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 고양이 갑상샘기능항진증 방사성동위원소 치료 개시

국내에서는 최초..`매일 항갑상샘 제제 경구투약하던 불편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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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훈 교수가 이끄는 충북대 동물의료센터 진료진이 국내 동물병원에서는 최초로 고양이 갑상샘기능항진증에 대한 방사성동위원소 치료를 개시했다고 18일 밝혔다.

방사성동위원소 치료는 고양이 갑상샘기능항진증의 첫 번째 치료옵션으로 꼽히지만 그 동안은 국내에서 시행할 수 있는 동물병원이 없었다.

기존에는 매일 항갑상샘 제제를 투약해야 했지만, 방사성동위원소 치료를 받으면 추가 투약이 필요 없어진다는 점도 희소식이다.

국내 최초로 방사성동위원소 치료를 받은 고양이 갑상샘기능항진증 환자 '루비'와 충북대 동물의료센터 진료진. 왼쪽 두번째가 강지훈 교수.
국내 최초로 방사성동위원소 치료를 받은 고양이 갑상샘기능항진증 환자 ‘루비’와 충북대 동물의료센터 진료진.
왼쪽 두번째가 강지훈 교수.

매일 투약하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나이 많은 고양이에서 주로 발생하는 내분비 질환인 갑상샘기능항진증은 갑상샘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체중감소와 함께 음수량 증가, 배뇨량 증가, 활동성 증가, 구토·설사 등 비특이적인 증상을 보이며 심장병이나 신장병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대부분 갑상샘 조직이 양성으로 비대해지며 발생하지만(98%), 드물게 악성 종양으로 인한 경우도 있다(2%).

갑상샘기능항진증은 카비마졸(carbimazole), 메티마졸(methimazole)과 같은 항갑상샘 제제를 투약하면 잘 관리되는 편이지만, 문제는 투약 자체가 힘들다는데 있다. 고양이에게 평생 매일 경구로 약을 먹이는 일은 보호자들에게 쉽지 않은 과제이기 때문이다.

반면 충북대 동물의료센터가 국내 최초로 도입한 방사성동위원소 치료는 이러한 경구 투약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충북대 진료진은 “방사성동위원소 치료를 받아도 정상 갑상샘과 부갑상샘 조직을 보존할 수 있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고, 치료 후에는 매일 항갑상샘 약을 먹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진수 한국고양이수의사회 학술위원장은 “방사성동위원소는 치료효율 면에서 갑상샘기능항진증의 첫 번째 치료옵션”이라며 “여태껏 내과적인 관리만 가능했지만, 국내에서도 방사성동위원소 활용이 가능해진만큼 우선적으로 권할 수 있게 됐다”고 환영했다.

감마카메라를 활용해 환자의 갑상샘 상태를 평가한다
감마카메라를 활용해 환자의 갑상샘 상태를 평가한다

전용 핵의학 설비에서 치료..1주일간 입원해야

고양이 갑상샘기능항진증 환자가 방사성동위원소 치료를 받으려면 약 1주일간 입원해야 한다.

먼저 여러 검사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평가한 후, 감마카메라 등 핵의학 장비를 동원해 갑상샘의 상태와 방사성 요오드 투약 용량을 결정한다.

피하주사로 방사성 요오드를 투약하고 나면, 동위원소의 반감기가 지날 때까지 일주일간 차폐시설 내에 있는 전용 입원장에 머물러야 한다. 피폭 위험이 있기 때문에 보호자도 격리기간 중에는 면회할 수 없다.

퇴원 후에는 정기검진을 통해 남아 있는 갑상샘의 기능과 재발 여부를 모니터링하게 된다.

방사성동위원소가 갑상샘을 파괴하는 것이니만큼 의인성 기능저하도 우려되지만, 그러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환자의 몸에 투입된 방사성 요오드는 비정상적으로 증식한 갑상샘 조직을 우선적으로 공격하기 때문이다.

충북대 진료진은 “방사성동위원소를 활용한 갑상샘 질환 치료는 이미 사람에서도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되어 있다”며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는 고양이에서도 방사성동위원소 치료가 보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충북대 동물의료센터 핵의학과에서 국내 최초로 방사성동위원소 치료를 받은 고양이 ‘루비’는 지난해 3월 갑상샘기능항진증으로 진단된 환자다.

충북대 진료진은 “항갑상샘 약물로 관리해오던 환자이지만, 보호자분이 매일 약을 먹이는 것을 힘들어하셨다”며 “본원의 방사성동위원소 치료 도입을 기다렸다가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방사성 요오드를 투약 중인 모습
방사성 요오드를 투약 중인 모습

특수설비·허가 필요한 핵의학과는 대학 역할..충북대가 선도

한국고양이수의사회 김재영 회장은 1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갑상샘기능항진증을 앓는 고양이와 보호자들에게 희소식”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회장은 “반려묘의 숫자가 늘어나고 점차 노령화되면서 갑상샘기능항진증을 포함한 내분비 질환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며 이미 고양이 사육이 보편화된 호주 등 영미권 국가의 사례를 볼 때, 국내에서도 향후 고양이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김재영 회장은 “일선 동물병원에서 설비를 갖추기 어려운 핵의학적 치료는 대학의 역할”이라며 충북대 동물의료센터가 선도적으로 방사성동위원소 치료를 도입한 것에 고마움을 전했다.

충북대 동물의료센터 측은 “국내 동물병원 중에서 방사성동위원소 치료에 필요한 허가와 특수시설을 갖춘 곳은 여기가 유일하다”며 “대학병원으로서 일선 개업수의사들의 진료를 돕고 국내 수의학을 발전시키는데 사명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밝혔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충북대, 고양이 갑상샘기능항진증 방사성동위원소 치료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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