 일상생활 영상을 첨부하는 것을 추천한다. 더불어 지역 동물병원 주치의로부터 그동안 동물에 관한 모든 의료기록을 받는데, 이는 적게는 몇 장에서 수백 장까지에 이른다. 상담진료 전 담당 전문의는 설문지, 영상 그리고 의료기록을 충분히 검토하고, 위성사진을 통해 해당 거주지역의 특성을 파악하는 등, 해당 진료에 대한 면밀한 준비를 마친다. 그리고 개가 병원에 도착한 순간부터 모든 행동을 관찰하고 분석한다. 상담 진료 중에 설문지에서 부족한 내용을 추가로 묻고 그에 대한 충분한 답을 얻는데 보통 1시간 이상 소요한다. 그리고 기본적인 신체검사를 통해 육체건강이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까지 검토한다. 만약 심한 공격성으로 신체검사가 어려운 경우, 최근의 의료기록을 바탕으로 현재 건강상태를 추정한다.

이렇게 입양부터 내원까지 충분한 정보가 얻어진 이후, 그 정보를 바탕으로 진단과 예후평가를 하며, 이를 통해 일반적으로 4가지 선택지 중 하나의 선택을 하게 된다.

1.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보호자는 해결책을 찾으려고 내원하였기에, 일반적으로 첫 번째 안은 선택하지 않는다.

2. 무언가를, 즉 치료를 한다. 

대부분의 보호자가 이것을 선택한다. 치료는 예방적 관리, 행동치료, 그리고 필요한 경우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대부분 오랜 치료 기간이 필요하며 평생 관리를 해야 한다. 대부분 개의 공격성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개선된다.

3. 양육 포기

보호자가 치료계획을 따르는 것이 힘들다면, 새 주인을 찾기 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보호자에게 “당신의 어머니가 이런 개를 키우는 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질문한다. 만약 본인의 어머니가 키우기에도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누구에게도 보낼 수 없는 개라고 판단한다.

4. 안락사

예후평가에 따라, 사람들에게도 위험하고 동물복지에도 좋지 않은 경우라면 안락사를 고려한다. 하지만 이는 비가역적인 선택이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동물행동의학 전문의 2~3명과 훈련사가 함께 논의한 이후 결정을 내린다.

동물행동의학 전문의들은 단 한 건도 동일한 공격성 진료를 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이는 동물의 공격성과 연관된 변수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예후평가와 안락사를 논의할 때는 어떤 위험요소들을 주로 고려할까?

교상의 이력: 해당 사건 하나를 분석하는 것으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그동안 개가 물었던 모든 사고에 대한 정보를 얻고 분석한다. 언제부터, 어디에서, 어떤 경우에, 누구를, 어떻게 물었는지 분석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교상이 일어나기 직전은 어떤 상황이었으며, 물고 난 직후에 사람과 동물이 각각 어떤 행동을 보였는지에 대한 정보도 알아야 한다.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정보를 수집하는 부분으로, 공격성을 이해하는데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교상의 유형: 사람이 물린 부위와 상처의 정도에 따라 예후가 달라진다. 이안던바(Dr. Ian Dunbar)의 교상척도(Dog Bite Scale)를 활용하기도 한다.

사고의 예측성: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예측불가’라고 말을 하지만, 진료를 통해 면밀하게 분석한 이후에는 공격성의 양상이 파악되면서 예측이 가능해지기도 한다. 개의 공격성이 충동적이고 예측이 어려울수록 관리는 어려워진다.

공격성의 동기 (motivation): 공격성이라고 다 같지 않다. 공격성을 보이거나, 무는 행동을 하는 데에 원인과 동기가 있다. 따라서 그 동기로 인해 치료가 더 어렵거나 더 쉬울 수도 있다.

과거의 훈련 경험: 과거에 어떤 형태의 훈련을 받았는지에 따라 치료가 훨씬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체벌법이나 통증을 가하는 도구로 훈련을 받은 경험이 있다면 치료가 더 어렵다.

