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의사와 인문사회학―서울대 수의대 인문사회학회 다락 회원 김민은

등록 : 2018.02.02 14:31:10   수정 : 2018.02.02 14:31:10 데일리벳 관리자

동물과 사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SNS에서는 반려동물의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는 계정이 큰 인기를 얻는 등 동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동물보호법 개정 추진, 동물보호 관련 공약 제시 등 정치권의 관심도 높다. 그리고 동물에 대한 관심은 수의계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진다. 

동물과 수의계에 이목이 집중되면 될수록 안좋은 사건들도 끊임없이 이슈화되고 있다. 최근 수의학계 내부적으로는 임상대학원 열정페이 논란이 있었고 서울대 복제 연구에 개농장의 개들을 사용했다는 고발도 있었다. 

얼마 전에는 정부에서 체고 40cm 이상의 모든 개를 ‘관리대상견’으로 분류해 특정 장소에서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하는 ‘반려견 안전관리 대책’을 발표해 큰 반발이 있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수의학과 학생은 예과 때 교양 수업을 듣는 것 이외에 ‘인간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다. 수의사로서의 윤리, 인간 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들의 사회적 위치 및 처우, 사회 안에서 다른 수의사를 포함한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고민하고, 사회문제를 구조적으로 사고하기 어려운 환경인 것이다. 

수의과대학을 다니면서 느낀 점은 ‘많은 수의사들이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는 점이다. 그런 예 중 하나로 앞서 언급한 임상대학원의 열정페이 및 임상수의사 초봉 논란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대다수의 임상수의사들이 겪어야 할 또는 이미 겪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는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넓게 퍼져있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또 다른 예로는 많은 수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 감수성 부재’를 들 수 있다. 비록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일부 동아리에서의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선후배 위계, 새터 또는 술자리에서의 여성·성소수자·장애인 비하 발언,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많은 성폭력 사건들을 필자는 보고 들은 바 있다. 이것들은 가히 대자보 감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수의과대학이 폐쇄적이기 때문에 전혀 공론화되지 못했다. 

철학의 부재로 인한 ‘윤리의식의 실종’도 수의사들이 조심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수의과대학의 연구 윤리는 잊을 만하면 이슈화 되고 있고, 수의과대학의 일부 동물실험 역시 불필요할 정도로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임상 분야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 사회는 개인이 금전적 이익을 극도로 추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많은 수의사들은 전문가로서의 윤리와 금전적 이익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사람들이 동물을 대하는 방식은 매우 인간중심주의 적이다. 대중들뿐만 아니라 수의사들 역시 동물의 질병과 삶에 대하여 인간의 관점으로만 사고하는 것에 매우 익숙해져있는데, 수의사는 ‘사람들이 동물을 어떻게 대우하고 다루어야 할지’ 고민함으로써 동물과 사람을 매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난해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에 ‘수의인문사회학’ 과목에 천명선 교수님이 새로 임용됐다. 수의학계가 인문사회학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는 것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이제 수의사들에게는 ‘인문사회학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동물과 사람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사회와 소통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수의계 각 분야에서 인문사회학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많은 논의가 터져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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