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벳 학생기자단 프로젝트⑤] 어서 와, 기초대학원은 처음이지?

등록 : 2018.07.18 12:28:35   수정 : 2018.07.21 10:43:00 최현지 기자 chjvet1004@dailyvet.co.kr

졸업하면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진로를 정하셨나요? 수의대 졸업 후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각 분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신가요? 졸업 직후 당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나요?

진로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수의대생들을 위해 데일리벳 5기 학생기자단이 특별한 인터뷰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졸업 후 여러분이 겪을 현장을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준비한 <어서 와, OOO은 처음이지?>시리즈! 학생 신분을 벗어나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은 사회초년생들이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내 직장의 장단점과 그들의 희로애락! 인터뷰 기사를 통해 만나보시죠.

시리즈 다섯 번째로 만날 분은 이홍재 수의사입니다. 이홍재 수의사(사진)는 전염병 및 수의미생물학 전공으로 건국대학교 대학원에 재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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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11학번 이홍재입니다. 현재 미생물학 실험실 소속이며 2년차입니다.

- 대학원 진학을 결심한 계기와 미생물학 실험실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대학원을 처음에 고민하게 된 때는 본과 2학년 때입니다. 하고 싶은 걸 찾다 보니 학사학위만 가지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어서, 더 전문적인 지식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국제 기구에서 공중보건 전문가로 활동하고 싶었기 때문에 ‘반려동물 임상보다는 크게 번지고 피해가 상대적으로 큰 국가재난형 질병을 다루는 곳에 가서 공부를 더 해야겠다’ 생각하고 대학원 진학을 계획했습니다.

그러던 중 본과 1학년 말 즈음에 이상원 교수님(미생물학 교수)이 오셨어요. 교수님 수업을 듣고 미생물학 실험실에 가기로 결심하고, 본과 3학년 때 연구학부생으로 실험실에 들어왔어요.

교수님이 좋았고 친분도 있어서 들어온 것도 있지만 실험실 분위기 때문에 들어왔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미생물학 실험실에 있는 동기들과 선후배들을 보니까 재미있게 생활하는 것 같았어요.

- 학부생으로서 실험실에 들어가기 전 가장 걱정되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학부생일 때는 걱정보다는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와서 공부를 하다 보니까 스스로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연구를 해서 잘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생겼어요.

- 그렇다면 학부생일 때와 대학원생인 지금,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책임감의 차이가 가장 큰 것 같아요. 학부생 때는 ‘실수해도 괜찮겠지’ 생각했다면, 대학원생이 된 후에는 ‘실험실도 잘 돼야 하고 저 자신도 좋은 연구를 해야 되는데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해요.

또 대학원생이자 수업조교로서 실습하러 오는 후배들에게 교수님이 전달하라고 하신 내용도 잘 전달하고 양질의 실습을 제공해야 하는데, 혹시 실습하다가 제가 실수하거나 틀리게 가르쳐 주는 게 생길까봐 걱정을 해요.

대학원생이 되고 나니까 학업 외에도 고민할 게 많아진 것 같아요.

공부 외에도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이 많아요. 예를 들면, 전공 외에 언어적인 소양도 많이 길러야 해요. 자신이 앞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나가거나 외국계 기업에 몸 담고 일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 언어도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수의사가 된 후에 다시 학생이 된 거니까 이런 것들이 어려움이자 극복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 대학원 진학을 위해 따로 준비한 것이 있나요?

대학원에 들어오기 위해 크게 준비한 것은 없습니다. 실험실에 들어오기 전에 실험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미리 알아보고 거기에 적응할 준비가 되어 있으면 큰 문제 없을 것 같아요.

실험실 구성원들과 빨리 친해지고, 그 사람들이 뭘 하는지 옆에서 배우다 보면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 지 자연스럽게 생각해볼 수가 있거든요.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면 그냥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가만히 있게 돼요.

그래서 적응력, 친화력 두 가지만 갖추고 있다면 실험실에 들어와서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데에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 아무래도 학부생 때 미리 경험을 한 게 도움이 되셨겠네요

그렇죠. 가령 대학원생으로 실험실 들어와서 뭔가 하고 싶어도 뭐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야 시작을 할 수 있지 않겠어요? 학부생으로 실험실에 들어왔을 때 처음 1년 정도는 실험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적응하는 데에만 시간을 보냈어요.

‘이게 뭐구나, 이런 기계도 있구나’ 등을 학부생 때 배우고 익혔기 때문에 잘 쓸 수 있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원생으로 들어왔으면 처음에 많이 어려웠을 것 같아요. 미리 실험실에 들어오면 얻을 수 있는 장점이죠.

- 그렇다면 학부생이 실험실에 들어가는 적절한 시기가 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예과 1학년부터 본과 4학년까지 언제든 들어와도 상관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본과 2학년까지는 실험실 외에 다른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일단 비임상 과목 교육이 대체로 본과 2학년 때 끝나니까요.