사회화의 여부: 개의 사회화시기는 대략 3~16주령으로 그 기간에 어떻게 사회화를 시켰는지는 현재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 이후에 많은 노출을 하는 것은 개의 성격에 따라 사회화가 되기보다 오히려 홍수요법이 되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크기: 개의 몸집이 클수록 대상에게 더 위험한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가능성이 크고, 보호자가 제어도 더 어려워진다.

품종: 개의 품종에 따라 비교적 충동조절이 더 어렵거나 집요한 성격을 가지기도 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보호자가 관리하기에 더 어려워진다.

보호자: 반려견의 문제를 개선하려는 보호자의 의지와 노력이 중요하다. 더불어 실제로 치료계획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파트에 사는 70대 노부부가 공격성이 심한 대형견의 치료하기 위한 모든 계획을 따르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보호자와 반려견의 관계를 분석해야 하는데, 이것은 서열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개와 사람 사이에 서열이 없다는 것은 동물행동학계의 정설이다.

환경: 현재 사는 곳에서 자극원과 공격성의 대상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낯선 이에 대한 공격성을 보이는 개가 도시에서 매일 산책을 하며 지내야 한다면 예방적 관리가 어렵다. 또한, 가족에 대한 공격성을 보이는 개가 어린아이나 치매 노인과 함께 살고 있다면 성공적인 관리가 불가능할 수 있다.

이밖에도 부모견과 동배견의 행동에 대한 정보를 통해 유전적인 부분을 고려하기도 한다. 각각의 사례에 따라 추가로 고려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다.
 

공격성에 관한 행동학 진료는 이와 같은 다양한 위험요소를 바탕으로 각각의 사례마다 다른 요소들까지 평가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예후가 나쁘거나 공격성의 대상이 위험한 상황이라면, 수의사는 인도적인 안락사를 고려한다.

수의사의 신조에 ‘말 못 하는 동물의 진료는 물론 인류의 건강과 밀접한 공중보건업무를 최선을 다하여 수행하여야 하며’라는 문구가 있다. 개가 사람을 물어서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것은 공중보건학적 사안이기에 수의사는 이를 예방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더불어 동물복지의 관점에서도, 공격성을 보이는 동물은 정서적/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동물로 바라보고, 이상적인 동물복지 상태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즉, 수의사는 공중보건학적 측면과 아울러 동물복지 측면까지 종합적인 판단을 한 후에 인도적 안락사를 고려한다.

최근 정부에서 ‘반려견 훈련 관련 국가 자격 도입 및 반려견 소유자를 대상으로 하는 반려견 사육방법 등 교육프로그램’을 추진하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더불어 반려견 공격성 평가 도입 연구용역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공격성 평가방식/절차, 수행기관 등 세부추진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기쁜 소식일 수 있지만, 또 한 편으로는 어떤 전문가들이 어떻게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게 되는 가에 대한 염려가 크다.

패트로넥 박사(Dr. Gary Patronek)의 ‘동전 던지기보다 나은 것이 없다: 동물보호소의 개의 행동평가에 대한 재고’라는 2016년 논문에서, 행동평가는 개의 행동을 이해하고 입양 후 행동을 예측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밝혔다. 물론 이 논문은 동물보호소에서 시행되고 있는 행동평가법에 대한 분석이다. 현재 반려견으로 사는 동물들의 문제행동을 분석하기 위한 행동평가와 다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행동평가의 요소들을 비교해보면, 동물보호소에서 하는 행동평가와 일부에서 행하는 반려견을 위한 행동평가는 같거나 유사하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평가는 동물행동의학 전문의들이 신뢰하지 않는 평가방법이다.

몇 년 전, 나의 전공의 과정 지도교수님께 ‘무제한 연구비’를 주는 조건으로 완벽한 공격성 평가 기준에 대한 연구 제안이 있었다. 하지만, 교수님은 완벽한 평가방법이란 불가능 하다고 거절하셨다.
 

다시 “폭스테리어” 사건으로 돌아가자. 우리는 수의사로서 그 개의 행동을 평가해서 점수를 내고, 그 점수로 안락사의 결론을 낼 수 있을까? 앞선 과정에서 보이듯, 공격성 평가는 단순하게 평가될 수 없으며, 다양한 요소들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특히 안락사는 비가역적인 최후의 선택이다. 따라서 여러 전문가의 더욱 신중한 논의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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