비임상 교과를 다 배우고 나면 자신이 어떤 과목에 관심이 있는지 알 수 있는데 너무 일찍 들어오면 들어와서 ‘어라 이게 아닌데…괜히 왔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그리고 저학년일 때는 동아리나 대외 교류 활동 같은 다른 활동들도 다양하게 있으니, 그런 경험들을 하고 나서 본과 2, 3학년쯤 실험실에 들어오는 것이 가장 적합한 것 같습니다. 물론 일찍 들어온 친구들도 잘하고 있지만요.

- 대학원에 와보니 생각과는 달랐던 점이 있다면?

수의대 학생들이 모든 일을 열심히 하고 또 자신이 하는 것에 있어서 자긍심이 있잖아요. 그래서 자기가 무언가를 시작하면 엄청 위대한 걸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처음 실험실 들어오면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고 기본을 쌓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려요. 저도 지금도 기본기를 쌓는 중이구요.

그런 시간을 버텨낼 수 있는 마음적인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걸 몰랐죠. 그래서 초반에 이 길이 내 길이 맞는건지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학부생 때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들을 하기 위해 중간과정으로 정말 많은 노력, 인내, 수행이 필요한 거였는데 그건 싹 빼놓고 멋있는 것만 보고 있었던 거죠.

이건 꼭 실험실뿐만이 아니라 어떤 곳에 가더라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졸업을 하면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실험실에 들어오면 아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자기가 초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하면 훨씬 더 마음 잡기가 수월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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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임상대학원 생활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장점이자 가장 큰 단점은 ‘시간과 사고의 자유로움’이예요.

제가 임상 현장이나 기업체에서 일하는 사람에 비해서 시간적으로 자유로운 건 사실이예요. 비임상대학원 실험실이 안 바쁘다는 게 아니라, 바쁠 때는 바쁜데 덜 바쁜 시간도 생긴다는 거죠. 때문에 제가 계획한 것에 맞춰서 시간을 좀 더 유동적으로 쓸 수 있어요.

대신 그 시간을 게으르게 보내면 완전 시간낭비가 돼요. 자기가 창조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실험을 짜면서 보내면 그 시간을 아주 잘 활용할 수 있는데, 그냥 허무하게 보내버리면 누군가가 시켜서 그때그때 일을 끝내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더 뒤처지게 될 수도 있어요. 그게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아요.

실험실에서는 자기가 일을 할 때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고민해보고 알게 된 후에 하게 됩니다. 그래서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일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실험실 생활이 좋은 것 같아요.

- 그렇다면 단점에는 어떤 게 있나요?

대학원생이라는 신분 자체가 어쩌면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주변의 동기들(특히 공중방역수의사로 복무 중인 남자보다 여자 동기들)은 동물병원에서 일하거나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경제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데 대학원생이라면 전공이 임상이든 비임상이든 신분이 애매해요.

완전히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대학생인 것도 아니니까 주변에서 제 나이 또래인 사람에게 기대하는 것들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점을 신경 쓸 수 밖에 없어요.

공부가 더 이상 하기 싫어서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을 거라는 친구들도 꽤 많죠. 하지만 수의사가 된 이상 어차피 죽을 때까지 공부를 해야 하니, 그 점에 있어서는 큰 단점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만 공부가 연속이 된다는 점에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은데 가끔 머리가 아플 때도 있어요.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하면서요(웃음).

- 비임상대학원생으로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제 성격에 누군가와 함께 공부하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게 잘 맞는 것 같아서 기회가 된다면 교수가 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원래 꿈이었던 국제기구에 가는 것도 고민 중입니다.

둘 다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일이어서 어떻게 할까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하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연구를 하고 싶고 또 공부를 더 하고 싶은 후배들이 있다면 공부를 왜 해야 되는지, 무슨 공부를 하고 싶은 것인지 고민을 많이 해보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또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내용을 여러 매체를 통해서 자주 접했으면 좋겠습니다. 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면 매일 책만 붙잡고 앉아있게 되는데, 관심있는 분야가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어디에서 알 수 있는지도 알아보길 바랍니다.

가장 좋은 건 교수님이나 선배들 같은 주변의 좋은 조력자 분들에게 ‘제가 이런 걸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으로도 미래가 밝을까요?’ 등을 물어보는 거예요.

자신이 오랫동안 붙들고 볼 수 있는 테마를 한 번에 딱 찾기는 어렵겠지만 찾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맨몸으로 실험실에 들어오는 것보다 보람차게 실험실 생활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언어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영어뿐만 아니라 다른 언어도 요즘 많이 배우는 추세잖아요. 제가 살면서 본 ‘공부 좀 한다’는 사람들은 한국에서만 놀지 않더라구요. 자신의 시야를 넓히고 싶으면 언어적인 면을 보강을 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수의대 학생들은 너무 닫힌 공부를 하는 것 같아서 그게 항상 안타까워요. 우리 안에서의 경쟁, 우리끼리의 학점 경쟁이 너무 과열되어 있고 ‘그냥 빨리 무사히 졸업해야지’하는 생각을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기본적인 소양과 자기만의 특기를 잘 쌓아서 진짜 ‘전문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최현지 기자 chjvet1004@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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